'-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88)

'생원 타입의 노인', '그러한 타입의 디자이너', '다른 타입의 분' 다듬기

등록 2009.04.28 17:12수정 2009.04.2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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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생원 타입의 노인

 

.. 그러니까 옛날 동네에서 한문도 좀 할 줄 알던 생원 타입의 노인이다 .. <따뜻한 뿌리>(서숙, 녹색평론사, 2003) 111쪽

 

'노인(老人)'이 아닌 '늙은이'라고 쓰면 귀에 거슬릴까 궁금합니다. 요즈음은 '어르신'이라는 말을 쓰는데, '영감'이라 해도 되고 '할아버지-할머니'나 '할매-할배'라 해도 괜찮습니다.

 

 ┌ 타입(type) : 어떤 부류의 형식이나 형태.

 │   '모양', '생김새', '유형'으로 순화

 │   - 그는 말수는 적지만 성실한 타입의 사람이다

 │

 ├ 생원 타입의 노인이다

 │→ 생원 같은 늙은이(어르신)이다

 │→ 생원 느낌이 나는 분이다

 │→ 생원으로 보이는 할아버지다

 │→ 생원이라고 할 만한 영감이다

 └ …

 

생원으로 보이면 "생원으로 보인다"고 하고, 생원 같은 느낌이 들면 "생원 느낌이 든다"고 하면 됩니다. 괜히 '부류'에다가 토씨 '-의'를 붙여서 "생원 부류의 노인"이라 하거나, 미국말 '타입'에다가 토씨 '-의'를 붙여서 써야만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 말로 '(무엇) 같다', '(무엇)처럼 보인다', '(무엇)으로 느껴진다' 하고 말해 왔고, 오늘도 이렇게 말하며, 앞으로도 이처럼 말하면 됩니다. 그렇지만 영어 '타입'을 걷어낸다 하여도, "생원 유형의 노인"이라든지 "생원 형태의 노인"처럼 토씨 '-의'를 붙인 말씨를 떨구지 못할 분이 제법 많지 않으랴 싶습니다. 낱말 하나는 다듬어 내어도 말투까지 속속들이 살피지 못하면서.

 

ㄴ. 그러한 타입의 디자이너

 

.. 그리고 프로세스를 수용하는 종합적인 발명으로 우리에게 미래의 보금자리를 디자인해 줄 그러한 타입의 디자이너들인 것이다 .. <인간을 위한 디자인>(빅터 파파넥/현용순,이은재 옮김, 미진사, 1983)

 

'프로세스(process)'는 무엇을 말하는가요. '과정'? '단계'? '수용(受容)하는'은 '받아들이는'으로 손봅니다. "종합적인 발명"은 "종합 발명"으로 다듬어 주고, '미래(未來)'는 '앞날'로 다듬습니다. "디자이너들인 것이다"는 "디자이너들이다"로 손질합니다.

 

 ┌ 그러한 타입의 디자이너들

 │

 │→ 그러한 디자이너들

 │→ 그러한 성격 디자이너들

 └ …

 

이 자리에서는 앞말과 이어서 다듬으면 한결 나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에서 '디자인해'라 하고 뒤에서 '디자이너'라 하는데, "제작해 주는 제작자"라는 말이나 "가르쳐 주는 교사"라고 하면 겹치기 꼴입니다. 그러니 "디자인해 줄 디자이너"라 하기보다는 "디자인해 줄 사람"으로 적어 주어야 알맞습니다.

 

 ┌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보금자리를 꾸며 줄 사람

 ├ 우리가 앞으로 지낼 보금자리를 빚어내 줄 사람

 ├ 앞으로 우리들 보금자리 틀을 마련해 줄 사람

 └ …

 

'디자인'이라는 말을 꼭 써야 한다면 써야겠지만, 이야기 흐름에 따라서는 살짝 풀어내면 어떨까 싶습니다. '꾸민다'거나 '손질한다'거나 '빚어낸다'거나 '마련한다'고 하면서.

 

ㄷ. 다른 타입의 분들

 

.. 전혀 다른 타입의 분들이시고, 말씀들 또한 다르지만, 뭐랄까 일맥상통한다고 하지요! .. <즐거운 불편>(후쿠오카 켄세이/김경인 옮김, 달팽이, 2004) 334쪽

 

'전(全)혀'는 '아주'나 '참으로'나 '사뭇'이나 '몹시'로 다듬습니다. '일맥상통(一脈相通)한다고'는 '서로 만난다고'나 '서로 이어진다고'나 '서로 같은 흐름이라고'로 손질해 줍니다.

 

 ┌ 전혀 다른 타입의 분들이시고

 │

 │→ 아주 다른 분들이시고

 │→ 참으로 달리 살아온 분들이시고

 │→ 사뭇 달리 살아가는 분들이시고

 └ …

 

언제부터인가 '타입'이라는 미국말이 쓰이면서 사람들 '모습'과 '모양새'와 '매무새'와 '마음결'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어느새 한자말 '성격(性格)'까지 밀어내며 쓰이는 '타입'입니다. 이러한 낱말이 하나둘 쓰이는 동안 우리가 예부터 알뜰살뜰 주고받으면서 우리 느낌을 담아내던 낱말은 잊혀지고 잃게 되고 사라집니다.

 

새로운 사회라 새로운 말을 써야 한다는 생각에서 '타입'을 꼭 써야겠다는 마음이라면, 보기글에서는 "아주 다른 타입인 분들"이라고 적거나, "타입이 아주 다른 분들"이라고 적어야 올바릅니다. 말짜임을 올바르게 추슬러야 합니다. 그러나, 말짜임이나마 올바르게 추스르는 법이란 없습니다. 말짜임도 엉망이요 낱말 씀씀이도 엉망입니다. 낱말 고르기가 엉터리이면서 말짜임도 엉터리이고, 말짜임을 엉터리로 하는 가운데 낱말 고르기 또한 엉터리가 되어 갑니다.

 

 ┌ 참 다르게 사는 분들이시고

 ├ 삶이 참 다른 분들이시고

 ├ 삶이며 생각이며 다른 분들이시고

 ├ 살아가는 매무새가 다른 분들이시고

 ├ 사는 모습이 다른 분들이시고

 └ …

 

한 가지를 잘못한다고 다른 모든 곳이 모두 잘못되지 않습니다. 한 가지를 잘한다고 다른 모든 곳을 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가 잘못된 줄 깨닫지 못하거나 깨달으려 하지 않는 매무새일 때에는 이 자그마한 잘못 한 가지가 뿌리를 내리고 새끼를 치면서 차츰 퍼져 나갑니다. 자그마한 한 가지라도 알뜰살뜰 잘 꾸리거나 가꾸어 나가면, 이 잘하는 한 가지가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으면서 차츰 이어 나갑니다.

 

얄궂은 대목도 퍼지고, 반가운 대목도 이어집니다. 얄궂음 하나가 얄궂음 열 가지로 늘어나고, 반가움 하나가 반가움 열 가지로 거듭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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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8 17:12ⓒ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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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 ‘-의’ #-의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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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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