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버린 우리 말투 찾기 (15) 그녀

[우리 말에 마음쓰기 624] ‘그녀 → 할머니’, ‘그녀 → 어머니’, ‘그녀 → 단비’

등록 2009.04.30 09:34수정 2009.04.3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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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그녀 → 할머니

 

.. 이윽고 어느 날엔가는 그곳을 발판으로 해서 그녀에게 반항하여 자기를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은 남겨져 있다 … 자기중심적이고 지배욕이 강한 할머니 손으로 키워진다는 악조건 속에서 ..  《기시다 슈/우주형 옮김-게으름뱅이 정신분석 1》(깊은샘,1992) 301쪽

 

 '형성(形成)할'은 '이룰'이나 '일으킬'로 다듬어 봅니다. '가능성(可能性)'은 '틈'으로 다듬으면 될까요. '자기중심적이고'는 '자기만 알고'로 손보면 '-적'이 떨어집니다. "악조건(惡條件) 속에서"는 "나쁜 조건에서"로 손질합니다.

 

 ┌ 그녀에게 반항하여 (x)

 └ 할머니한테 대들며 (o)

 

 서양사람들한테는 어머니도 누나도 할머니도 처제도 '그녀'로 가리킵니다. 일본사람들도 언니와 아주머니와 누이를 '그녀'로 가리킬까요?

 

 잘 모르겠습니다만, 서양사람이 할머니를 '할머니'라 가리키지 않고 'she'라고 가리킨다 하여도, 우리는 우리 말 그대로 '할머니'라고 가리킬 때가 가장 알맞고 올바르다고 느낍니다.

 

 할머니는 그냥 '할머니'일 뿐이니까요. 아주머니는 그냥 '아주머니'일 뿐이고요. 어머니는 그냥 '어머니'일 뿐입니다. 누나는 그예 '누나'일 뿐이며, 언니는 그예 '언니'일 뿐입니다.

 

 

ㄴ. 그녀 → 어머니

 

.. 그녀의 무릎 위에 누워 잠든 어린애에게는 그 가난하고 여윈 보잘것없는 어머니가 그대로 우주가 아니겠는가 하고 ..  《이범선-전쟁과 배나무》(관동출판사,1975) 198쪽

 

 아버지가 아기를 안고 있다면 "아버지 무릎에 누워 잠든"이라고 말했겠지요. 오빠가 아기를 안고 있다면 "오빠 무릎에 누워 잠든"이라고 말할 테고요. 누나가 아기를 안고 있다면 "누나 무릎에 누워 잠든"이라고 말하리라 봅니다. 따로 토씨 '-의'를 덧달아야 하지 않습니다.

 

 ┌ 그녀의 무릎 위에 누워 잠든

 │

 │→ 어머니 무릎에 누워 잠든

 │→ 엄마 무릎에 누워 잠든

 │→ 무릎에 누워 잠든

 └ …

 

 그렇지만, '누나'가 안고 있을 때와 '언니'가 안고 있을 때와 '어머니'가 안고 있을 때와 '할머니'가 안고 있을 때에는 누나도 언니도 어머니도 아닌 '그녀'가 되어 버릴까 궁금합니다. 그러면, 할아버지나 아버지나 형이나 오빠가 되면 '그'가 되어 버릴는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사람이 여자일 때에는 자꾸자꾸 '그녀'라는 말로 가리키려고 하는데, 이렇게 대이름씨를 넣는 말투가 얼마나 어울릴는지 궁금합니다. 이처럼 쓰지 않으면 말이 안 된다고 느끼는지 궁금합니다. 우리한테도 대이름씨 널리 쓰는 말투가 자리잡아야 우리 생각과 이야기를 널리 나눌 수 있다고 여기는지 궁금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 보기글 뒤쪽에는 "보잘것없는 어머니"라고 나오는데, 이 대목에서는 "보잘것없는 그녀"로 적지 않으며 앞에서만 "그녀의 무릎"이라고 했습니다. 글쓴이는 처음부터 앞이나 뒤 모두 '어머니'로 올바르게 적을 줄 알던 사람입니다.

 

 

ㄷ. 그녀 → 단비 소녀

 

.. 침착하게 단비 소녀의 요모조모를 따져 보았다. 그녀의 웃는 모습과 말하는 모양을 떠올리자 기분이 나아졌다. 그는 단비가 준 충고를 다시 생각해냈다 ..  《미국 수피즘 협회/우계숙 옮김-꼬마 성자》(정신세계사,1989) 198쪽

 

 '침착(沈着)하게'는 '차분하게'로 다듬습니다. "단비가 준 충고(忠告)"는 "단비가 해 준 말"로 손질합니다.

 

 ┌ 단비 소녀의 요모조모

 ├ 단비가 준 충고

 │

 └ 그녀의 웃는 모습 (x)

 

 보기글 첫 줄과 셋째 줄에서는 '단비 소녀'와 '단비'라고 적습니다. 둘째 줄에서는 '그녀'로 적습니다. 둘째 줄에서 갑자기 '그녀'로 적어야 할 까닭이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처음이나 가운데나 마지막이나 모두 '단비'라고만 하거나 '단비 소녀'라고 하면 넉넉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 단비가 웃는 모습과

 ├ 단비 소녀가 웃는 모습과

 ├ 그 아이가 웃는 모습과

 └ …

 

 '단비 소녀'라 해도 되고, '단비'라 해도 됩니다. '그 아이'라 해도 되며 '아이'라고만 해도 됩니다. '소녀'라고 하거나 '계집아이'라고 해도 되고요.

 

 있는 그대로 가리키면 넉넉합니다. 꾸밈없이 나타내면 너끈합니다. 수수하게 이야기하면 싱그럽습니다. 어설픈 꾸밈말이나 섣부른 대이름씨가 아닌, 우리한테 가장 사랑스럽고 애틋하며 살가운 낱말을 넣어 줍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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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30 09:34ⓒ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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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익히기 #그녀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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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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