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오존층의 계속적인 파괴
.. 기후변화는 생명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고, 오존층의 계속적인 파괴는 매일매일의 햇빛을 치명적인 위험으로 바꿔 놓을 수 있다 .. (제임스 골드스미스) / 《녹색평론》 11호(1993.7∼8) 128쪽
'기후변화(氣候變化)'라는 말이 자주 쓰이는데 '날씨바뀜'이나 '날씨어지러움'으로 다듬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매일매일(每日每日)의 햇빛"은 "날마다 내리쬐는 햇빛"으로 다듬고, "치명적(致命的)인 위험"은 "끔찍한 위험"이나 "무시무시한 위험"으로 다듬어 줍니다. 그런데 "생명의 안정성을 위협하고"는 무엇을 가리킬까요.
┌ 오존층의 계속적인 파괴는
│
│→ 오존층이 꾸준하게 부서지면
│→ 오존층이 자꾸 망가지면
│→ 오존층이 나날이 얇아지면
│→ 오존층이 끊임없이 사라지면
│→ 오존층이 이렇게 줄어들면
└ …
보기글에서 '계속(繼續)'과 '파괴(破壞)' 같은 낱말이 아닌 '꾸준하게'와 '부서지다' 같은 낱말을 넣는다면 '-의 -적' 말투는 안 나타났으리라 봅니다. '자꾸'와 '망가지다'를 넣어도, '끊임없이'와 '사라지다'를 넣어도 '-의 -적' 말투는 끼어들지 않았을 테지요. 그러나 우리들은 토씨 '-의'도 붙이고 '-적'도 곁들이는 말투를 쓰고야 맙니다. 한결 단출하게 쓸 수 있는 한편, 좀더 싱그럽게 쓸 수 있으나, 우리 스스로 단출한 말길과 싱그러운 글길을 뚫지 않습니다.
┌ 날씨가 바뀌며 우리 삶터가 흔들리고
├ 오존층이 끝없이 사라지면
└ 햇빛이 우리 목숨을 빼앗을 수 있다
오존층이 무너지든 사라지든 줄어들든 아랑곳하지 않기 때문일까요. 오존층을 걱정하지 않는 우리들이기 때문에 우리 말과 글이 하루하루 무너지든 사라지든 쫄아들든 걱정하지 않게 될까요. 오존층이 무너지는 자연 삶터에 등돌리고 있으니, 얄궂은 정치꾼이 판치더라도 등돌릴 뿐더러 끔찍한 잘못이 수없이 되풀이되어도 이와 같은 사회일에 등돌리게 될까요.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우리 삶터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우리 말과 글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습니다만, 우리 삶터를 걱정하는 마음밭이 있어야 우리 말과 글을 걱정하는 마음밭으로 이어집니다. 한 가지에만 마음쏟는 사회운동이란 없으며, 하나만 잘하면 그만인 진보운동이란 없습니다. 내 삶터를 모르고서 내 몸과 마음을 알 수 없으며, 내 몸과 마음을 모르는 가운데 내가 쓰는 말과 글을 제대로 알 수 없습니다.
ㄴ. 우리 집안의 유전적인 기절
.. 숲으로 도망가서 홀로 살아 보고 싶어하는 것이 우리 집안의 유전적인 기질일지는 몰라도, 우리만 유별나게 그런 것은 아니다 .. 《진 C.조지/김원구 옮김-나의 산에서》(비룡소,1995) 14쪽
"숲으로 도망(逃亡)가서"는 "숲으로 들어가서"나 "숲으로 달아나서"로 다듬고, "싶어하는 것이"는 "싶어하는 마음이"나 "싶어하는 매무새가"로 다듬습니다. "유전적(遺傳的)인 기질(氣質)"은 "타고난 버릇"으로 손질하고, '유별(有別)나게'는 '남다르게'로 손질하며, "그런 것은 아니다"는 "그렇지는 않다"로 손질합니다.
┌ 우리 집안의 유적적인 기질
│
│→ 우리 집안에 예부터 내려온 버릇
│→ 우리 집안 사람들한테 타고난 버릇
│→ 우리 집안 사람들 버릇
└ …
보기글은 '유전'이라는 낱말을 남겨 놓으면서, "우리 집안 유전일지는 몰라도"나 "우리 집안 유전 기질일지는 몰라도"처럼 적어도 괜찮습니다. '유전'이란 어버이가 딸아들한테 물려주는 버릇이나 매무새를 가리키니, "우리 집안에서 대물림하는 버릇"이나 "우리 집안에 이어오는 매무새"나 "우리 집안이 물려받은 몸"으로 손보아도 어울리고요.
유전을 얄궂은 한자말로 여기며 살포시 풀어낼 수 있는 한편, 유전 같은 한자말은 굳이 걸러낼 한자말이라기보다는 우리 생각을 담아내는 낱말이라고 여기며 그대로 둘 수 있습니다.
┌ 우리 집안 누구나 물려받은 버릇일지는 몰라도
├ 우리 집안 사람이라면 으레 물려받은 버릇일지는 몰라도
├ 우리 집안 사람 누구한테나 나타나는 버릇일지는 몰라도
└ …
아이는 아버지와 어머니한테서 물려받습니다. 몸을 물려받고 마음을 물려받습니다. 사랑을 물려받고 믿음을 물려받습니다. 애틋한 사랑을 물려받고 슬픈 사랑을 물려받습니다. 아픈 몸을 물려받고 튼튼한 몸을 물려받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버이 된 우리들은 아이들을 슬기롭고 튼튼하게 자라갈 수 있게끔 우리 몸을 다스리게 됩니다. 어른인 우리가 먼저 몸과 마음을 슬기롭고 튼튼하게 다스리지 않고서야 아이들이 슬기롭고 튼튼하게 자라지 못합니다. 어른인 우리가 먼저 좋은 밥을 먹고 좋은 옷을 마련해 입고 좋은 집을 장만하여 가꾸어야, 아이들 또한 우리 어른한테서 좋은 밥과 옷과 집을 배웁니다.
어른들이 서로 주고받는 말이 아이들이 동무끼리 주고받는 말이 되고, 어른들이 제 생각과 마음을 나타내려고 쓰는 말이 아이들 스스로 제 깜냥껏 제 생각과 마음을 나타내려고 쓰는 말이 됩니다.
어른들이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버릇은 고스란히 푸름이와 어린이한테 보여질 뿐 아니라 이어집니다. 어른들이 정치꾼을 뽑는 매무새는 고스란히 푸름이와 어린이한테 알려질 뿐 아니라 물려집니다. 어른들이 동네를 가꾸는 모습이 고스란히, 어른들이 일터와 배움터와 나라를 일구는 모습이 고스란히, 어른들이 이웃돕기를 하고 동무를 사귀는 모습이 고스란히, 우리 푸름이와 어린이한테 이어집니다.
아이들이 살아갈 곳은 어른들이 살아가는 곳이고, 아이들이 숨쉬는 자리는 어른들이 숨쉬는 자리입니다. 모두 같은 사람이요 모두 같은 벗이며 모두 같은 목숨입니다. 이러한 이음고리를 깨달을 때, 아이들 삶이며 어른들 삶이며 나아집니다. 어른들 스스로 제 삶을 한껏 북돋우고 갈고닦을 때, 아이들은 새로운 삶을 찾고 북돋우고 갈고닦게 됩니다. 어른들 스스로 나와 내 둘레 누구나 아름다움을 깨닫고 누리기를 바란다면, 아이들은 우리가 굳이 입으로 가르치지 않아도 아름다움을 제 손으로 찾고 나누고 빛내게 됩니다. 말이란, 또 글이란, 이런 우리 삶자락에 따라 저절로 추스르고 시나브로 가다듬는 생각그릇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 2009.04.30 19:49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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