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치정 스릴러 <박쥐>

구원과 용서에 대한 박찬욱식 달콤한 상상

09.05.06 13:53최종업데이트09.05.0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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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사랑에 빠진 태주와 상현 ⓒ CJ엔터테인먼트

 

<사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이후 오랜만의 신작인 박찬욱 감독의 영화<박쥐>를 두고

관객이며 평단이며 말들이 많습니다.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사실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그가 <올드보이>(2003)로 칸을 비롯한 해외 각종 영화제를 휩쓴 유명세 탓인지 그 이후 그의 인터뷰자료에서 간간이 거론되던 영화<박쥐>는 많은 궁금증과 관심을 받아왔고 국내 개봉이전에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수상여부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그의 독특한 작품세계가 <복수는 나의것>(2002), <올드보이>(2003),<친절한 금자씨>(2005)등에서 본격적으로 표출되면서 박찬욱 스타일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그의 작품은 충무로 다른 감독의 작품과 확연하게 차별화되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박쥐>역시 박찬욱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만들지 못했거나 만들지 않았을 작품입니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은 차치하고라도 평론가, 기자들 조차도 영화에서 본 내용을 정리하지 못해 고심하는걸 보면 이번에도 박찬욱표 스타일은 쉽지않은 내용이 분명합니다. 사실, 박감독의 작품을 너무 철학적, 종교적으로만 해석하려고 하니 어렵게 느껴지는게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평단마다 관객마다  견해차이가 존재하겠지만 개인적으론<박쥐>는 용서와 구원이란 화두를 완성시키기 위해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한껏 노출시킨 치정스릴러물이란 생각입니다.

 

위험한 욕망에 휩싸인 신부 상현(송강호)과 태주(김옥빈)는 영화속 핵심축입니다. 한사람은 신부로 한사람은 가정주부이지만 현실의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연한 만남, 서로에게 이끌린 이들의 만남은 억제할 수 없는 성적욕망의 분출로 이어집니다.

 

성적 일탈을 꿈꾸는 두사람에게 두사람의 만남을 방해하는 사회의 규범은 깡그리 부셔버리고 싶은 장애물일뿐입니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수 없는 수많은 장애물들을 제거해주는 해소제가 바로 뱀파이어가 가진 괴력입니다. 뱀파이어가 되어 밤하늘을 비상하는 두사람의 모습은 규범에서 벗어나고픈 인간군상의 내면세계를 비유적으로 풍자하는듯 합니다.

 

뱀파이어의 힘을 빌려 사랑을 이루고 죄책감에 시달리다 결국 파탄에 이르게 되는 이들의 모습은 역설적이게도  매우 권선징악적입니다. <박쥐>를 읽어내리는 여러가지 코드가 있겠지만 결국 성적유혹앞에 노출된 나약한 인간군상과 그들의 내면적 고통과 속죄의 과정이란 점에서 지켜본다면 무리가 없을듯 합니다.

 

두 주연배우의 열연, 주목할 만 해

 

이상한 부부 태주와 강우 ⓒ CJ엔터테인먼트

 

함께 연기한 여자배우를 더욱 빛나게 하는 송강호의 연기는 <박쥐>에서도 변함이 없지만

연기 그자체에 모든걸 던져버린듯한  태주역 김옥빈의 헌신은 <박쥐>가 포착해낸 또 하나의 성과입니다.

 

최종선택을 앞두고 신자들앞에서 자신의 한계와 나약함을 보이기 위해 나신을 선택한 송

강호의 연기 역시 논란에 비하면 별 무리가 없습니다. 개봉전부터 말이 많았던 그의 나신연기가 상업적 코드로 해석되는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영화를 관람한 관객이라면 모두 알 수 있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 시리즈를 관람한 관객들이라면 <박쥐>에 대한 섣부른 기대감이나 무한 거부감을 가질수도 있겠지만 기존 복수시리즈에 상업성을 좀 더 가미해 매끈하게 버무린 영화가 <박쥐>라고 보는게 좋을듯 합니다.

 

<박쥐>는 박찬욱 감독이기에 만들수 있는 영화입니다. 섬뜩한 표현속에 코믹함을 버무리다 보니 모험적 성격이 더 짙어진 그의 색다른 시도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더욱 더 궁금해집니다.

2009.05.06 13:53 ⓒ 2009 OhmyNews
박쥐 한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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