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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투선수보다 탤런트가 더 배고프고 초라하다"

47세 무명 탤런트의 복싱 컴백 선언을 보며

09.05.13 17:11최종업데이트09.05.1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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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세의 연기자가 링에 복귀를 선언해 화제다. 주인공은 전직 복서 출신 탤런트 조성규. 그는 아마추어 시절 전국체전 금메달을 땄고, 1981년부터 1990년까지 프로복서로 활약하며 24전 20승(13KO) 1무 3패를 기록했던 프로 복서였다. 은퇴 후 1991년부터 KBS 일일드라마 <가시나무 꽃>으로 데뷔해서 <사랑이 꽃피는 나무>, <젊은이의 양지>, <야망의 전설>, <대조영>, <쩐의 전쟁>(케이블TV) 등에 출연했다.

그는 최근 한국권투위원회 김철기 회장을 만나 복귀할 뜻을 알렸고, 이에 대해 김 회장은 환영한다고 받아들였다고 한다. 조성규는 자신의 홈페이지(www.chosungkyu.com)를 통해 링에 복귀하는 이유를 알렸다.

대조영에 출연했던 조성규 (출처 조성규 홈페이지) ⓒ 조성규


한마디로 헝그리 복서로 활동하던 때보다도 더 배가 고파서란 얘기다. 자신이 속한 KBS 극회원 600여 명 중 일주일 동안 방영하는 드라마는 평균 7편 정도이고, 이 중 고정배역은 편당 20명 선이라고 한다. 하지만 KBS 탤런트(극회원)가 캐스팅되는 경우는 5~6명이니 대부분의 연기자들은 생활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복싱으로 돌아가겠다고 한다.

그는 헝그리 복서시절을 다음과 같이 회고하고 있다.

"1981년 프로 데뷔전에서 받은 개런티 4만원 중에 매니저 몫이 2만원, 내 몫이 2만원인데, 1만원은 현금으로 나머지 1만원은 시합날 '알아서 팔아서 돈을 만들어 가지라'며 입장권으로 받았다. 그 현금 1만원도 체중감량을 위해 가불한 사우나비와 돼지고기 값을 제하고 나니 라면 두 박스가 전부였다."

과연 그가 복싱계 컴백을 통해 무엇을 얻어갈 수 있을까? 그가 데뷔전 출전료로 1만원 받았던 상황은 28년이 지났음에도 변한 게 없다. 올해 신인왕전 출전료는 20만원이었고 선수 몫은 11만원이었다는 걸 알고 있을까? 20년만에 링에 복귀한 47세 복서의 상대는 누가 될 것이며, 대전료는 얼마를 줄지 궁금하다. 또한, 그가 정말로 시합에 나선다면 시합에 앞서 반드시 건강검진을 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단순히 경기 직전에 현장에서 혈압 재고 개안검사로 끝낼 게 아니라, 일본이나 미국처럼 뇌 CT촬영을 해야만 할 것이다.

47세의 나이로 20년만에 복귀를 선언한 조성규 ⓒ 조성규


그는 복싱 컴백 선언만으로도 많은 이들로부터 주목을 받았고 이미 상당한 홍보효과를 거둔 셈이다. 물의를 일으켜가며 노이즈 마케팅을 일삼는 다른 연예인에 비하면 그의 마케팅 전략은 신선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복싱이 더더욱 초라해진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지난 2월 세계챔피언을 지냈던 51세 동갑내기 김태식과 박찬희의 라이벌전도 의사의 소견에 따라 티셔츠를 입고 링에 올라 싸우는 흉내만 내는 이벤트로 그치고 말았다.

19년간 링을 떠났던 47세의 탤런트가 복싱에 복귀한다는 울분에 한국권투협회에서는 대환영의 뜻을 전했다는데 과연 그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어떤 경기를 펼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과연 그가 배고픈 탤런트 생활 대신 복싱으로 생활고를 해결할 수 있을까?

조성규씨가 홈페이지에 올린 글 전문
내 전직은 권투선수다

짧지 않은 15여 年 동안, 아마추어 39 戰과 프로 24 戰을 싸워온 복서다.
내게도 파란만장이라는... 아니, 내게 그 말이 어울릴지는 모르겠으나
어쩌면, 일곱 색깔 무지갯빛의 내 인생을 드라마 속에서 보여주고자 탤런트라는 직업을 선택한 지도 어느새 20年이란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난... 그 20年이란 기나긴 공백을 깨고 사각의 링에 다시 서려고 한다.
이유도 간단하다. 배가 너무 고파서다.
복서시절엔 권투선수가 너무 배고파 가끔은 목 터져라! 서럽게 울곤 했는데 탤런트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지금의 내 드라마 인생을 돌아보니, 헝그리 복서로 살아온 인생보다도 더 춥고 배고프고 초라하다.

남들이 생각하는 탤런트! 일부분이 아니라! 대부분의 연기자들 생활고가 아주 심각하다.
그 이유는, 그들이 연기를 못 해서가 아니라! 연출자의 생각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그들이 뽑아놓은 탤런트(극회원)는 외면하고 듣지도 보지도 못한 애들을 캐스팅하는 습성이 바뀌지 않는 한, 극회원 뱃속의 꼬르록 소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KBS에서 일주일에 방영하는 드라마 편수는 7편 정도다. 예전에 많게는 14편까지도 제작을 했으나 요즘은 외주사에서 제작을 한다. 또한, KBS 사장이 바뀌고서 제작비 절감차원에서 많이 줄어들었다. 사극을 제외하고 드라마의 편당 고정배역이 20명선이라고 봤을 때 KBS 탤런트(극회원)가 캐스팅되는 경우는 편당 5~6명 선이다. KBS 극회원이 600명이나 되는데 고작 서너 명에서??? 씨뿌럴~ 이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나!

이건,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연기자를 만땅 뽑아놓고 나 몰라라 하는 무책임한 인간들의 현주소다. 그렇다면, 누구나 할 것 없이 푸른 꿈을 안고 방송국에 들어왔을 그 많은 탤런트는 어디에서 뭘 먹고 살아야 하나?

내가 링에 다시 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 "배가 너무 고프니깐,"
권투선수라고 하면 아직도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헝그리' 스포츠다. 헝그리 복서였던 권투선수가 너무 배가 고파 권투선수가 아닌 탤런트가 됐는데 알고 보니, "권투선수보다 탤런트는 더 배고프고 초라했다." 아!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그래서 난, 글러브를 다시 끼기로 다짐했다.
헌데 참 두렵다. 사각의 링에 다시 서야 한다는 것이,~
맞아 죽는 건 아니겠지!


조성규 복싱 한국권투위원회 김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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