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미달' 사학들, 자율형사립고 무더기 신청

서울 제외한 전국 18개 지원 학교 중 3개교만 기준 충족

등록 2009.06.15 19:31수정 2009.06.1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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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필두로 자율형사립고 선정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서울을 비롯한 10여 개 시도가 이미 신청 접수를 완료하고 최종 선정을 위한 심사 작업에 들어간 상태이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 학교들이 자율형사립고 지정을 위한 최소 기준인 등록금 대비 재단전입금 광역시 5%(경기도 포함) 또는 도단위 3%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함량 미달 무자격 사학, 무더기로 자율형사립고 신청

a  자율형사립고 신청 접수 결과 교과부의 예상보다 훨씬 적은 학교들이 신청하고 있고, 그 중 대부분이 자율형사립고 최소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드러나 탁상공론과 귀족학교에 대한 우려가 사실로 증명되고 있다.

자율형사립고 신청 접수 결과 교과부의 예상보다 훨씬 적은 학교들이 신청하고 있고, 그 중 대부분이 자율형사립고 최소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드러나 탁상공론과 귀족학교에 대한 우려가 사실로 증명되고 있다. ⓒ 김행수


6월 13일 현재 11개 시도에서 진행된(일부 진행 중) 자율형사립고 신청 학교 접수 결과, 서울 33개교를 포함하여 51개교가 신청하였다. 이 중 서울의 33개 지원교 중 20개 학교가 기준 미달인 것을 비롯하여 전체 35개교가 최저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여 전체의 67%가 기준 미달임이 드러났다. (자세한 내용은 2009년 6월 4일 기사 "재정자립도 1%도 안되면서 자사고? '간 크네'" 참조)

서울을 제외하면 전국 18개 희망학교 중 단 3개 학교(17.7%)만 기준을 충족시키고 있으며, 기준을 충족시키는 학교가 단 하나도 없는 시도가 대부분인 형편이다. 따라서 교과부가 공언하고 있는 2009년 30개, 2010년 60개, 2011년 100개 설립은 애초부터 달성하기 어려운 탁상공론이 될 가능성이 많아졌다.

전입금 0.1%도 신청... 신청한 것으로 만족?

전국적으로 자율형사립고를 신청한 학교 대부분이 지원 자격 미달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그나마 재정 상태가 건전하고 명문학교로 이름난 학교들이 자율형사립고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신청한 학교도 예상보다 훨씬 적고, 신청학교들의 재정 상태 역시 부실 투성이였다. 이로써 향후 자율형사립고 추진으로 그 부담이 고스란히 학부모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6월 13일 현재 자율형사립고를 신청한 학교(또는 일부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곳도 있음)들의 학교 알리미를 통하여 공개된 2008학년도 회계 자료를 분석해 본 결과 서울을 제외한 전국 18개 지원학교 중 단 3개교만이 자격을 충족시키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a  인천, 제주 등은 자율형사립고 신청학교가 아예 없고 나머지 시도들도 한두개 채우기가 힘든 상황이다. 전국 자율형사립고 신청 학교 18개 중 재정 기준을 충족시키는 학교는 3개 정도밖에 안 된다. 부실한 재정은 고스란히 학부모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인천, 제주 등은 자율형사립고 신청학교가 아예 없고 나머지 시도들도 한두개 채우기가 힘든 상황이다. 전국 자율형사립고 신청 학교 18개 중 재정 기준을 충족시키는 학교는 3개 정도밖에 안 된다. 부실한 재정은 고스란히 학부모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 김행수


인천과 제주는 신청 마감 기한이 지났는데 현재 한 학교도 신청 학교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현재 신청을 받고 있는 대전, 울산, 강원, 충북, 전남 등 5개 시도도 현재까지 신청한 것으로 알려진 학교는 없다.


부산에서는 두 개 학교가 신청하였지만 동래여고는 자격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0.1%이며, 해운대고는 기존에 자립형사립고로 운영하다가 부담을 느껴 자율형사립고로 전환을 신청한 학교이기 때문에 실제로 자율형사립고로 전환되는 학교는 없는 것과 다름없다.

대구에서도 계성고, 경상고, 영진고, 소선여중 등 4개교가 자율형사립고 전환을 신청하였으나 계성고만이 자격 요건을 충족시킬 뿐 나머지 3개교는 자율형사립고 기준인 전입금 5%에 턱없이 모자라는 부실 재정이 발목을 잡고 있다. 그나마 계성고도 등록금을 3배 가까이 인상해야 겨우 운영할 수 있는 사정이다.

광주의 문성고와 송원고 역시 재정 상태가 자율형사립고 신청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는 점에서 자격 미달이다. 경남은 창신고, 경북은 김천고가 신청하여 체면치레를 하는 듯하였지만 둘 다 최소 기준인 3%는커녕 전입금 비율이 0.5%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에서 자율형사립고를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던 익산 남성고와 군산 중앙고 역시 전입금 비율이 각각 0.1%와 0.3%로 드러나 심사 통과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충남에서 유일하게 이름이 오르내린 천안북일고는 자율형사립고가 아니라 자립형사립고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져 신청교가 하나도 없다. 천안북일고도 자립형사립고로 전환할 경우 등록금의 25%인 재단전입금 비율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는 현재 신청이 진행 중인데 5개 학교가 신청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평준화 교육 확대를 공약으로 내건 김상곤 현 교육감이 귀족학교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여 자율형사립고 설립 기준을 재단전입금 5%와 등록금 2배 이내로 제한함으로써 이들 학교 중 분당대진고를 제외하고는 이 기준을 모두 충족시키는 학교가 거의 없을 것 같다.

결과적으로 2008년 기준 자율형사립고 신청 조건을 충족하는 학교는 서울을 빼면 전국을 통틀어서 3개교밖에 없다.

민주노동당 전 국회의원인 최순영 의원실의 2007년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6년 기준으로 자율형 사립고 기준을 만족시키는 학교는 3개교에 불과하며, 2006년과 2008년 기준을 모두 만족시키는 학교는 대구 계성고가 유일하다. 그나마 계성고도 2006년의 경우 등록금을 5배 인상하여야 하고, 2008년의 경우 3배 가까이 인상해야 운영이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토리 키재기... 결국 부담은 고스란히 학부모에게

도단위 지역의 경우 재단 전입금 3%는 현행 법의 재단 법정 전입금만 납부하여도 충족하는 조건이다. 10개 반을 운영하는 학교의 경우 1년에 1억 5천만 원 내외면 3%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재정이 튼튼한 것으로 알려진 지방의 자율형사립고 신청 학교가 대부분 현행법의 이 최소한의 기준도 지키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들 부실 영세 사학들이 자율형사립고가 되면 만성적인 재정 문제에 시달리거나 등록금을 대폭 올리는 것 외에 특별한 방법이 없을 것이다. 자율형사립고가 만성 적자에 시달리며 교육환경이 오히려 더 열악해지는 상황에서 결국 등록금 상승 외에는 대안이 없어 보인다.

자율형사립고 신청 학교 명단이 공개되면서 이래저래 자율형사립고가 귀족학교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래도 교과부와 사학들은 자율형사립학교를 계속 고집할 수 있을까?
#자율형사립고 #탁상공론 #재단전입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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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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