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치? 한 달이면 걱정없어요~"

[인터뷰] 부부노래강사 강민영, 임영애씨

등록 2009.06.18 17:06수정 2009.06.1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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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강민영 임영애씨와 아들

강민영 임영애씨와 아들 ⓒ 박창우

강민영 임영애씨와 아들 ⓒ 박창우

 

회식 후 빠지지 않는 노래방에서 홀로 앉아 홀짝홀짝 맥주만 축낸 당신이라면, 마이크를 손에 쥐는 것이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는 당신이라면, 아마 한 번쯤은 이 곳 문을 노크해봤을 것이다. 음에 대한 감각이 둔하고 목소리의 가락이나 높낮이 등을 분별하지 못하는 상태를 일컫는, 혹은 그런 사람을 뜻하는 '음치'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곳, 음치클리닉 센터다.

 

'클리닉'이니 '센터'니 하는 외래어 보다 '노래교실'로 더 잘 알려진 이곳에는 가수 뺨치는 노래실력과 개그맨을 능가하는 유머감각으로 대중들의 노래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사람들이 있다. '노래가 있어 행복하다'고 말하는 이들은 바로 노래에 대한 끼와 열정으로 무장한 노래강사다.

 

그중 부부가 같이 노래교실을 운영하며, '부부 노래강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는 노래교실이 있다고 해 찾아가봤다. 전주 금암광장 쪽에 위치한 '강민영&임영애 노래교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 노래강사는 바로 강민영(47)씨와 임영애(49)씨 부부였다.

 

"어린 시절부터 노래엔 끼가 있었죠"

 

던진 질문에 대답하는 목소리마저 범상치가 않은 이들. 노래는 역시 타고난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들 부부는 어렸을 적부터 자신들이 노래에 소질이 있음을 알았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는 합창부였고, 어린이 노래자랑을 보면 내가 더 잘 부르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죠. 그러다 17살 때 동창들이 개최한 동네 가요 콩쿨대회에서 실질적인 1등을 했어요. 상품을 아끼기 위해 주최측에서 정한 수상자를 제외하고는 제가 가장 높은 수상을 했죠.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는데 떨리지도 않고 잘 불러지는 것을 보고 이쪽으로 소질이 있음을 알았다고나 할까요?(웃음)"

 

어린 시절을 추억하던 임영애씨의 대답이다. 평소에는 내성적인 성격 탓에 사람들 앞에 나서지도 못하고 발표도 잘 못했는데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니 그런 게 다 없어지더라는 것이다. 물론 노래에 대한 기본적인 실력이 있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저는 학교에 들어가기 전 꼬맹이 시절부터 동네 어르신들 옆에 앉아 창이며 판소리를 듣곤 했다고 해요.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소풍가서 눈물젖은 두만강을 불렀고요. 하지만 그 시절에는 소리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 '딴따라'라고 해서 부모님이 별로 안좋아 했거든요. 소질은 있었지만 그쪽으로 나갈 생각은 하지 않았죠."

 

강민영씨 역시 어렸을 적부터 소풍가면 꼭 앞에 나가 노래를 불렀을 정도로 남다른 재능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소질이 있다'에 그쳤지 노래를 업으로 삼지는 않았다. 이들이 다시 노래를 하기까지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그 중 강민영씨의 사연이 자못 흥미롭다.

 

연극을 꿈꾸며 예술을 노래하다

 

"전 원래 연극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사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연극에 반 미쳐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죠. 교회 다니며 혼자 성극 1인 드라마 시나리오도 썼다니까요."

 

강민영씨는 고등학교 시절, 지금은 작고한 추성웅씨의 '빨간 피터의 고백'이라는 1인극을 보고 그야말로 연극에 꽂혔다고 한다. 하지만 기술을 배워야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다는 당시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고등학교 2학년 때 이과를 선택하게 되었고, 연극은 그에게 점점 멀어져만 갔다.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에 올라갔어요. 봉제공장과 가락시장 등에서 일하고 주말이면 항상 대학로를 찾았죠. 길거리 콘서트와 길거리 연극을 보고, 또 거기서 생각이 비슷한 친구들을 사귀고, 밤새 막걸리를 마시며 인생과 예술을 논하곤 했죠. 덕분에 연극에 대한 꿈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그렇게 20대를 보내던 강민영 씨는 1989년 익산으로 내려와 본격적인 연극을 위해 극단을 만들었다. 20여명의 단원들을 챙기며, 2년간 3개 작품을 무대에 올렸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저는 정말 연극이 그렇게 힘든 일인줄 몰랐어요. 단원들 먹이고 작품 올리는 게 장난이 아닌 거예요. 그나마 시골 집에서 쌀을 보내줘 끼니는 해결했는데, 작품을 그냥 무대에 올리는 것은 아니잖아요. 돈이 필요하죠. 그래서 시작한 게 노래 강습이었어요."

 

배우로서 무대에 서고 싶어 극단을 만들었지만, 정작 자신은 무대에 오르지도 못하고 단원들을 위해 생업전선(?)에 뛰어 들어야 했던 강민영씨는 1991년 익산 문화센터에서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노래 강습은 물론이고 각종 지역 축제를 돌며 '오부리 MC'까지 맡았다. 노래도 하고 MC도 보고 가르치기도 하고. 돈을 벌기위한 그의 사투는 극단이 해체 되면서 결국 그 자신의 직업이 돼버렸다.

 

노래교실 시작, 그리고 만나는 두 사람

 

강민영씨는 1993년 전주로 와서 본격적인 행사 MC로 나섰다. 지역 이곳저곳에 각종 행사가 많았던 덕에 그는 친구와 함께 프로덕션을 만들고 행사 전문 일을 해나갔다. 그런데 즈음하여 그에게 노래를 배우고 싶다는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의뢰 건수가 많다고 느낀 그는 1997년 음치 클리닉을 개설했다.

 

그의 첫 노래교실은 '룰루랄라 싱싱(sing sing) 노래교실. 이름에서부터 1990년대 분위기를 그대로 전해주는 듯하다. 그렇게 노래강사로 전업을 시도했을 무렵, 강민영씨와 임영애씨의 만남이 이뤄진다.

 

"1998년도 였어요. 제가 교차로에서 추죄한 교차로 노래자랑 심사위원장을 맡았는데, 그 해 가요제 대상이 임영애 선생님이었어요. 노래라는 공통 분모가 있어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친해질 수 있었죠."

 

서로 간에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쓰는 이들 부부는 1999년부터 함께 노래교실을 운영해 왔고, 현 위치(금암광장)에서는 지난 2004년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강민영씨와 마찬가지로 임영애씨 역시 타고난 노래실력과는 별개로 다른 일을 해오다 30대 중후반에 이르러서야 가수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고, 강민영씨와의 만남 이후 노래교실 강사를 겸하는 중이다.

 

강민영 & 임영애 노래교실

 

"사실 남자와 여자는 목소리가 달라서 이들을 같이 가르칠 수 없거든요. 남자는 남자가 여자는 여자가 가르쳐야 하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우린 둘은 딱이죠. 부부가 함께 노래 강사로 활동하는 거는 아마 우리가 최초가 아닐까 해요. 부부노래강사 1호인 셈이죠."

 

이들 부부는 서로 같이 노래교실을 운영하는 거에 있어서 상당한 자부심을 보였으며, 또 자신들의 일에 매우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래교실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래를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쳐 주는 것은 단순하게 노래 실력을 향상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삶에 자신감을 심어주는 거와 마찬가지죠. 그래서 수강생들의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보면 더없이 기뻐요."

 

현재 강민영 & 임영애 노래교실에는 약 30여명이 수강생이 노래를 배우고 있다. 주부, 직장인, 자영업자가 주로 노래를 배우러 온다. 물론 더 잘부르기 위해서다.

 

이들 부부에 따르면, 남자의 경우 한 달(8~10시간)이면 음치 탈출에 성공할 수 있고, 여자는 두 달~석 달(18~20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노래를 업으로 하는 사람의 경우 타고난 목소리가 중요하지만, 일반인의 경우에는 짧은 시간으로도 일정 부분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노래 때문에 먹고 살고 있고, 노래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인정 받을 수 있었고, 또 노래 때문에 자부심을 가지고 산다는 이들 부부. 어렸을 적 타고난 노래에 대한 '끼'가 이제야 빛을 보는 모양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선샤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6.18 17:06ⓒ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선샤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음치 #노래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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