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개정 합의해 놓고"... "무슨 합의했나"

윤증현-이영희 장관 vs. 정세균-박병석 '설전'

등록 2009.06.25 19:05수정 2009.06.2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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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정세균 민주당 대표.

정세균 민주당 대표. ⓒ 남소연

정세균 민주당 대표. ⓒ 남소연

25일 오후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처리를 놓고 날카로운 설전을 벌였다. 이날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웃으며 만난 두 사람은 자리에 앉자마자 '뼈 있는 말'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배석한 박병석 민주당 정책위의장과 이영희 노동부 장관도 '100만 실업 대란설'을 놓고 논쟁을 벌였다.

 

포문은 정 대표가 열었다. 정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이 장관을 향해 "현재 비정규직법은 정권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정부와 여야가 합의해서 만든 것"이라며 "정부는 대규모 실업 사태를 걱정하는데, 지금 와서 그걸 걱정하기보다는 야당 주장대로 미리미리 준비를 좀 했으면 좋지 않았겠느냐"고 정부의 늑장대응을 탓했다.

 

이영희 장관도 지지 않았다. 이 장관은 "비정규직 기간제 적용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지만, 노동부에서는 진작부터 문제제기를 해 왔다"고 늑장대응 지적을 받아쳤다.

 

이 장관은 또 "이 법을 노동부가 발의했지만, 정치적 과정 통해서 현행법이 만들어졌고, 2년 뒤에는 상당히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그때부터 논의돼 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법이 사회적 합의가 됐다지만, 당시에는 이 법에 대해 정부도, 경영계도 찬성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이영희 "당장 71만 명 실업" - 박병석 "당정협의 자료엔 37만 아니냐"

 

a  이영희 노동부 장관

이영희 노동부 장관 ⓒ 유성호

이영희 노동부 장관 ⓒ 유성호

아울러 이 장관은 '100만 실업 대란설'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업대란설로 국민을 협박한다"는 민주당의 주장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 장관은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이미 87만 명이 2년 기간을 경과한 기간제 근로자"라며 "그 중 제외대상자를 뽑고 대강 산출하면 71만 명이 남는데, 이 사람들이 현재 정규직이 되느냐 해고되느냐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과장해서 얻을 게 없다, 객관적인 사실이다"라고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그러자 이 장관의 주장을 듣던 박병석 의장이 정 대표를 거들고 나섰다. 박 의장은 "우리가 정규직 전환 지원금을 매년 1조2000억 원씩, 3년간 3조6000억 원을 마련하자고 노래를 불렀는데 정부가 개정안을 낸 것은 4월이었다"면서 "4월에 법안 제출을 해놓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문제 있다)… 정부가 그 동안 뭐했냐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공격했다.

 

박 의장은 또 "노동부 고위관계자들이 100만 실업대란을 말해 온 것은 사실 아니냐"면서 "그런데 정부와 여당 당정협의 자료를 보면 (실업자가) 37만 명으로 돼 있었다, 어떻게 된 것이냐"고 따졌다.

 

이 장관이 지지 않고 "그것은 71만 명 말고 추가로 8월, 9월에 2년차가 되는 사람들의 숫자"라고 반박하자 박 의장은 "백번 양보해서 (7월 실업자가) 71만 명이라고 해도 공개적으로 노동부의 관계자들이 TV에 나와 100만 실업대란이라면서 국민들을 협박하지 않았느냐"고 거칠게 몰아붙였다.

 

이 장관도 계속해서 "71만 명을 넘어 추가로 실업자 37만 명이 발생하면 100만 명이 된다"고 반박했다.

 

윤증현 "법개정 합의" 주장에 정세균 '발끈'

 

a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자료사진).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자료사진). ⓒ 남소연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자료사진). ⓒ 남소연

논박이 이어지자 이번엔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이 민주당을 공격하고 나섰다. 윤 장관은 "금년도 하반기 6개월은 1180억 정규직 전환 지원금이 추경예산에 반영돼 있다"면서 "추경예산 편성 때 이 예산을 집행하기 위한 부대조건으로 비정규직법에 대한 개정을 전제로 했다"고 주장했다.

 

윤 장관은 또 "7월 1일까지 법 개정이 없으면 당장 이 예산을 집행하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윤 장관이 '합의를 전제로 한 추경예산편성'을 주장하자 정 대표가 발끈했다. 정 대표는 "추경을 편성할 때 부대조건에 대해서 민주당은 합의한 적 없다"면서 "1185억의 예산을 편성할 때 정부 요구처럼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연장한다든가 하는 조건은 일체 없이 예산을 편성했다"고 반박했다.

 

네 사람의 설전은 이후 비공개 회의에서도 이어졌다. 윤증현-이영희 장관은 비정규직법 개정에 대한 민주당의 협조를 요청하러 왔지만 1시간 30분 동안 만남을 가진 뒤 별다른 소득 없이 돌아섰다.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3당 간사와 한국노총, 민주노총 위원장들의 모임인 '5인 연석회의'는 비정규직법 개정안 처리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 막판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24일 '비정규직법 2년 유예안'에서 1년을 더 늘린 '3년 유예안'을 들고 나와 민주당의 반발을 샀다.

 

하지만 민주당도 마냥 법안 처리를 미룰 수는 없는 처지다. 따라서 민주당은 비정규직법 시행을 1년 유예하면서 내년 정규직 전환 지원금을 대폭 늘리는 수정안을 5인 연석회의에 제출했다.

 

5인 연석회의는 27일 다시 회의를 열고 막판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2009.06.25 19:05ⓒ 2009 OhmyNews
#비정규직법 #윤증현 #정세균 #이영희 #박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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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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