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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영화속 매혹적 시퀀스 <킹콩을 들다>

09.07.06 10:21최종업데이트09.07.0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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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한 주인공 영자 ⓒ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영화 <태풍>(2006)의 조감독 출신인 박건용 감독의 장편데뷔영화<킹콩을 들다>는 역도를 주제로 한 스포츠영화입니다. 인기종목과 비인기 종목의 구분이 너무나 뚜렷한 대한민국에서 오랜 세월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견뎌내야 했던 '역도'를 소재로 한 스포츠영화지만 그 이면에 흐르는 기조는 따스한 인간애입니다.

 

스포츠종목을 소재로 한 영화가 국내에서 흥행성공에 이르는 길은 매우 험난합니다. 소재의 특성상 극적인 스포츠장면 묘사가 쉽지 않은데다가 <불의 전차>(1981)처럼 스토리와 영화음악의 합일을 통해 관객에게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키기가 만만찮기 때문입니다.

 

 <킹콩을 들다>는 실화를 모티브로 각색한 영화입니다. 2000년 전국체전에서 14개의 금메달을 딴 순창고 역도부와 코치의 이야기가 기본 소재로 영화속에선 당시 그들이 느꼈을 슬픔과 분노 그리고 감동이 녹아 있습니다.

 

 서울을 제외하면 지방 모든 도시는 시골로 불려지는 기막힌 요즘 현실에서 전라도 보성은 당연히 시골임에 분명하지만 시골에서조차 소외된 아이들이 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역도부에 모여든 그녀들은 지나간 88올림픽 역도 동메달리스트 이지봉(이범수) 선생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됩니다.

 

 영자, 현정, 수옥, 여순, 보영, 민희 6인방이 바로 그 천진난만한 지망생들입니다. 역도부선생으로 부임하긴 했지만 역도를 가르칠 마음이 전혀 없는 선생과 여러 가지 이유로 역도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6명의 소녀들이 가는 길에는 유난히 걸림돌이 많습니다.

 

열연이 돋보이나 신파적 구타신은 사족

 

훈련중인 선수들 ⓒ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스포츠 영화가 흥행하려면 몇가지 공식이 필요합니다. 가까운 사례로 임순례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을 분석해 본다면 스포츠 영화의 흥행공식을 몇 가지나마 읽을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것은 스토리가 감동적이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킹콩을 들다>는 역경을 딛고 일어선 시골소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감동적입니다. 코믹위주의 초반 스토리 전개가 후반부로 이어지면서 고난을 딛고 일어서는 그녀들의 이야기로 인해 관객들의 눈물샘을 쉼없이 자극합니다. 특히 주연배우인 영자역의 조안은 급격히 불린 몸매도 몸매지만, 신인연기로 보기엔 수준급의 연기를 소화해 냅니다.

 

어린 나이에 닥친 삶의 시련을 운동으로 그리고 열정으로 이겨내는 스토리를 풀어야할 영자역에 조안은 적역입니다. 이지봉 선생역을 맡은 이범수는 6인방 소녀들의 무한열정을 이끌어내는데 부족함이 없고 감초 조연역을 맡은 교장역의 박준금과 교감역의 우현은 자칫 무거워질 영화의 분위기조절에 탁월한 캐스팅입니다.

 

 두번째는 스포츠영화의 극적상황을 보여주는 시퀀스가 중요합니다. <킹콩을 들다>는 운동 초보들의 무모한 도전이 보여주는 돌발적인 상황과 안타까움, 피나는 훈련을 통해 마침내 세상을 들며 포효하는 모습등을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역도라는 정적인 운동을 동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감독이 많은 고심을 했음을 증명하는 시퀀스들이 영화속에 많이 보입니다. 

 

 하지만 <킹콩을 들다>에서 가장 매혹적인 시퀀스는 엔딩신에 숨어있습니다. 그녀들이 킹콩으로 불렀던 이지봉 선생을 보내는 신에서 노을진 산을 배경으로 산에 오르던 중 하늘 높이 그를 들어올리는 장면들은 슬픔과 분노 그리고 스승에 대한 애정이 함께 녹아있는 가장 매혹적인 시퀀스입니다.

 

 세상을 들고자 했던 그녀들의 도전은 의외로 간단치 않았습니다. 믿고 따르던 이지봉 선생과 함께라면 세상 어떤 시련도 이겨낼 듯 했지만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혀 그녀들앞에 놓여진 후반부 현실은 꽤나 가혹합니다. 후반부에 보여지는 거친 구타신들은 영화의 매혹적인 시퀀스들을 모두 잠식하는 듯해 사족으로 보여지지만 리얼리티를 살리고자 했던 감독의 의도라면 아쉽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국내배급뿐만 아니라 해외배급을 생각했다면 이 부분은 좀 더 고민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고통을 이겨낸 인간승리의 드라마는 언제봐도 감동적이고 즐겁습니다. 하지만 인간승리의 드라마가 감동적이기 위해서는 많이 희생이 따라야 한다는 점도 <킹콩을 들다>는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미 500만 관객을 돌파한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과 버거운 경쟁을 펼쳐야할 <킹콩을 들다>의 흥행여부는 결국 스토리가 주는 감동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될 듯합니다.

2009.07.06 10:21 ⓒ 2009 OhmyNews
조안 한상철기자 킹콩을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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