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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공감과 어른들의 기억이 만나는 곳

제11회 서울 국제 청소년영화제, '필견'의 영화들

09.07.06 13:37최종업데이트09.07.0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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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기울이면'을 슬로건으로 영화를 통한 청소년과 기성 세대의 소통의 장이 될 제 11회 서울 국제 청소년영화제가 오는 9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33개국 117편의 영화가 선을 보이는 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필견'의 영화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손소영 프로그래머와 영화제 측이 공개한 추천작을 중심으로 놓치기 아까운, 그리고 이번 청소년영화제의 성격을 잘 드러낸 작품들을 소개해본다.

청소년이 나오는 영화만 상영하지 않는다

청소년영화제엔 청소년이 나오는 영화만 상영한다고? 그렇다면 글렌 거스 감독의 <외모>를 주목해보자. 이 영화는 청소년이 한 명도 나오지 않는 영화임에도 버젓이 청소년영화제에서 상영된다.

 글렌 거스 감독의 <외모>. 고도비만녀와 거식증녀의 우정을 그렸다
ⓒ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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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의 두 주인공, 리디아와 달시는 각각 고도비만과 거식증을 앓고 있다. 리디아는 물론이고 달시도 거식증으로 몸이 해골처럼 됐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살이 쪘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의 몸은 각각 반대지만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같은 문제를 가진 두 여성은 결국 마음을 열고 우정을 나누게 된다.

고도비만과 거식증으로 망가진 몸매를 가진 두 여성이 어떻게 '외모 지상주의'가 판치는 세상을 살아갈 것인가? 영화는 두 사람의 우정과 외모를 재미있게 풀어간다. 청소년과 어른이 함께 보면서 '외모 지상주의'를 이야기하며 즐길 수 있는 영화다.

한창 꿈도 많고 하고픈 일도 많은 청소년. 그러나 가난과 부모의 부재 등은 청소년의 앞날을 힘들게 한다. 그 힘든 현실을 헤쳐나가면서 청소년은 조금씩 어른이 되어 간다.

그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나고 있을까?

필리페 파라도 감독의 캐나다 영화 <맹세코 난 아니야!>의 주인공 레온은 이제 막 10살이 된 소년이다. 그러나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이 전혀 평범해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레온은 자살을 밥먹듯 시도하고 그 때마다 엄마는 그를 구해준다. 그런데, 그런 엄마가 자기의 인생을 찾겠다며 집을 나갔다. 점점 삐뚤어지는 레온은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자살을 계속 시도하는 소년을 그린 <맹세코 난 아니야!>
ⓒ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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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다큐멘터리 <상속자>는 어린이들도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하는 멕시코의 한 가난한 시골마을을 보여준다. 대대로 이어온 가난 때문에 노동을 하지만 아이들은 노동하는 중간중간에 장난을 치기도 한다. 천상 아이다. 이들의 모습을 유지니오 폴고브스키 감독은 내레이션과 대사를 최대한 절제하고 아이들의 이미지만으로 삶을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아타레이 타스디켄 감독의 터키 영화 <모모>의 두 남매는 의지할 곳이 없다. 아버지는 새 여자와 결혼하겠다며 두 남매를 할아버지에게 맡기고 할아버지마저 둘을 키울 사정이 안 된다. 계속되는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남매의 모습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부모를 잃은 아이가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환상적인 이야기 속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 사이먼 밀러 감독의 <신비의 눈꽃을 찾아서>, 소년원의 학생들이 외발자전거를 타고 국토종단에 나서는 대만 영화 <비행소년> 또한 어둠 속에서 희망의 빛을 찾는 청소년을 볼 수 있는 영화다.

유쾌한 시절, 아름다운 나날들

청소년 시기는 누구나 유쾌한 기억은 하나둘씩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스미 에이치로 감독의 <가슴 배구단>은 남학생들의 배구단 감독을 맡은 미모의 여선생 이야기다. 자신에 대한 신념을 잃은 여선생이 우승을 하면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겠다고 하자 남학생들은 여선생의 가슴을 보여달라고 한다. '성에 대한 관심'과 '우승을 향한 신념'이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며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남학생 배구부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 <가슴 배구단>
ⓒ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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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 유의 <핑퐁 플에이어>에는 프로농구 선수가 되고 싶은 중국계 미국인 왕이 나온다. 어느날 탁구 교실을 운영하는 어머니가 사고를 당하고 왕은 졸지에 탁구 교실을 운영하면서 이웃 탁구 교실을 이겨야하고 대회에 참가해 가문을 빛내야한다. 졸지에 탁구를 하게 된 왕이 벌이는 재미있는 해프닝이 기대된다.

수학여행의 기억을 떠올리고 싶다면 비비안 내페 감독의 <왈가닥 여고생들의 수학여행>도 눈여겨볼만 하다. 고등학교 마지막 수학여행에서 한 학생은 자신의 남자친구와의 문제가 불거지고 다른 학생은 친구의 남자친구와 사랑에 빠진다. 학생을 벗어나기 전에 치르는 마지막 신고식이 볼 만하다.

어린이와 가족이 볼 수 있는 영화로는 폴란드 어린이 영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안제이 말레즈카의 <매직 트리>가 볼 만하다. 썰매와 나막신, 책 케이크를 소재로 세 가지의 환상적인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는 아이들에게 '기적의 신기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형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개구리알을 구하러 떠나는 동생의 모험을 그린 <개구리와 두꺼비>도 주목된다. 숲 속에서 갖가지 동물과 곤충들을 만나는 동생의 경험을 통해 아이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자연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영화제 중에는 변사가 자막을 읽어주는 버전으로도 볼 수 있다.

외모, 성, 임예진... 무궁무진한 '소통의 소재'

 70년대 국민여동생 임예진이 출연한 <진짜 진짜 잊지마>
ⓒ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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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에서 놓치기 아까운 영화들이 숨어있다. 한국의 70년대 청춘 영화 속에서 관객들은 70년대 '국민 여동생'이었던 임예진을 만날 수 있고 공포영화를 좋아한다면 현란한 기법이 돋보이는 오바야시 노부히코의 데뷔작 <하우스>를 볼 수 있다. 청소년의 성(性)을 청소년의 눈으로 바라보는 단편영화들도 놓치기 아깝다.

이렇게 영화제는 '청소년만을 위한 영화제'가 아니라 '청소년과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제'라는 것을 알리고 있다. 외모 지상주의던, 성(性)이던, 하다못해 '임예진'이던 청소년과 어른이 공유하고 소통할 소재가 영화제 안에 많이 있다. 청소년의 공감과 어른들의 기억이 어울려 소통을 이루는 곳, 영화제는 지금 그것을 노리고 있다.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외모 가슴배구단 임예진 맹세코 난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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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솜씨는 비록 없지만, 끈기있게 글을 쓰는 성격이 아니지만 하찮은 글을 통해서라도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글쟁이 겸 수다쟁이로 아마 평생을 살아야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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