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서면 희망이 보인다

고등학교 오빠들의 실상(?)

등록 2009.07.06 16:42수정 2009.07.0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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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발령을 인문계 남녀 공학 고등학교로 받고 내심 두려웠던 것은, 여학생들은 그래도 괜찮을 것 같은데, 기골이 장대한 남학생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였다.  초등학교를 제외하면, 여중, 여고를 거쳐, 대학에서는 간호학을 전공하다보니, 남학생들과 교류의 폭이 좁아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중학교 시절, 교회에서 활동하는 고등학교 오빠들은 내 선망의 대상이었다. 또래 남자 아이들과 달리 뭔가 진중해보이고, 깊은 생각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였던 터라, 그 여중생의 마음을 품고 기대와 설렘으로 학교를 왔건만, 내 편견은 첫 날부터 여지없이 깨지기 시작했다. 

 

   계단 난간을 의자 타고 내려오다 넘어져 절뚝거리며 보건실로 와서도 헤죽거리는가 하면, 정수기 물을 입을 대고 마시다가, 뜨거운 물 나오는 꼭지를 잘못 눌러 화상을 입고서 민망함에 고개도 들지 못하더니, 다음 날에는 그 누구보다 명랑하게 인사를 건네는 아이.

 

화 난다고 주먹으로 벽을 치고 와서는 저 주먹 세죠? 인후통 경감될 수 있도록 약을 주었더니, 진지하게 바라보다가..선생님, 이 약 맛있어요? 친구 우유 빼앗아 먹고, 줄행랑치다가 문에 부딪히는가 하면, 쉬는 시간 10분 안에 컵 떡볶이를 먹겠다고 학교 담에 거미처럼 붙어버리는 스파이더맨까지! 수업 늦으면 혼나니, 어떻게든 보건실에 들렀다가 늦었다는 알리바이를 만들려고,  분무 파스라도 뿌려야겠기에, 선생님... 예쁘세요...온 성심을 다해 뻔한 거짓말을 하는 아이들....

 

   하루면 50명 내외, 많은 날은 60명을 훌쩍 넘는 수의 아이들이 보건실을 찾아온다. 그 중 2/3가 남학생들이다. 삐고 부러지고..근처 정형외과 매출 신장에 우리 아이들이 지대한 공을 세우고 있다.

   그렇게 존경해마지 않았던 오빠들도 사실 알고 보면, 그 때 이렇게 황망한 행동의 시기를 지냈었을 터인데, 내가 그 때는 눈이 어두웠던 것이라며, 혼자서 웃는다. 중학생인 우리들 앞에서 과묵한 그 모습을 그렇게 사모했건만, 본질을 대하고 나니, 웃지 않을 수가 없다.

   다시, 허상을 비워내는 하루를 기대해본다. 부딪히고, 살아보면, 그리고 직면하면 멀리서 바라보던 짐작과 편견은 한 순간에 산산조각난다. 내리꽂는 빗줄기를 바라보니, 거침 없이 하강으로 질주하는 그 집중력과 생명력이 활활 가슴에 다시 불을 붙인다.

   현장에서 바라보는 아이들은 생명력이 넘치고, 활기차다. 그리고 그것이 아이들의 본질이라고 믿는다. 아이들의 싱싱함을 걸터들이고, 명랑함을 내리누르는 것들을 과감히 치워가는 것, 그것은 우리 어른들의 몫일테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힘이 우리 안에 분명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천자치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7.06 16:42ⓒ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천자치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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