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월급 두달치 미리주면 경제 살아나나

인천 계양구청 예산조기집행 '실적쌓기' 논란

등록 2009.07.07 18:29수정 2009.07.0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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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와 지자체가 경제 살리기 일환으로 실시하고 있는 '예산 조기집행'이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다. 인천시 계양구에서는 실적 쌓기에 급급한 나머지 공익근무요원들의 급여마저 예산 조기집행 항목으로 둔갑했다. 사진은 인천시 계양구청사.

정부와 지자체가 경제 살리기 일환으로 실시하고 있는 '예산 조기집행'이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다. 인천시 계양구에서는 실적 쌓기에 급급한 나머지 공익근무요원들의 급여마저 예산 조기집행 항목으로 둔갑했다. 사진은 인천시 계양구청사. ⓒ 이장연

정부와 지자체가 경제 살리기 일환으로 실시하고 있는 '예산 조기집행'이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다. 인천시 계양구에서는 실적 쌓기에 급급한 나머지 공익근무요원들의 급여마저 예산 조기집행 항목으로 둔갑했다. 사진은 인천시 계양구청사. ⓒ 이장연
 

이명박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며 올해 초부터 예산을 조기에 집행하고 있다. 연말에 이뤄지던 소위 '까대기' 공사라고 하는 보도블럭 교체 공사가 상반기 도처에서 시행된 것도 예산조기집행 사업의 대표적인 예다.

 

최근 이 과정에서 인천시의 한 구청이 공익근무요원들의 두 달치 급여를 미리 지급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인천시가 상반기 예산 조기집행을 독려하면서 실적을 집계하는 가운데 시행한 조치라 '실적 쌓기'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급여 선지급으로 4200만 원 규모의 예산 조기집행 실적

 

인천시 계양구청은 예산 조기집행의 일환으로 이 구청 소속 공익근무요원 120여 명에게 6월에만 3개월 치 급여를 지급했다. 5월 급여를 지난 6월 10일에 지급했으나 6월분과 7월분을 6월 30일에 또 지급한 것이다. 다음 급여인 8월분은 9월 10일에 받게 돼, 공익근무요원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급여가 없는 두 달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의 평균 급여는 23만~24만 원 내외인데, 예산 조기집행으로 인해 공익근무요원 1인당 최소 42만 원에서 최대 50만 원을 더 지급받았다. 이에 따라, 병무청에서 급여를 주는 사회봉사 분야 요원을 제외한 나머지 공익근무요원들에 대해 계양구청은 4200만원 규모의 예산 조기집행 실적을 올린 셈이다. 

 

계양구청에서는 이를 위해 공익근무요원들에게 2개월분을 미리 지급한다는 동의서를 받았으나 이 과정에서 일부 공익근무요원들이 해당 부서를 찾아가 항의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꺼번에 많은 돈을 받았다고 좋아하는 공익근무요원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다음 급여가 지급될 9월 10일까지 이 돈으로 버틸 수 있을까 걱정하는 공익근무요원이 더 많았다. 대부분 이해 못한다는 반응이었다. 그래서 찾아가 항의했다. 그 돈을 잘 쪼개서 사용한다 해도 얼마나 잘 사용할까, 다들 걱정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공익근무요원 중에는 가정형편이 곤란한 이들도 상당수 있다. 채권자들이 통장을 압류하기 때문에 통장을 돌려쓰는 공익근무요원들이 있는가 하면 급여로 생계를 이어가는 공익근무요원들도 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통장을 돌려막기 하는 동료 공익근무요원이 있다"면서 "공익근무요원들의 급여는 통상 통장으로 이체된다. 채권자들이 이를 기다려 압류하기 때문에 돌려막고 있는데 한꺼번에 큰돈이 들어오게 돼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만 원 남짓한 돈으로 식비와 교통비 등을 해결하는데 조손가정의 경우 이 돈을 생활비로 사용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이는 전형적인 '실적 쌓기'용 전시행정"

 

이에 대해 계양구청 관계자는 "예산 조기집행 차원에서 실시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통상적으로 매월 10일 지급했지만 공익근무요원 복무관리 규정에 따르면 6월 치를 6월 30일에 지급해도 무방하다. 이 때문에 7월 치만 미리 지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본인들의 동의를 받아 집행했고, 이의를 신청한 공무원은 지급을 안했다"며 "어려운 경제를 살리기 위해 국가적 차원으로 실시하고 있는 사업인 만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급했다. 여러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판단하기 나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실적 쌓기에 급급한 나머지 공익근무요원들의 급여마저 예산 조기집행 항목으로 둔갑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평화와 참여로가는 인천연대 장금석 사무처장은 "공익근무요원들의 급여가 미리 지급되면 공익들이 지역에 그만큼 많이 투자해 지역경제가 살아나나? 상식 밖의 일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면서 "공익근무요원들의 급여액 규모를 떠나 이는 전형적인 '실적 쌓기'용 전시행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공익근무요원의 급여를 앞당겨 지급하는 것도 경제 살리기 일환이라고 한다면 더는 할 말 없다"며 "결국 무리한 예산 조기집행이 공익근무요원들도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것 아닌가? 안 그래도 예산 조기집행은 곳곳에서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 하반기가 더욱 걱정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예산조기집행 #인천시 #공익근무요원 #경제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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