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사랑했다면 다 괜찮은 건가요?"

'트리플' 에서 막장 논란. 단지 소재가 막장이라서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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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영(rottypark)등록 2009.07.18 11:19

MBC 수목 미니시리즈 '트리플' 요즘 막장논란이 뜨거운 MBC 수목 미니시리즈 '트리플' ⓒ MBC


'트리플'의 막장논란이 뜨겁다. 이복 남매인 30대 '활'와 10대 '하루'의  러브 라인이 본격적으로 전개되자 시청자들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활'은 '하루'의 남자친구와 함께 하는 모습에 질투를 느끼고 '활'의 부인인 '수인'도 결혼기념일도 잊고 하루의 귀가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서 실망하는 등 상황이 본격적으로 전개됨으로써 극중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일부 시청자들은 소재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등장인물의 미새한 감정묘사에 대해 평가해야된다는 의견도 있다. 물론 일반 시청자들의 정서상 받아드리기 힘든 주제를 선택하는 것도 문제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런 주제를 예쁘게 포장만 해서 보이려고 하고 있는지 않는지 고민해볼 부분이다.

'주홍글씨'라는 작품이 있다. 나다니엘 호손이 쓴 유명한 영미문학 작품이다. 몇 년전 한석규 이은주 주연의 동명의 영화가 개봉된 적이 있다. 위대한 문학으로 평가받은 이 작품 속에는 여러가지 다양한 의미와 해석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 영화 '주홍글씨'를 함께 관통하는 메시지는 '도덕' 혹은 '제도'와 인간의 자유로운 감정인 '사랑'과의 대립과 갈등이다. 원작은 남편이 있는 헤스터와 목사인 딤스데일의 사랑 이라는 큰 틀 속에서 이 복잡한 주제를 이야기 한다. 두 사람의 사랑으로 태어난 '펄'과 이로 인해 헤스트가 받게 되는 'A'라는 주홍글씨, 결국 가슴에 'A'라는 글씨를 새기며 스스로 목숨을 끝는 딤스데일의 이야기 속에서 읽는 이로 하여금 많은 질문을 던진다.

영화 '주홍글씨'는 비슷한 주제를 좀더 복잡하고 미묘한 이야기를 폴어낸다. 김영하의  단편 소설인  <거울에 대한 명상>과 <사진관 살인 사건>을 뼈대로 한 이 작품은 사랑하는 아내와 그녀의 친구와 밀월 관계를 맺는 이기훈(한석규 분) 이 세명의 갈등 구도 속에서 과거 동성애인 관계였던 그의 아내와 최가희(이은주분)이 극을 반전시킨다. 또한 극중 형사인 이기훈이 수사하는 사진관 살인사건은 같은 맥락의 주제의 다른 이야기로 분화된다. 자신의 누드를 찍어주는 남자을 사랑하게 된 지경희(성현아 분)와 이 사실을 알게된 그녀의 남편의 살인 사건이 밝혀지는 과정이 이어진다. 그 속에서 결국 살인이라는 비극적 결말을 맺게된다. 극중 마무리에 등장하는 지경희의 '사랑했다면 다 괜찮은 건가요?'라는 대사는 극이 던져주는 무거운 이야기들을 질문으로 대신한다.

'트리플'의 이복남매의 사랑이라는 갈등 구조자체는 이런 주제 의식에 도달하고 있다. 이복 남매인 '신활'와 '하루' 이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이 이어 진다. 하루가 10대 소녀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미 부인이있는 그리고 법적으로 오빠라는 사람을 좋아한다. 오빠를 향한 감정표현은 너무 솔직하다. '활'도 마찬가지다. 이미 결혼한 몸이고 한 때 덜어져 지냈지만 그의 부인과 재결합하여 같이 살고 있는 몸이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하루를 향하는 마음 때문에 어쩔줄 몰라한다.

'활'과 '하루' 두 사람을 감정 표현의 섬세한 연출과 무관하게 이는 무거운 주제 일 수밖에 없다. 인간의 사랑이라는 감정은 때론 제도나 상황을 무시하고 달리기도 하고 그래서 결국 갈등이라는 것을 양산하기 때문이다. 이 갈등에서 어디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심각한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는 무거운 상황이다. 이를 단지 섬세하고 아름답게만 그리기만 해서는 마무리할 수 있는 그런 무게의 주제가 아니다.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에 이런 문구가 있다. '상쾌한 사랑의 공기가 보이나요' 이 드라마에서 '상쾌함'이라는 산뜻한 영상 연출과 주어진 감정과 상황에 대한 주인공들의 쿨함을 말하는 것일까?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등장인물의 애정구도에서는 '상쾌함'은 찾아볼 수가 없다. 아무리 영상이나 미사여구로 미화한다고 해도 현실을 괴리시키기만 할 뿐 그 본질을 바꾸기는 어렵다. 여기서 심각한 갈등과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문제를 던저 놓고도 끝까지 미화에만 애쓴다면 결국 현실과 동떨어진 환타지가 되고 말 것이다.  마지막에 주인공 중에 누군가가 그런 대사를 남기면서 마무리할지도 모르겠다. '사랑했다면 다 괜찮은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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