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에게 배신당한 한국노총 "이대로 당하지 않겠다"

[현장] 2만명 집결한 한국노총 공공부문 결의대회... "정책연대 재고, 노동자 대연대 투쟁 벌여야"

등록 2009.07.18 17:33수정 2009.07.1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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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한국노총 주최로 열린 '한국노총 공공부문 공동투쟁본부 조합원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정부의 일방적인 공기업 정책 중단과 비정규직 해고 중단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한국노총 주최로 열린 '한국노총 공공부문 공동투쟁본부 조합원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정부의 일방적인 공기업 정책 중단과 비정규직 해고 중단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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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일방적인 공기업 정책 중단과 비정규직 해고 중단 등을 요구하는 한국노총 조합원들. ⓒ 유성호

정부의 일방적인 공기업 정책 중단과 비정규직 해고 중단 등을 요구하는 한국노총 조합원들. ⓒ 유성호

7월 18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광장. 폭우가 퍼붓고 강풍이 불어대는 가운데 한국노총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한국노총 공공부문 공동투쟁본부 조합원 결의대회' 시작 시각인 오후 1시 30분 무렵이 되자 조합원들은 2만여 명(주최측 추산)으로 불어났다.

공공부문 공동투쟁본부는 정부의 공기업 정책 등에 맞서 지난 7월 2일 전국전력노조, 정보통신연맹, 금융노조, 철도산업노조, 공공연맹 등 5개 조직이 한국노총과 함께 만든 조직체다.

 

무대 정면에는 "해고대란 부추기는 노동부장관 퇴진하라"는 대형 펼침막이 붙었고 "이명박은 각성하라", "이명박을 규탄한다"등이 날선 구호도 터져 나왔다. 그동안 정권 및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펼쳐왔던 한국노총 노동자들은 이날 격한 구호와 발언을 통해 배신감을 드러냈다. "정책연대를 재고할 시점이 됐다"는 발언도 나왔다.

 

"대화하는 척하면서 칼 꽂는 정부... 노동부장관 사퇴하라"

 

이인상 산업인력공단노조 위원장은 "노동자 대연대"를 촉구하며 "(정부 및 여당과) 정책연대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이 그동안 정권, 여당과 정책연대를 했는데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뭔가. 공공기관이 무분별하게 통폐합되고 있으며, 비정규직 역시 양산되고, 현장의 노동조합은 말살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제 정책연대를 재고하고 민주노총과 '노동자 대연대' 투쟁을 벌여야 할 시점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늘 집회에는 한국노총 사무총장 출신으로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된 김성태 의원도 나와 있었다.


배정근 공공연맹 위원장 역시 "정부의 정책연대는 결국 노동자들을 이용해 정권의 권력을 유지하려는 속셈이었음이 여실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과연 이 정부가 노동자·농민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배 위원장은 "정책연대를 하고 있는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노동조합과 무슨 협의를 하냐'는 망발까지 했다"면서 "저런 정당이 노동자와 함께하는 정당일 수 없으며 한국노총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정부는 앞에서 대화를 하는 척하면서 등 뒤에서는 칼을 꽂는 비열한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말로는 '선진화' 운운하지만 공공부문을 희생양으로 삼아 땅바닥에 떨어진 정권의 인기를 만회하고자 하는 저급한 술수라는 것을 국민들은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위원장은 "백만실업 대란설을 유포하며 비정규직법 개정을 주장해 온 정부가 야당과 노동계에 자기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기획해고를 하고 있다"면서 "근거 없는 실업대란설 유포와 비정규직법 개악시도에 앞장섰던 노동부장관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최두환 정보통신연맹 위원장도 "정부는 공기업 선진화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노동3권과 단협을 부정하고 있으며 심지어 대졸 신입 직원의 임금마저 삭감했다"면서 "권력과 자본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노동자 서민은 안중에도 없는 이 정권에게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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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공공부문 공동투쟁본부 조합원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정부의 일방적인 공기업 정책 중단과 비정규직 해고 중단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한국노총 공공부문 공동투쟁본부 조합원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정부의 일방적인 공기업 정책 중단과 비정규직 해고 중단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한국노총 출신 한나라당 의원 "사죄하고픈 마음뿐"

 

강한 투쟁사가 이어지고 난 뒤 김성태 한나라당 의원이 단상에 올랐다. 김 의원 역시 비판의 화살을 정부로 돌렸다.

 

"집권당과 정부를 대표해 이 자리에 나왔다. 사죄하고픈 마음뿐이다. 대한민국이 선진국가가 된 것은 공기업 노동자들의 헌신과 희생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공공 노동자들부터 때려잡는 정책을 펴고 있다. 지금 MB 정권의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 좋은 일자리가 하향평준화되고 있는데, MB 정부 각료들이 잘못하고 있다. 공기업 노동자들부터 선도 해고하고 있는 비정규직 정책 분명히 반대한다. 당내에서 열심히 투쟁하고 정부에 오늘 이 열기를 잘 전달하겠다."

 

하지만 발언의 수위는 낮아지지 않았다. 김 의원에 이어 무대에 오른 구자군 신용보증기금 노조 위원장은 "사회 곳곳에서 들리고 있는 '독재타도'란 말이 여전히 유효한 구호가 되고 있다"면서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아무리 절규해도 관심조차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구 위원장은 "공기업 노동자들에게 경제 위기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며 "역사의 물줄기는 약자들의 단결로 이어져 왔음을 우리 노동자들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 결의대회에 참석한 이들은 투쟁결의문을 통해 "정부는 기획재정부를 앞세워 임금과 근로조건을 후퇴시키고 감사원과 노동부를 통해 단체협약을 개악하려 하는 등 노동법과 헌법을 스스로 유린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면서 "노동기본권과 생존권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노동조합의 깃발을 지키기 위한 결심과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천명했다.

 

이들은 또한 "정부가 비정규직 기획해고에 앞장서고 노동부장관이 100만 해고대란설을 퍼뜨리는 정부를 보면서 노동자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절망감을 느낀다"며 "정부는 철지난 '개악 타령'을 그만두고 후속대책과 정규직 전환을 위한 지원정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2만여 명의 노동자들은 오후 3시 30분 결의대회를 마무리했으며 일부 단위노조들은 여의도광장에서 자체 집회를 이어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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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한국노총 주최로 열린 '한국노총 공공부문 공동투쟁본부 조합원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정부의 일방적인 공기업 정책 중단과 비정규직 해고 중단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한국노총 주최로 열린 '한국노총 공공부문 공동투쟁본부 조합원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정부의 일방적인 공기업 정책 중단과 비정규직 해고 중단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2009.07.18 17:33 ⓒ 2009 OhmyNews
#한국노총 #장석춘 #김성태 #이명박 #이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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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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