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찌질한' 인간군상, 여과없이 보여준다

코믹 괴수 영화 <차우>

09.07.20 15:30최종업데이트09.07.2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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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의 차우 수색대 ⓒ 영화사 수작


뮤직비디오 감독출신인 신정원 감독의 영화 <차우>가 개봉했습니다. 신 감독의 2004년 첫 장편 데뷔작 <시실리2km>를 기억하는 팬들이라면 이번 영화가 어떨지는 대강 짐작할 거란 생각입니다. 신 감독은 현실과는 좀 동떨어진 듯한 마을과 등장인물들을 선정해 특정한 사건을 벌이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인간군상들의 각종 소동과 블랙 유머를 즐기는 감독입니다.

<차우>를 보고난 관객이나 평론가들의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것도 신 감독의 독특한 연출기교 탓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세상 모든 감독의 영화가 같아야 할 이유가 없다면 신 감독의 독특한 시도 역시 존중받아도 무방할 듯합니다.

엄청난 양의 3부 다이아몬드를 놓고 조폭과 귀신, 마을주민들이 피눈물 나는 싸움을 벌이던 <시실리 2km> 속 마을 이름이 시실리였다면 이번엔 식인멧돼지를 생포하기 위해 난리법석인 가상의 마을 삼매리가 영화 속 무대입니다.

마을 발전을 위해 주말농장을 운영하고 있고 범죄없는 마을이 된 지 오래인 삼매리는 외관상 행복 그 자체인 듯 보입니다. 하지만 삼매리는 무기력한 경찰과 개발업자에 빌붙어 이권을 도모하는 이장이 공생하는, 도시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삭막한 곳이기도 합니다.

그나마 겉으로 드러난 평화도 잠깐, 주말농장 프로그램이 운영중이던 마을에 토막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개발 사업을 위해 사건을 덮으려는 이들과 이장의 노력과 달리 사건의 주범은 거대한 식인멧돼지 차우로 드러나고 마을은 공포에 휩싸이게 됩니다.

차우에게 손녀를 잃은 천일만(장항선)을 비롯해 김순경(엄태웅), 동물생태학자 변수련(정유미), 백포수(윤제문), 신형사(박혁권) 등으로 구성된 사연 많은 5명의 추격대가 거대한 차우와 맞서게 됩니다.

주연과 조연이 끊임없이 폭소 자아내

차우를 피해서 도망치는 수색대 ⓒ 영화사 수작


<씨네21>의 김도훈은 <차우>의 가장 큰 단점으로 차우를 묘사한 컴퓨터그래픽 작업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큰소리 친 것치고는 차우의 움직임이며 표현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뜻입니다.

<차우>를 괴수를 중심으로 한 괴물영화로 본다면  차우의 완성도가 기대에 못 미치는 점은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사실 <차우>의 컴퓨터그래픽 완성도가 할리우드의 <트랜스포머>와 비교할 때 기대에 못 미친다는 사실은 수긍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차우>란 영화 전체가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은 아닙니다.

<차우>는 괴물이 나오는 블랙코미디 영화입니다. 도시와 농촌의 속성을 모두 갖춘 삼매리라는 마을과 차우를 제거하기 위해 모인 수많은 인간군상들의 충돌과 '찌질함'들이 여과없이 드러나는 이 영화는 괴물영화라기보다 인간본성을 풍자한 코믹스릴러라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차우>를 빛나게 하는 주요인은 살아 있는 등장인물들입니다. 주연과 조연을 구분하기 힘들 만큼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모든 인물들이 각자의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한바탕 사회풍자 만담쇼를 보는 듯합니다. 풍자의 수준으로 보면 감독의 전작인 <시실리 2km>보다 더 경쾌하고 재미있습니다.

삼매리의 파출소 벽에 무심히 걸린 액자에 적힌 실제 전직 경찰청장의 이름 등 감독이 소소한 곳에서조차 사회풍자와 웃음을 주려는 의도가 다분합니다. 영화 중간 중간 주·조연이 던지고 받는 대사 하나 하나를 꼼꼼히 챙겨본다면 영화의 제작 의도를 즐길 수 있습니다.

<시실리 2km>를 먼저 본 후에 <차우>를 보는 것도 신정원 감독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차우 신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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