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동화를 보는 듯한 김영현표 사극

등록 2009.07.27 10:49수정 2009.07.2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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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현. 현재 인기리에 방영중인 ' 선덕여왕'을 집필 중인 작가다. 김영현의 사극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 첫 번째가 2003년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방영되며 공전의 히트를 쳤고, 특히 60여 개국에 수출되어 대표적인 한류 컨텐츠로 자리잡았던 '대장금 '이고 2005년엔 SBS 드라마 '서동요'를 집필했다. 그리고 이번에 방영중인 드라마 선덕여왕이 김영현으로썬 세 번째 맡게 된 사극인 것이다.

김영현의 사극은 사실 역사 드라마라기 보담은 한국 전래동화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 첫 번째 이유로 실상 김 작가의 사극은 사극으로써 지켜야 할 원칙을 비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령 대장금의 경우 장금이가 연산군 때 출생한 것으로 설정했으나, 중종 사후에나 장금이 민정호와 결혼 아이를 낳게 되니, 중종의 재위기간이 38년임을 감안한다면, 장금인 무려 40이 넘어서 결혼을 해 아이를 낳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서동요의 경우 훗날 백제 30대 무왕이 되는 장이를 위덕왕의 4남으로 설정했으나 삼국사기의 기록에 의하면 무왕은 29대 법왕의 아들이다.


선덕여왕에선 덕만이 태어나자마자 계양성의 비밀을 안고 태어났다 하여 미실에 의해 죽임을 당할 위기에 처하자 시녀 소화가 아기를 데리고 궁을 탈출, 머나먼 중앙아시아 타클라마칸 사막까지 가서 숨어살게 된다. 실제 그 시절 신라인이 현실적으로 타클라마칸까지 도피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지만, 삼국사기나 화랑세기, 삼국유사의 기록 어느것을 참조해도 선덕여왕이 어린시절 궁에서 나와 먼 곳에서 숨어살았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선덕여왕은 진평왕의 장녀로 어머니는 마야부인이다. 왕이 돌아가고 아들이 없으니 나라사람이 덕만을 세워 성조황고(聖祖皇姑)라는 호를 올렸다고 되어있다. 화랑세기의 기록엔 '선덕공주가 점차 자라며 용봉(龍鳳)의 뛰어난 자질과 태양과 같은 생김새를 지녀 왕위를 이을만하였다. 대왕이 선덕공주를 마음에 두자 용춘은 공주에게 권한뒤 그 지위를 양보하였다. 천명공주도 효순하여 이를 양보하고 궁 밖으로 나가니, (중략) 대왕도 용춘에게 명하여 선덕공주를 받들게 하였다'라고 되어있다.

한편 극중에선 덕만(선덕여왕)과 천명 두 쌍둥이 공주를 진평왕 즉위 직후에 태어난 것으로 설정했는데, 김유신의 경우엔 삼국사기 기록을 보면 진평왕 12년에 태어난 것으로 되어있으니, 그렇다면 극중 덕만, 천명은 김유신보다 무려 열 살이나 연상인 셈이다. 헌데 극중에선 김유신을 맡은 엄태웅(74년생)이 천명역의 박예진(81년생), 덕만역의 이요원(80년생)보다 6-7세나 위이니 이 또한 어색하다면 어색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실 김영현의 사극의 가장 두드러진 성격은 어떤 역사의 진실을 파헤친다던가, 또는 시대상황에 맞춰 민족의식을 깨우쳐주는 목적이라기 보다는 사극을 통해 어떤 교훈을 주려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대장금의 주제가 그랬고, 서동요가 그랬고, 지금의 선덕여왕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은 대개 어릴 때 자신을 해하려는 어떤 적대세력에 의해 부모를 잃거나 멀리 떨어져 살게 된다. 그런 주인공은 어떤 계기가 되어 새로운 배움의 길에 들게 된다. 장금의 경우 그것이 어머니의 유언을 받들어 수랏간에 들어가 궁녀가 되고, 장이의 경우 말썽만 부리는 아들을 걱정한 어머니가 그를 꾸짖어 태학사에 들어가 목라수 박사로부터 가르침을 받으라 하고 그 직후 장이는 어머니를 잃는다. 서동요의 전체적 테마는 백제 과학기술에 대한 이야기였다. 현재 선덕여왕의 경우는 천문기술과 관측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장금이도 그렇고, 장이도 그렇고, 선덕여왕의 덕만도 그렇고 단순히 자신의 적대세력과의 기술대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성장의 과정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또는 무엇이 정의이고 불의인가 하는 그러한 교훈을 깨달아가는 과정도 함께 담겨있다. 그래서 김영현 사극은 사극이라기 보다는 어릴때 보던 한국전래동화집 같은 데 나오는 소년, 소녀 영웅의 성장스토리 혹은 성공스토리를 보는 느낌마저 든다.


이와같은 김영현표 사극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게 좋을까? 사실 김영현 사극은 그러한 주인공의 성장, 성공 스토리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역사골격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연산군때 태어난 장금이가 실제로는 40년이 지난 중종 사후에 민정호와 결혼하게 된다든가, 선덕여왕에서 덕만이 머나먼 타클라마칸 사막까지 피신해 숨어산다는가 하는 설정 등. 뿐만아니라 소소한 에피소드에서도 역사 왜곡 논란이 생길 수 있는 설정이 자주 등장한다. 서동요에선 하늘재 기술사 중 한사람인 맥도수가 실수로 만든 음식이 두부가 된다든가, 또는 선덕여왕에서 카레가 나오는 설정 등.

허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김영현의 첫 사극 대장금이 공전의 히트를 치며 무려 60여 개국에 수출되어 대표적인 한류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이다. 아마 지금 현재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역사 속 인물 중 가장 널리 세계인에게 알려진 인물은 그 어떤 위인이나 영웅보다 장금이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야말로 조선왕조실록에 단 몇 번 등장할 뿐인 '장금 '이란 궁녀가 수백년 세월이 지나 화려하게 신데렐라로 부활한 셈이다.


한류열풍이 일어나면서 지난 10년동안 현대물 외에 사극도 적잖이 수출되었으나, 대장금만큼 전 세계적 인기와 사랑을 받은 드라마도 드물다. 의외로 국내에선 인기였던 주몽이나 해신, 대조영 같은 사극에 대해선 해외에서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우리나라가 워낙 약소국에 근 백여년 전까지만 해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은둔국가였기에 세계가 알아줄 만한 그런 역사속 위인이나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주몽이든 장보고든 사실 우리끼리만의 영웅일뿐, 알렉산더나 클레오파트라처럼 범 세계적인 영웅이나 인물은 아니지 않은가. 따라서 사실 사극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기를 기대하는건 매우 어렵다. - 이란이나 우즈베키스탄의 경우엔 주몽이나 서동요가 꽤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걸로 알려졌으나, 이는 그 나라만의 특수사정이 고려되어야 하는 문제다. 가령 우즈베키스탄의 경우엔 아직 자체적으로 드라마를 제작할 만한 시스템이 못 된다고 하는 등 각 나라마다 TV 시청이나 방송환경, 시청률 집계 기준과 방식이 많은 차이가 있으니 우리나라나 일본의 경우와 똑같은 기준으로 판단할 수는 없는 문제다.

대장금이 한류 킬러콘텐츠가 될 수 있었던 원인은 한마디로 한 인간 특히 한 여성의 성공스토리라는 점, 그리고 마치 교훈동화와 같은 선과악의 분명한 대결구도, 그리고 음식대결, 의술대결이 전체 스토리의 중심이 된 마치 시대만 과거로 옮긴 전문직 드라마 같다는 점. 그런 주제와 소재들이 전 세계적인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주몽이나 해신같은 우리끼리의 영웅담은 외국인들은 시큰둥한 반응이었지만, 대장금은 시간대만 우리의 조선시대로 옮겨놓은 한 여인의 성공스토리였고 전문직 드라마였기에 그 주제와 소재가 전세계 어느 대륙 어느 나라 사람이든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대장금은 우리의 전통문화 특히 궁중문화와 음식문화 그리고 무엇보다 아리따운 한복의상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데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그야말로 수많은 유능한 외교관들, 수많은 역사학자들이 수십년 공을 들여도 해낼수 없었던 일을 드라마 한 편이 확실하게 해내고 돌아온 것이 대장금이었다.

그래서 김영현표 사극은 사극 그 자체만으로써의 평가나 연구보담은 한류를 일으킨 대장금의 작가라는 점이 고려가 되어 연구가 되어야 할 문제다. 과연 한국전래동화를 보는듯한 김영현표 사극이 이른바 정통사극과 비교해서 볼 때 과연 우리나라의 사극 발전에 순기능으로 작용할지 역기능으로 작용할지는 일단 좀 더 지켜보아야 할 문제다.
#한류 #사극 #김영현 #대장금 #선덕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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