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둥이는 사교육을 받지 않고 대학에 갈 수 있을까?

등록 2009.07.30 15:04수정 2009.07.3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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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입학사정관제'와 '학원 수강료' 논쟁이 한창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두 가지가 피부에 와 닿지 않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기 임기 중에 입학사정관제로 100% 가까이 입학사정을 하겠다는 말을 했는데, 이주호 교육부 차관이 부랴부랴 해명했습니다.

대통령 말과 교육부 차관 말이 오락가락하여 학부모와 학생, 학교 아니 대학까지 혼란스러웠지만 아직 큰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므로 이 대통령 임기 중에는 대학 가는 일은 없으므로 피부에 와 닿지 않았습니다.

지난 26일 서울행정법원이 교육청이 학원 수강료의 상한선을 정해놓고 이를 어긴 곳에 제재를 하는 것은 헌법에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시키지 않으니 이것 역시 피부에 와 닿지 않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7일  라디오 연설에서 "사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과외수업이나 학원을 다니지 않더라도 공교육만 가지고도 자기가 원하는 대학을 가도록 하자"고 말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사교육을 받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 말처럼 학교교육만으로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우리 아이들 "개천에서 나는 용"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30일)자 한겨레가 보도한 <컨설팅 열 번에 350만원…입학사정관제 '고액 과외'>기사를 보고 조금 놀랐습니다. 한 번에 35만원이라는 금액 때문이 아니라 정부가 공교육을 살리기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사교육은 바로 그 정책을 이용하여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한겨레 기사에는 이런 내용이 이었습니다.

"저희는 200만원씩 받고 자기소개서나 대신 써주는 학원들과는 달라요. 고등학생은 물론이고, 초·중학생도 앞으로 입학사정관의 마음을 끌 수 있는 길을 제대로 찾을 수 있도록 오랜 경력의 베테랑들이 도와줍니다."(<한겨레>,"컨설팅 열 번에 350만원…입학사정관제 '고액 과외"-2009.07.30)

대통령은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입학사정관제'를 적극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사교육 현장은 바로 '입학사정관제'를 사교육 영역으로 끌여들였습니다. 얼마나 대단한 수완인지 모릅니다. 핵전쟁이 나면 유일하게 살아남을 생명체가 바퀴벌레라고 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교육도 포함시켜야 할 것같습니다. 어떤 공교육 살리기 정책에도 살아남는 능력을 가진 대한민국 사교육입니다.


이 정도이면 과연 우리 아이들이 사교육을 받지 않고, 대학에 갈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집에서 혼자 끙끙거리면서 하는 공부만으로 자기가 바라는 대학에 갈 수 있을지 고민을 했습니다. 특히 우리 막둥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올해 1학기 성적통지표를 여름방학을 하면서 가져왔습니다.

국어 - 맞춤법에 맞추어 글을 쓰는 능력과 주어진 낱말을 이용한 짧은 글짓기 능력이 부족함
수학 - 수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낮아 수학과 학업 성적이 떨어짐
바른생활 - 힘든 일을 할 때 즐겁게 참여하고 함께 함
슬기로운 생활 - 어릴 적 사진을 보고 현재의 모습과 비교할 수 있음
즐거운 생활 - 생활에서 보고, 듣도, 느낀 것, 상상한 것 등을 재미있고 다양하게 나타내는 능력이 부족함


한 학기 동안 막둥이를 보고 평가한 선생님 생각이 '부족함'과 '떨어짐'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입학할 때부터 늦었던 막둥이라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어떤 때는 막둥이도 공부는 잘 하고 싶은데 잘 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 합니다.

하지만 눈에 띄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바른생활 - '힘든 일을 할 때 즐겁게 참여하고 함께 함'이었습니다. 힘든 일을 할 때는 즐겁게 참여하고 함께 한다는 평가는 막둥이가 학과 공부는 조금 부족해도 동무들과는 잘 어울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행동특성 밑 종합의견에는
'친구를 잘 도우며 이해심이 많아 급우간에 인기가 높음'라고 막둥이를 평가했습니다.

아내는 요즘 마음이 조금씩 급해집니다. 아직 나는 급하지는 않지만 대학이 눈앞에 다가왔을 때 어떤 결정을 내릴지 잘 모르겠습니다. 해마다, 정권마다 달라지는 대학입시제도 때문에 입학사정관제가 우리 아이들, 막둥이가 대학 들어갈 때쯤까지 입학사정으로 존재할지 모르겠습니다.

입학사정관제가 사교육 없이 대학에 갈 수 있는 100%는 아닐지라도 한 방법이라면 학과공부는 조금 부족해도, 동무들과 잘 어울리고, 도와주면서 창의성 있는 능력을 통하여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정책을 바로 사교육 현장으로 끌어들이는 놀라운 생존능력을 갖춘 사교육계가 존재하는 한, 이 능력의 원인인 고질적인 일류대학병이 고쳐지지 않는 한, 대한민국 교육은 솔직히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과연 막둥이는 사교육을 받지 않고 자기가 바라는 대학에 갈 수 있을까요?
#사교육 #입학사정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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