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다 그렇지만 좋은 소식이 있으면 나쁜 소식이 있다. 오늘 아침 우리 모든 언론은 지난 밤 중앙아메리카 바베이도스 수도 브리지타운에서 날아온 허준 선생이 지은 동의보감(東醫寶鑑)이 마침내 한국의 7번째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동의보감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됨으로써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승정원일기, 고려대장경판과 제경판, 조선왕조의궤에 이어 모두 7건째다. 이는 아시아 국가로서는 가장 많은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게 됐다고 언론들은 전하기 바빴다.
<동의보감>은 의서로서 전문지식뿐만 아니라 민간처방도 함께 기록하여 백성들도 쉽게 자기 병에 맞는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일부는 한글로 기록하여 한자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배려했었다. <동의보감>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이유가 뛰어난 의학책이라는 이유가 크겠지만 이렇게 글 모르고 가난한 백성들을 위한 배려도 한몫 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울한 소식 또한 전해졌다. 어제 일이지만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장이 30일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의장직 도전을 포기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전임 안경환 위원장이 계속 재임하였거나, 인권 전문가를 새 위원장에 임명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인권위는 30일 오후 상임위원회 후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여러 방안을 검토한 결과 ICC 차기 의장이 될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대표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며 ICC 의장직 도전 포기를 밝힌 뒤, "지금은 국내의 여러 인권 현안을 해결하는 데 힘을 쏟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봤다"라고 했지만 이미 지나간 버스 탓하는 것밖에 안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진국 인권기관도 부러워했던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가 어떻게 국제기구 수장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통탄스러울 뿐이다. 한 마디로 "'MB 인권' 망신"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아니 대한민국 인권 망신이다.
이 대통령은 "학자금을 대출받으면 졸업하자마자 취업을 못해도 갚아야 되니까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뉴스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는데 인권 선진국으로 부러움을 샀던 대한민국이 국제조정위원회(ICC) 의장직 도전을 스스로 포기한 소식에는 충격을 받았는지 묻고 싶다.
출마했다가 떨어지면 당할 수치때문에 아예 나서지 않을 정도로 대한민국 인권과 인권위원회는 위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현병철 위원장 자격문제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 1년 5개월이 인권을 후퇴시켰기 때문이다. 인권 선진국에서 인권 후진국으로 뒷걸음친 대한민국 인권이 어떻게 세계 인권을 책임지는 수장에 도전할 수 있었겠는가? 정말 충격이다.
선조들이 물려준 세계기록유산을 찬찬히 보라 훈민정음은 백성들도 쉽게 글을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백성을 배려한 군주의 마음이 훈민정음에 녹아 있다. 선조들이 세계에 자랑할 문화유산을 물려 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 그 정신도 이어받아야 하지 않는가?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
과연 2009년 대한민국 지도자와 여당은 인민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는가? 만날 서민과 민생을 외치지만 서민과 민생은 온데간데없다. 집권 여당 대표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부인들이 남편들에게 물 한 모금 넣어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대표 사무실까지 찾아왔지만 끝내 외면했다. 자리에 없어 만날 수 없다고 했지만 그는 그 시간 한나라당사에 있었음이 <돌발영상>에 잡혔다. 입에 달고 다녔던 민생이 '쇼'였음을 확인시켜주었다.
선조들이 우리에게 백성을 위하는 기록유산을 물려주었다고 자랑만 하지 말고, 우리도 물려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럼 무엇을 물려주어야 하는가? 바로 인민을 섬기는 마음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것이 없다.
| 2009.07.31 16:53 | ⓒ 2009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