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오전 10시, 쌍용자동차 사측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최상진 기획재무본부장과 박영태, 이유일 법정관리인(왼쪽부터)이 기자회견에 나와 있다.
권박효원
이후 사측의 대응은 빠르고 강경했다. 협상결렬을 선언하면서 "점거파업에 대한 법집행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청산을 전제로 한 회생계획안'을 신청한다"면서 사실상의 파산 방침을 밝혔고, 그날 오후 농성장에 전기를 차단했다. 다음날인 3일부터 사측 직원들이 공장에 진입했고, 곧이어 4일부터 경찰이 진압작전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경찰을 피하던 조합원이 공장 옥상에서 추락해 척추가 부러지는 등 부상 조합원이 150명(노조 쪽 추산)을 넘어섰고, 이탈자도 속출했다. 경찰이 농성거점 바로 옆 도장1팀 공장까지 장악한 5일 하루 이탈자는 100명을 넘어섰다.
노조는 결국 6일 사측에 대화 재개를 요구했고, 노사는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이날은 조현오 경기경찰청장이 "자진해서 (공장을) 나선 농성자에게 선처를 하겠다"고 밝힌 이탈 시한이었다. 각 당 의원들로 구성된 중재단은 협상 결렬 이후 노사에 대화 재개를 권하고 정부에도 대책을 요구했다. 협상 당일에는 절충안을 권고하며 양쪽에 다리를 놓았다.
'산 자'와 '죽은 자', 그리고 경찰... 끝없는 충돌지난 4개월간 평택공장에서는 농성장에 진입하려는 사측 용역업체 직원과 경찰, 이를 지키려는 파업 노동자들의 물리적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노사 양측은 모두 볼트 새총과 쇠파이프로 무장했다. 수십 년 동안 함께 일한 동료들끼리 맞서 싸웠다.
특히 경찰의 강경진압이 논란이 됐다. 경찰은 사측 직원에 대해서는 공장 안팎에서 폭력을 사용해도 방조했다. '경찰과 사측의 합동진압'이라는 비난도 나왔다.
경찰은 발암물질이 포함된 최루액을 농성 조합원들에게 쏟아부었고, 테이저 건이나 압축스펀지탄을 쏘기도 했다. 진압과정에서 조합원을 집단구타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눈에 띄었고, 급기야 한 조합원은 경찰을 피해 달아나다 옥상에서 추락해 척추가 부러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 경찰은 7월 말부터 농성장 내 의료진 출입을 막았다. 음식물, 식수와 전기도 차단됐다.
농성 노동자들은 최루액을 맞은 상처도 제대로 씻을 수 없었다. 영양부족과 탈수증세, 피부병이 다반사로 일어났다. 인권단체와 의료진,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식수 및 의약품 반입을 요구하고 국가인권위원회도 이에 대한 긴급구제조치를 내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 쌍용자동차 노사협상이 사측의 결렬선언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3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쌍용차 가족대책위와 인권단체 회원들이 파업 노조원들에게 물과 의약품을 공급하기 위해 공장 집입을 시도하다가 사측 용역직원들과 충돌하고 있다.
유성호
쌍용차 사태가 남긴 상처는 농성 노동자들의 것만은 아니었다. 사측 직원들은 공장 진입 과정에서 농성 조합원들이 쏜 볼트 등에 맞아 부상했다. 이른바 '산 자'로 불리는 비해고자와 '죽은 자'로 불리는 정리해고 대상자들은 사측의 분류에 따라 나뉘었다. 이들 중에서는 초등학생 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이거나 형제와 사촌, 처남-매형 등 친인척 사이인 경우도 많았다.
파업기간 동안 발생한 쌍용차 회사 전체의 생산손실은 지난 5일 현재 3160억원(회사측 추산), 1만4590대에 이르렀다. 업계에서는 7월까지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실상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비관적 전망이 돌기도 했다. 지난 5월 삼일회계법인은 인력감축 실현과 2500억원 대출을 전제로 "기업계속 가치가 청산가치보다 3890억원 높다"고 밝힌 바 있다.
협력사의 출혈도 크다. 쌍용차 협력사들로 구성된 '협력회' 채권단은 지난 5일 결국 법원에 조기파산을 신청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했다. 협력사들의 절박한 상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자리 나누자던 정부, 쌍용차 대량실업엔 침묵이날 노조가 합의한 52:48 안은 고용유지를 기조로 만들었던 애초의 협상안을 포기한 것이었다. 노조는 지난번 협상까지 ▲노조 동의 없는 분사계획 철회 ▲희망자에 대한 영업파견제 실시 ▲8개월 무급휴직 뒤 순환휴직 ▲비정규직 고용승계 등 고용유지를 강조했다.
회사는 지난 2일 협상결렬을 선언하면서 "노조가 단 한 명의 구조조정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만을 고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강제 진압과 단전·단수 조치 등을 통해 '기존 입장'을 관철시킨 것은 결국 사측이었다.
한상균 노조지부장은 협상에 합의한 6일 보고대회에서도 "자본이 여기까지 온 것은 전체 노동자들에 대한 (원활한) 정리해고를 위한 것"이라면서 "이를 전면적으로 막아내지 못했다"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책임있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쌍용차 노조와 시민사회단체는 상하이차 인수 등에 대한 정책 잘못을 강조하면서 공적자금 투입을 요구했다. 또한 자동차산업과 평택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사태 해결에 나서라고 주문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노사문제에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6일 쌍용차 평택공장을 방문한 중재단의 정장선 민주당 의원과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한목소리로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이 부족하다,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에서는 "사측이 협상결렬을 선언하면서 발표한 '청산형 회생계획안'은 정부가 승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정부 주도의 '기획파산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협상 타결로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77일간 농성에 참가한 노동자들의 정신적·신체적 상처와 파업과정 동안 불거진 노동자들간 갈등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번 협상에서 노조가 자신의 주장을 크게 양보한 만큼, 정부와 사측은 이후 사태를 봉합하는 데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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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몰린 노조의 일방적인 희생 노사, 대형참사 면했지만 깊은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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