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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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향(jinhyk08)등록 2009.09.06 10:23
                                   대장동 이야기
                                              김진향

08년 9월 25일은 이른 아침부터 가을의 깊이를 더 해주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오전이 되어서야 내리던 비는 멈추었고 흐려진 하늘은 연한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문득 대장동이라는 동네로 발걸음 옮기고 싶어졌다,
대장동은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대장동에 위치하고 김포공항과 인접한 곳이다,
이번 촬영을 대장동으로 정하고 꾸준히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휴대용 디카를 들고
집을 나서니 하늘에서는 또 다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난감!!,
대장동 촬영 다음으로 미룰까? 갈등의 바람이 분다

내리는 비를 맞더라도 대장동이 어떤 동네이고 위치자 어딘지 현장 답사라도 하자.
도보로  20분 정도걸어서 부천 시내버스 종점에 도착하였다,
대장동으로 향하는 버스도 여러 번 보았는데,
종점에서는 대장동 가는 버스가 한 대도 없었다,
중앙 극장 방향으로 한 정류장을 다시 걸었다,
8번과 12번 대장동행 버스가 나의 시야에 포착되었다
왠지 모를 반가움이 앞섰다,
대장동으로 향하는 버스인지 확인하고 승차 하였다
빗줄기들은 멈출 줄 모르고  나의 시선과 관심을 끌려는듯
서로 다투면서 내가 앉은 창을 강하게 두드린다,
대장동으로 향하는 버스는 시내를 빙빙 돌아서 대장동 입구에 도착하였다
입구에서 부터 걸어갈까?
그러나 동네 위치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이고 얼마나 더 걸어야 동네가 나올지
알 수 없어서 종점까지 버스로 가기로 했다
입구에 들어서니까 너무 조용하고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흙이 있고 농지가 있는 곳에 평화로운 정적이 감도는 작은 도심은
자연 속에서 어우러져 있는 곳이다
조금 더 일찍 찾아올 걸 아니다
지금 이렇게 찾아 온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인가? 
카메라를 꺼내서 촬영을 시작 했다
청자켓 소매 속으로 집어넣고 다녀도 모를 일이다

늘 동네 촬영하는 순간마다 긴장이 고조되고 조심스럽게 행동을 하게 된다
특히 철거지역 촬영 때는 더욱 그러하다
다행스럽게도 이곳은 철거 지역이 아니라 마음은 조금 놓였지만
그래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초상권 침해의 촬영은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조금 더 거센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대로 집으로 가야하나?
비가 내리기 전 까지 물이 말라 버린 개천에서 비를 맞으며 서성거렸다
우산도 안 가지고 왔는데,
그래 비를 맞고 다니면서 촬영 할 수 있는데 까지 하자!
이러다가 멈추겠지! 동네 어귀에서 안으로 조금 들어오니까 입구와 달리 참으로 조용하고 아늑하고 분위기이다 사람 사는 인정이 느껴지는 것 같다,

예전에 철거 지역을 촬영 다녔던 범박동 외 여러 철거지역들의 형상들이 스치운다,
이 동네!!만은 아니 앞으로 어느 지역에서 그 어떤 이유로 철거를 하던지 거주하는
원주민들과 세입자들 상인들 모두가 그 어떤 이유와 조건을 불문 하고 가진 게 없다는
이유와 힘없고 나약한 사람들의 가슴에 한이 서리고 원망으로 차여서 응고되어 흐르는
피 눈물들로 얼룩지지 않기를 빌어 본다,

동네를 반 정도 돌고 나서 집으로 가기로 했다 
동네 반을 도는 동안 동네 슈퍼 하나 보았고 약국은 보이지 않았던 것 같았다
주민들은 비상사태를 대비한 상비약은 제대로 갖추고 지내고 있을까?
이곳에 자리 잡고 있는 주택 건축물들도 빈부의 차이를 대변하고 있다,
좋은 날 햇살과 함께 다시 오자면서 개천에 다다르자 걸음을 잠시 멈추고
개천을 다시 바라보았다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른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새들도 많이 날아와서 둥지를 틀고 새들의 오묘한 합창은 끊이지 않겠지?
물고기들도 자유로이 노닐 수 있는 개천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조금 더 풍성해지고 윤택하고 여유로운 자연으로 조성된다면
우리 인간들은 자연에게서 더 많은 보답을 받을 수 있을 텐데
자연은 우리에게 무엇도 바라지 않고
자연이 내어주는 사랑은 아낌없고 끝이 없는 무한정이다
자연으로부터 모든 것을 다 얻어서 우리의 삶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오늘도 잊고 지내고 있었다,
미안함과 자연 앞에서 더욱 겸손하여지는 마음가짐으로 다듬어 진다,
여기 이개천 주변에 공장들이 없다면 더욱 맑은 물을 유지할 수 있을 텐데
자연이 파괴되어가고 몸살을 앓는 자연을 바라보는 순간
왠지 모를 허전함과 안타까움이 굽이쳐 온다, 끝

*부천문협51집 여름호 수록된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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