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불고기백반 한상, 임금님 수라상 안 부럽네!

[고향 맛집] 전남 강진 병영의 '수인관'

등록 2009.09.06 12:50수정 2009.09.0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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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임금님 수라상 안 부러운 돼지불고기백반 한상이면 이 가을이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다.

임금님 수라상 안 부러운 돼지불고기백반 한상이면 이 가을이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다. ⓒ 조찬현


가을이다. 연탄불에 고기 굽는 냄새가 유난히 코끝을 자극하는 그런 계절이다. 고기 굽는 냄새가 폴폴 풍겨오는 날  그 냄새를 외면하고 식당 앞을 그냥 지나치려면 어쩐지 허전하고 쓸쓸하다. 찬바람이라도 불어 옷깃을 여미는 날이면 돼지불고기에 술 한 잔이 더욱 더 간절해진다. 이런 날은 친구를 불러내 친구와 더불어 술 한 잔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가족단위의 식사나 선술집으로도 그만!

연탄불에 구워낸 돼지고기 한 점에 소주한잔이 생각나는 이 가을에 어울리는 집을 소개한다. 남도답사 1번지 강진 병영 5일장 장옥 근처에 자리하고 있는 수인관이다. 식당 분위기도 참 좋다. 가족단위의 식사에도 술잔을 기울이는 선술집으로도 그저 무난할 듯싶다. 가격도 착하다. 4인기준 한상에 2만원이니 주머니가 얄팍해도 괜찮다.

a  식탁에는 강진을 대표하는 영랑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시 한수가 적혀 있어 밥상을 기다리는 무료함을 달래준다.

식탁에는 강진을 대표하는 영랑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시 한수가 적혀 있어 밥상을 기다리는 무료함을 달래준다. ⓒ 조찬현


이곳 수인관은 맛의 고장으로 알려진 전라도 지역에서 꽤나 이름을 날리고 있는 집이다. 연탄 화덕에 구워낸 돼지불고기 맛이 가히 기가 막히기 때문이다. 돼지고기 부위 중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즐겨먹는다는 삼겹살과 목살만을 구입하여 맛을 낸다고 하니 그도 그럴밖에.

사소한 식재료까지 꼼꼼히 챙기는 안주인은 50년 전 하숙집을 운영했다고 한다. 경륜이 이쯤 되면 맛깔스러운 손맛은 이미 검증이 된 셈이다. 현재의 돼지불고기백반집은 20년째다.  식탁에는 강진을 대표하는 영랑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시 한수가 적혀 있어 밥상을 기다리는 무료함을 달래준다. 기다리는 동안 영랑의 주옥같은 시 한수 읊조려보면 어떨까.

a  연탄불에 구워낸 돼지고기 한 점에 소주한잔이 생각나는 이 가을에 어울리는 집을 소개한다. 남도답사 1번지 강진 병영 5일장 장옥 근처에 자리하고 있는 수인관이다.

연탄불에 구워낸 돼지고기 한 점에 소주한잔이 생각나는 이 가을에 어울리는 집을 소개한다. 남도답사 1번지 강진 병영 5일장 장옥 근처에 자리하고 있는 수인관이다. ⓒ 조찬현


a  창가에 화사하게 피어난  꽃이 아름답다.

창가에 화사하게 피어난 꽃이 아름답다. ⓒ 조찬현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던가, 첫인상이 좋다


역시 고려청자의 고장답다. 물잔 하나까지도 청자로 준비했다. 비취색 청자 물 잔에 물을 따라 마시니 물맛도 별다르고 물 한잔도 귀하게 느껴진다. 우리 속담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던가. 첫인상이 중요하다.

연탄불에 구워낸 석쇠돼지불고기는 먹을수록 입맛이 당긴다. 어찌 했을까. 돼지불고기의 은은한 향이 너무 좋다. 창가에는 화사하게 피어난  꽃이 아름답다. 촛불을 켠 받침에 올려낸 돼지불고기는 조그마한 배려지만 그 온기가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준다.


"고기 따뜻하게 드시라고요."

a  촛불을 켠 받침에 올려낸 돼지불고기는 조그마한 배려지만 그 온기가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준다.

촛불을 켠 받침에 올려낸 돼지불고기는 조그마한 배려지만 그 온기가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준다. ⓒ 조찬현


전통방식 그대로 숙성발효...고향냄새 가득한 맛깔스런 20여 가지 밑반찬

전통방식 그대로 숙성발효 시켜 고향 흙냄새가 가득한 토하젓, 깊은 맛이 압권인 묵은지, 묵은 김치를 씻어내 볶아 양념한 볶음김치의 아삭함이 돋보인다. 찬이 무려 20여 가지나 되 한정식 수준이다.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해준 맑은 바지락국도 좋다.  

a  "토종 갓은 우리집(병영 지로리)에서 직접 재배했어요."

"토종 갓은 우리집(병영 지로리)에서 직접 재배했어요." ⓒ 조찬현


a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해준 맑은 바지락국도 좋다.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해준 맑은 바지락국도 좋다. ⓒ 조찬현


a  연탄하고 돼지고기하고 궁합이 제일 잘 맞는다며 돼지고기는 꼭 연탄불에 구워낸다고 한다.

연탄하고 돼지고기하고 궁합이 제일 잘 맞는다며 돼지고기는 꼭 연탄불에 구워낸다고 한다. ⓒ 조찬현


안주인에게 들은 밑반찬에 담긴 비법을 살짝 공개한다.

a  손님들이 잘 먹었다고 전화를 할 때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안주인(58.이복임)은 그럴 때마다 '더 잘해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고.

손님들이 잘 먹었다고 전화를 할 때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안주인(58.이복임)은 그럴 때마다 '더 잘해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고. ⓒ 조찬현

"묵은 김치를 씻어갖고 콩기름에 그냥 볶아요. 참기름 한 방울 넣어 버무렸어요."
"토종 갓은 우리집(병영 지로리)에서 직접 재배했어요."
"작년 가을 김장김치에요. 갓김치는 멸치젓을 넣어야 감칠맛이 있어요. 새우젓을 넣으면 쓴맛이 나요. 옛날 엄니들 한대로 멸치젓 넣고 고추 갈고 찹쌀죽과 함께 버무려 만들어요."
"토하젓은 친정어머니한테 배웠어요. 또랑새우에다 마늘은 약간 생강은 많이 들어가요. 고추갈고 고춧가루는 약간 생풋고추 갈아서 찹쌀죽을 써서 넣고 버무려요. 천연조미료도 약간 넣고요."

이집의 대표음식인 돼지불고기는 감초, 대추, 솔잎, 생강 등을 넣고 끓여낸 한방양념에 고추장을 사용하지 않고 고춧가루로 양념한다. 연탄하고 돼지고기하고 궁합이 제일 잘 맞는다며 돼지고기는 꼭 연탄불에 구워낸다고 한다.

손님들이 잘 먹었다고 전화를 할 때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안주인(58.이복임)은 그럴 때마다 '더 잘해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고.

고향냄새 가득한 맛깔스런 20여 가지 밑반찬에 가족과 함께 식사도 하고 돼지불고기 안주삼아 술잔을 기울여보자. 임금님 수라상 안 부러운 돼지불고기백반 한상이면 이 가을이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돼지불고기백반 #연탄 #강진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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