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베리아의 말라리아 예방 캠페인 두 가정의 침실을 비교하며 말라리아를 예방하기 위하여 모기장을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우리나라에서 말라리아는 학질(瘧疾)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고려사'에 보면 "1122년(예종 17) 12월에 학질이 창궐하여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데, 이로써 고려시대에도 이미 말라리아가 성행했던 것을 유추할 수 있다.
6·25전쟁을 전후해서 전국적으로 발병률이 높았지만, 지금은 많이 근절되었고, 북한 인접 지역, 군부대 인근이나 군인, 전역자 등에서 일부 발견되고 있다. 194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말라리아에 노출되어 있었다. 하지만, 유독 아프리카만이 여전히 말라리아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무엇보다도 말라리아를 유행시키는 아프리카 특유의 자연 환경 때문이다. 높은 온도, 모기의 빠른 번식… 여기에 계속되는 자연 환경 파괴는 야생동물의 감소를 가져와 모기들은 인간의 피를 더욱 선호하게 되었다. 이러한 복합적인 태생적 요인들은 아프리카가 다른 지역보다 독보적인 말라리아의 전파력을 갖게 했다. 전세계적으로 아프리카와 같은 생태적 부담이 있는 곳은 아시아의 분산된 몇 곳(파푸아뉴기니 등) 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말라리아 퇴치에 대해 절망하기에는 이르다. 가정용 살충제, 살충 처리된 모기장, 말라리아 치료약 등은 말라리아를 퇴치한 세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아프리카에서도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비록 유럽과 미국처럼 말라리아를 완전히 박멸할 수는 없다고 해도 말라리아 감염자를 결정적으로 줄일 수는 있는 것이다.
제프리 삭스는 그의 저서 <빈곤의 종말>에서 재미있는 지도를 두 개 소개했다. 하나는 낮은 1인당 GNP를 나타내는 지도고, 다른 하나는 1946년, 1966년, 1994년의 세 시점에 말라리아의 전파를 보여주는 지도다. 이 지도들은 빈곤 지역과 말라리아가 전파된 지역이 일치된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말라리아는 아프리카에서 빈곤을 유발시킨다. 인적인 자원 측면에서 볼 때, 직장과 학교의 장기결근의 명확한 이유가 될 뿐 아니라, 말라리아에 반복해서 걸리는 어린이는 만성빈혈과 후유증을 일생 동안 겪게 된다. 이렇게 발생된 빈곤 요인은 다시 말라리아를 악화시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프리카의 가난한 가계와 정부는 말라리아와 싸울 재정이 없는 상태다. 말라리아와 빈곤의 악순환으로 빈곤은 계속되고, 말라리아도 이와 함께 심각해진다.
역사를 돌아보면, 말라리아와 황열병 때문에 파나마 운하 건설이 30년 이상 지연된 적이 있다. 수에즈 운하로 큰 성공을 이룬 페르디낭 드 레세프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에도 도전했으나 쓴맛을 보고 말았다. 그가 실패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그 중 가장 주요했던 것은 모기가 원인이 된 두 질병 때문이었다. 후에 윌리엄 C 고거스가 지도한 모기 통제 노력과 더불어 미국이 막대한 지원금을 퍼부은 후에야 파나마 운하가 완성되었다. 오늘날까지도 말라리아는 새로운 광산이나 농장지대, 관광지대를 가리지 않고 기승을 부린다. 아프리카에서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는 경제개발을 위한 투자프로그램들을 당장 중단시킬 만한 위력이 있는 것이다.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노력은 계속 되어야 한다지난 2000년 UN은 2015년까지 완성해야 할 새천년개발목표(MDG: Millennium Development Goals) 8개항을 발표했다. 이 중 6번째 항목은 "말라리아 발병 억제 및 AIDS의 확산 근절"이다.
MDG에 의하면, 2010년까지 말라리아 감염지역 인구 80%에게 살충 처리 모기장을 보급하고 위생환경을 개선한다. 말라리아 환자 80%에게는 효과적인 치료제를 제공하고, 발병률이 높은 지역에서의 임산부 80%에게 예방접종을 실시하게 될 것이다. 이어서 2015년까지는 주요 감염국의 빈곤계층을 중심으로 말라리아 발병률과 사망률을 2005년 대비 75% 감소시키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유니세프를 비롯해 세계은행, 미국의 말라리아예방특별법과 같이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국제 기구들의 노력으로 최근 수십 년간 말라리아에 대한 관심이 증가됐고, 예방률도 크게 개선되었다. 하지만 달성해야 할 목표를 위해 자원은 여전히 더 필요한 상황이다.
앞으로도 국제사회가 조성한 기금과 관심으로 말라리아 예방 부문에서 빠른 개선과 확대가 이뤄져야만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질병으로 죽어가는 수많은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소중한 생명을 구할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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