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와 화해가 깃든 거인 김대중의 발자취

김대중 도서관을 가다

등록 2009.09.15 16:04수정 2009.09.15 19:48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김대중 도서관 입구 얼마나 가 보고 싶었던 김대중 도서관이었던가. 김대중의 피와 땀, 눈물로 얼룩진 역사의 현장을 볼 수 있다. ⓒ 정근영


원한을 원한으로써 갚지 마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문병 가서 한 말이다. "김대중 대통령 때가 전직 대통령으로서 가장 행복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누군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내란 음모로 몰아 사형을 시키려고 했던 원수가 아닌가. 그런데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원한을 사랑으로 갚음으로써 전두환 전 대통령을 감동시켰던 것이다. 여기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언행 또한 돋보인다. 김대중 대통령을 음해하여 탄압했던 세력들이 남아있어 그를 죽이지 못한 것을 한탄하며 묘지라고 파헤치려는 것을 볼 때 그렇다.

불경 속의 이야기다. 옛날 장수왕이 있었다. 이웃의 포악한 왕이 그를 시샘해서 전쟁을 일으키자 장수왕은 자신을 위해서 백성을 희생할 수 없다면서 나라를 내주고 성을 나와 산중에 숨었다. 포악한 왕은 그를 붙들어 죽이고자 황금 천냥의 상금을 내었다. 한 수행자가 장수왕을 찾아와 보시를 청하자 그는 수행자를 따라가며 자기 몸은 늙어서 이제 얼마 있지 않아 죽을 몸이라며 관가에 가져가서 상금을 받아가라고 했다.

아버지를 잃은 장수왕의 아들 장생태자는 그 포악한 왕의 시종이 되어 원수를 갚으려 했다. 하지만 그때 "원한을 품어 그 재앙을 후세에 길이 남기는 것은 효자의 도리가 아니니 원한을 원한으로써 갚지 말라"는 부왕의 유훈이 떠올라 원수 갚기를 포기하고 왕에게 그 사실을 말한다.

그때 포악했던 왕도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다. "실로 나는 포악하여 선악을 구별하지 못했소. 당신의 아버지는 훌륭한 성인이었소. 비록 나라를 잃었지만 그 덕은 잃지 않았소. 당신은 아버지의 유훈을 잘 이어 받은 뛰어난 효자요. 내 목숨은 당신 것이었으나 당신은 나를 용서하여 죽이지 않았소."

두 사람 사이에 화해가 이루어졌다. 그들은 손을 맞잡고 숲에서 나와 왕궁으로 돌아갔다. 왕은 장생에게 나라를 돌려주고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이 이야기를 김대중과 전두환의 이야기로 대치해 본다. 하지만 아직도 전두환 전 대통령과 같이 죄를 뉘우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김대중을 음해했던 사람들이 그 분노를 더욱 불태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며칠 전 국립묘지 현충원에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김대중 대통령 묘소에 참배를 마치고 나오는 젊은이를 때려 피투성이로 만들고 묘를 파헤치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일이 있었다.

원불교의 정산종사는 '진리는 하나, 세계도 하나, 인류는 한 가족, 세상은 한 일터'라고 하셨다. 이제 우리 앞에 세계는 평화와 상생이 가득한 '하나의 세계'가 열리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훈을 받들어 원한을 원한으로 갚은 피와 보복의 역사를 끝내야 하지 않을까. 노벨 평화상에 빛나는 후광 김대중의 유훈을 상기하자.

a

7대 대선의 선거 벽보 김대중은 7대 대통령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개표만 제대로 했더라고 그는 이 때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을까. ⓒ 정근영


a

김대중의 옥중 서신 어떻게 작은 엽서에 저토록 많은 사연을 담을 수 있을까. 감옥은 그에게 인생 최고의 학교였다. 그의 사상이 감옥속에서 가을날 석류알 익듯이 익어간 것이다. ⓒ 정근영


후광의 발자취 어린 김대중 도서관

김대중 대통령은 재산의 대부분이라 할 수 있는 건물과 사료를 모아서 도서관을 만들어 연세대에 기증하였다. 바로 김대중 도서관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양에서는 대통령 도서관이 많이 있다고 하지만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만들어진 대통령 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엔 후광 김대중의 발자취가 뚜렷하다. 그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이 자양분이 되어 인권과 민주주의, 그리고 세계 평화가 싹트고 자라나고 있다.

지하철 2호선 4번 출구 홍대입구역을 나왔다. 택시가 기다리고 있다. 차문을 열고 김대중 도서관으로 가자고 하니 택시기사는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키며 바로 저 앞이라고 한다. 연세대학교 김대중 도서관이라 연세대학교와 가까운 거리에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김대중 도서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택과 붙어 있었다. 동교동 사저와는 이어져 있어 몸이 불편한 대통령께서 휠체어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김대중 도서관 사무실로 출퇴근을 하셨다고 했다.

김대중 도서관은 지하 1층 지상 5층 건물로 되어 있었다. 명성에 비해서 보잘것없는 건물이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자택, 또한 이 나라 아니 세계적인 뉴스의 초점이 된 집 치고는 너무 초라해 보였다.

지난 달 김대중 대통령께서 돌아가시고 난 뒤 추모의 장으로 집무실을 9월 13일까지 개방한다고 한다. 그것도 밤 8시까지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기는 하지만 오후에는 4시 이후라고 했다. 멀리 부산에서 왔다고 사정 이야기를 전했다. 도서관 측에서 비서실로 연락해서 허락을 받게 되었다. 최경환 비서관이 직접 나와서 설명까지 해 주어 정말 고마웠다.

a

빈 자리 김대중 대통령이 집무하던 자리. 이제 그 비어있는 자리가 너무 크다. ⓒ 정근영


김대중 도서관의 지하층은 국제회의실, 열람실, 1층은 로비와 전시실, 2층은 사료 전시실, 연구실 3층은 통일 연구원, 4층은 연구와 사무시설, 5층은 집무실로 되어 있다.

사료에 비해서 전시실을 너무 좁았다. 전시실 구석구석 빼곡히 들어찬 사료들엔 그분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7대 대선 포스터가 특별히 눈길을  끌었다. 부정 개표만 아니어도 그때 김대중은 대통령에 당선되었지 싶다. 아니 그렇다면 더 불행한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를 일이지. 김대중이 당선되는 순간 독재정권의 총알이 그의 심장을 뚫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은 그런 계획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는 것이 뒷날 밝혀진 바 있지 않은가.

김대중은 우리 국민에게 사랑도 많이 받았고 미움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의 일생을 두고 볼 적에 7대 대선 때 만큼 국민의 기대와 사랑을 많이 받은 적은 없을 것 같다. 김대중의 생애에서 그때가 가장 활력이 넘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7대 대선의 결과를 아쉬워하는 것이다.

김대중의 옥중 서신, 사진으로만 보았던 현품이 고스란히 전시실에 자리 잡고 있지 않는가. 정말 놀랐다. 전하는 말로는 사형이 선고되던 날도 김대중은 너무도 편안히 잠을 자더라고 한다. 법정에서 형이 선고되는 순간, 김대중은 판사의 입을 쳐다보았다고 한다. 입술이 옆으로 찢어지면 사형이고 둥글게 튀어 나오면 무기가 되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말했지만 그것은 생사를 초월한 수행자만이 가질 수 있는 유머가 아닐까 싶다.

a

예쁘구나, 골무여 대구의 한 시민이 이희호 여사에게 선물한 예쁜 골무들. 김대중 부부의 아름다운 사랑과 마음이 이 골무와 함께 영글어 갔을 것이다. ⓒ 정근영


a

노벨 평화상 상장 노벨 평화상은 상장은 당대의 유명한 화가의 그림을 싣는다고 한다. 그 아래로는 기념 주화 등이 진열되어 있다. ⓒ 정근영


노벨 평화상은 아무나 받는 것인가. 아니다. 김대중은 14번이나 노벨 평화상 수상 후보로 추천된 끝에 받았다. 일부 사람들은 북한에 퍼주기 대가며 그 결과로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려고 시도하기는 60년대부터이며 94년에 와서 보수 신문은 북한이 핵개발을 했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한반도에는 전쟁의 위기가 감돌고 정부에서는 허겁지겁 제네바 합의를 받아들이고 북한의 경수로 비용 10억 달러를 지급했던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한반도는 세계의 화약고로 김대중 정부 이전엔 항상 전운이 감돌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은 늘 방위성금을 모아야 했고 공비와 간첩 침투로 또 서울 불바다 설로 전쟁위기가 그치지 않았던 것이다.

김대중의 업적도 만약에 실정이 있다면 그것도 증거로 평가해야 한다. 김대중 도서관은 김대중의 모든 것이 증거로 남아 있다. 이제 김대중 도서관은 역사 속에서 심판 받고자 하는 김대중의 모든 것이 놓여있다.

세계의 눈이 된 잡지들의 표지모델로 등장한 김대중의 초상화,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 사람들, 국민이 그에게 바친 정성어린 선물들을 보면 머리가 더욱 숙여진다. 대구에서 한 시민이 이희호 여사에게 선물한 예쁜 골무는 참 아름다웠다. 이희호 여사는 그 예쁜 골무를 끼고 김대중 대통령의 아름다운 마음을 엮어 나가지 않았을까 싶다.

a

세계의 눈이 된 김대중 세계에서 그의 초상화를 잡지의 표지로 장식했다. 그에게는 늘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것이다. ⓒ 정근영


a

보석가루로 그린 그림 북한에서 김대중 대통령에게 선물한 그림으로 보석가루로 그렸다고 한다. ⓒ 정근영


a

김대중 대통령의 집무실 비서관들과 마주 앉아서 회의를 하던 집무실이다. 최경환 비서관이 설명을 하고 있다. ⓒ 정근영


하나되는 한반도

김대중 대통령이 평생 동안 염원한 것은 남북통일이 아닐까 싶다. 한반도는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다. 그는 마지막 남은 한반도를 하나로 만드는 꿈을 꾸었다. 한반도가 하나 되면 세계도 하나가 되지 않을까. 온 세계를 하나의 세계로 만들고자 하는 정산종사(원불교 종법사)의 삼동윤리가 이 나라에서 출현하게 된 것도 우연한 일은 아니지 싶다.

그렇지만 김대중의 통일노력은 일부 사람들한테서 친북좌파 빨갱이로 매도되기도 했다. 그들은 정작 남로당에 가입해서 반란을 일으켰던 전직 대통령은 빨갱이라고 비난하지 않는다. 우스운 일이다.

우리 한국사회의 큰 병폐는 편 가르기다. 편을 딱 갈라놓고 자기편이 아닌 사람은 어떤 음해를 해서라도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놓고야 만다. 온 세계 사람들, 아니 미국을 비롯한 민주 우방의 지도자들이 김대중의 평화노력에 귀를 기울였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데도 빨갱이로 모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말하는 빨갱이는 어떤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인지 모를 일이다.

a

하나되는 한 반도, 하나되는 세계 한반도가 하나되면 세계도 하나된다. 세계 평화를 꿈꾸는 사람들 조각품 ⓒ 정근영


원한을 사랑으로 갚았던 김대중, 우리는 이제 네편 내편 갈라서 한 편에서는 그의 무덤에 장미를 바칠 적에 다른 편에서는 침을 뱉을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하나되어 장미를 바쳐야 하지 않을까. 남북간의 평화통일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우리는 이제 그가 놓은 통일의 징검다리를 하나 둘 이어가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우리나라 역사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이름이 알려진 사람은 누구일까. 김대중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김대중에 대한 평가에 인색한 사람들, 그의 영향력에 따라 입지가 다른 사람들의 생각 때문일까.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 김대중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김대중 도서관을 찾아가 그가 남긴 유품으로 공정한 평가를 해 보자.


덧붙이는 글 우리나라 역사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이름이 알려진 사람은 누구일까. 김대중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김대중에 대한 평가에 인색한 사람들, 그의 영향력에 따라 입지가 다른 사람들의 생각 때문일까.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 김대중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김대중 도서관을 찾아가 그가 남긴 유품으로 공정한 평가를 해 보자.
#김대중 #김대중도서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대자보가 대학가에 나붙고 있다
  3. 3 [단독] 김건희 일가 부동산 재산만 '최소' 253억4873만 원
  4. 4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5. 5 [동작을] '이재명' 옆에 선 류삼영 - '윤석열·한동훈' 가린 나경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