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씨가 지난 26일 조선일보에 기고한 <천만원짜리 개망신>이라는 글에 대해 진중권씨가 "왜 말년을 저렇게 추하게 보내야 하나,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라고 비판하더니 이번에는 박홍 신부가 진중권씨가 김지하씨를 비판한 것을 두고 "내 보기엔 그냥 뭐 개가 짖는구나 이 정도로 들린다"고 맹비난했다.
김지하씨는 조선일보에 쓴 <천만원짜리 개망신>이라는 기고문에서 자기가 글 쓰는 행위를 "'입질'하는 자리"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 표현을 빌려 "'주둥이 까는 자리!'"라고 했다. 자기가 하는 말이 막말로 들릴지라도 상관하지 말라는 것이었지만 은근히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꼬는 투였다.
그가 왜 조선일보에 주둥이 까는 소리를 했을까? 정운찬 총리 때문이다. 김지하씨는 "나는 정운찬씨를 좋아하지"만 "한 번 만나 밥 먹은 일밖에 없지만 그이의 경제 노선(路線)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참 이상한 것은 지식인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변호할 때, 나는 그 사람과 일면식도 없다, 잘 모른다, 밥 한 번밖에 먹지 않았다면서 자기가 그 사람을 변호하는 것이 결코 사적인 감정이 아님을 드러내는데 김지하씨도 비슷하다.
김지하씨가 정운찬 총리를 좋아하게 된 것은 스코필드(Frank W Schofield·1889~1970) 박사와의 인연을 든다. 스코필드는 정운찬 총리에게 아버지 같은 사람으로 정운찬 총리에게 "돈 있어?"고 물었고, 그는 "없다고" 답했다. 그리고 돈 갚을 자신이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정운찬 총리를 보고 사람은 저래야 된다고 말한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김지하씨는 정운찬 총리가 잘 되기를 바랐다고 했다.
그리고 김지하는 말한다. "청문회에서 어딘가로부터 천만원을 받은 사실을 까발리는 공격 앞에 간단히 '그렇다'고 대답한 정운찬씨를 보고 나는 맹자와 스코필드 박사를 떠올렸다. 그래야 한다. 총리 못하면 어떠냐!"고 했다. 정운찬의 위대함을 위해 맹자와 스코필드가 등장한 것이다.
천만원짜리 돈 받았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 용기가 좋다는 말이다. 그런 태도로 총리하면
"거대한 문명사 변동의 한복판인 한반도의 지금 이 국면에 평소의 그 소신과 경제·사회 노선의 그 원만하면서도 날카로운, 중도 진보의 참다운 빛을 보탤 것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천만원 돈 받았다고 말한 정운찬 총리는 거대한 문명사에 빛을 보탤 사람으로 추앙되었다. 천만원 돈 받았다고 당당하게 말하면 거대한 문명사에 빛을 보탤 수 있다는 말은 나가도 너무 나간 것이다. 그리고 김지하씨는 천만원을 용돈으로 당당하게 받은 사람이 거대한 문명사에 빛을 보탤 총리가 이끄는 대한민국에는 천만원이 1년 연봉인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천만원짜리 돈 받았다고 난리를 치는 그들은 "지난 집권 5년 동안 얼마나 많은 나랏돈을 처먹었는지 너무도 잘 아는 내가 시골로 낙향할 만큼 얼굴을 돌려버리게 만든, 바로 그 장본인인 그들이 '주둥이 까는 자리'에 있다고 해서 '천만원짜리 개망신'을 사서 한다고 낄낄대는 이곳 시골 인심을 알려주는 것도 한 못난 애국이라 생각해서다"고 했다.
이쯤되면 김지하씨는 나랏돈을 처먹은 이들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 밝히면 나라가 흔들린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고, 정운찬 총리가 천만원을 받았다고 당당하게 밝힌 것처럼 누가 나랏돈을 먹었는지 밝혀야 한다. 그것이 애국이기 때문이다.
결국 진중권씨가 이에 대해 "그래도 한때 위대했던 시인을 고작 정치권 쌈질에 정부여당 옹호하는 선수로 값싸게 갖다 써먹는 <조선일보>를 탓해야 하나요? 아니면 감각이 뒤처져 더 이상 시인일 수 없는 어느 노인의 과도한 욕심을 탓해야 하나요?"라며 "사회적 망각에 저항하는 처절한 투쟁이 정말 눈물겹다"고 맹비난했었다.
그리고 "한 개인이 아무리 용을 빼도, 자기의 시대가 있는 것이다. 자기가 한때 이름을 남겼다면, 그건 자기가 잘나서가 아니라, 그저 자기가 하는 말과 글이 마침 시대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가져야지. 그게 진정한 의미의 겸손"이라고 해 1970년대는 박정희 정권에 저항했던 김지하씨가 2009년에는 정운찬 총리를 두둔하는 것을 비판했다.
박홍 신부는 29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김지하씨가 쓴<천만원짜리 개망신> 칼럼을 "옛날에 '죽음의 굿판을 거두라' 하고 시인이 솔직하게 이야기한 거 그 비스무리하게 시원한 통쾌감을 느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진중권씨를 "나는 그분 보면 아주 젊은 사람으로서 너무 촐랑거리는 거 같애. 촐랑거린다고"라며 "근데 사람들 뭐 자유가 있으니까 지 생각 가는 대로 표현을 하겠지만 그거는 뭐 내 보기엔 그냥 뭐 개가 짖는구나 이 정도로 들린다"며 맹비난했다.
김지하-진중권-박홍으로 이어진 이 논란에서 과연 누가 진실 편에 섰을까? 김지하씨가 쓴 글이 논란 원인이 되었기 때문에 김지하씨를 통하여 답을 찾아가보자. 김지하씨는 정운찬 총리가 '천만원을 받았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을 높이 샀다.
김지하씨 하면 떠오르는 것은 1970년 <사상계>에 실린 김지하의 담시(譚詩) 〈오적>이다. 오적은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들이다. 오적 중 장차관에 "추문듣고 뒤쫓아온 말잘하는 반벙어리 신문기자 앞에 놓고 일국(一國)의 재상더러 부정(不正)이 웬말인가 귀거래사(歸去來辭) 꿍얼꿍얼, 자네 핸디 몇이더라"라고 했다.
정운찬 총리가 청문회 과정에 받은 천만원은 총리가 되기 전에 받은 용돈이다. 총리가 되기 전에 받은 용돈이므로 오적에 해당하는 장차관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총리에 내정되자 드러난 일은 별 6개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도덕성에 문제가 많은 사람이었다. 김지하씨가 매섭게 몰아쳤던 그 오적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국무총리로서는 자격이 없는 자였다. 정운찬 총리만 아니라 장관 후보자들 한 명을 빼놓고, 위장전입, 논문중복게재, 세금탈루 따위에 휘말렸다. 김지하씨는 오적을 향하여 말했다.
이놈들 오적(五賊)은 듣거라
너희 한같 비천한 축생의 몸으로
방자하게 백성의 고혈빨아 주지육림 가소롭다
대역무도 국위손상, 백성원성 분분하매 어명으로 체포하니
오라를 받으렸다. (김지하 <오적>)
대한민국 국무총리가 위장전입과 논문종복게재, 세금탈루, 용돈으로 1천만원을 받았다면이는 국위를 손상하는 일이고, 사람들 원성을 사는 일이다. 국위손상, 백성원성을 사는 자들에게 오라를 받으라고 했던 김지하씨이다.
김지하씨는 말할 것이다. 정운찬 총리는 내가 말한 오적에 드는 사람은 아니라고. 나 역시 오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1970년과 2009년은 다르다. 장차관과 고위공무원 중에 1970년 오적은 2009년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 그 때는 위장전입과 천만원 용돈, 논문중복게재가 별 문제 아니었겠지만 2009년은 다르다.
더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한다. 총리가 되기 전에 행한 일까지 책임을 묻는 시대이다. 그 책임을 묻는 것이다. 1970년 오적을 향해 오라를 받으라고 외쳤던 김지하는 어디갔는가. 오적을 외쳤던 그가 천만원 용돈 받을 것을 당당하게 밝힌 것을 두고 "사회적 망각에 저항하는 처절한 투쟁이 정말 눈물겹다" 고 말한 진중권씨를 향해 "개짖는 소리"라고 말한 박홍 신부 중 누가 진짜 양심을 버리지 않았는지 길가는 이들에게 물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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