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민순 민주당 의원.
권우성
직업 외교관 출신인 송 의원은 30일 자신의 홈페이지(
http://www.mssong.or.kr/)에 올린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이 되려면'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내용, 절차, 시기 등 세 측면 모두에서 문제점을 야기했다"며 이렇게 조목조목 비판했다.
송 의원은 먼저 발언의 내용과 관련, "북한과 나머지 6자회담 참가국들은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전제하고 "문제는 기술적으로 볼 때, 북한의 핵폐기는 불가역적(irreversible)으로 비교적 단기에 이뤄질 수 있지만, 반대로 체제보장과 경제적 지원은 시간을 두고 이뤄질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언제든지 가역적(reversible)이 될 수 있는 비대칭적 속성 때문에 단계적 이행을 통해 상호신뢰를 구축하면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절차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문제, 특히 핵문제의 성격에 비추어 미국 및 중국과의 협의가 없는 정책제안은 추진력을 가질 수 없다"면서 "이번 제안은 관련국들과 적절한 사전조율이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미측이 내부 교신에 문제가 있어 초기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해명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면서 "이런 문제는 한·미간에 하루, 이틀 전 사전통보로 조율될 성격이 아니라 상당기간에 걸쳐 양측 실무선과 고위선에서 협의한 후 대외 발표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송 의원은 또 "6자회담이 사실상 휴업된 상태에서 관련국들은 양자 또는 다자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메커니즘을 다시 궤도로 올려놓기 위해 신중히 접근하고 있는 중이다"고 전제하고 '시기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이 와중에 이명박 대통령은 회담장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조율되지 않은 제안을 공개했다"면서 "설사 그 내용이 현실성이 있었다 하더라도 미·북 양자회담과 6자회담 재개의 윤곽이 어느 정도 뚜렷해졌을 때 하는 것이 맞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근거로 "우리나라 대통령이 이렇게 내용도 절차도 시점도 맞지 않는 제안을 국제사회에 나가서 공개하여, 바로 냉대받는 현상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20년 대북 협상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약속'이 아니라 상호 '신뢰'"그는 이어 "1994년 제네바 합의가 있었고, 2000년 미·북 공동 커뮤니케가 있었지만 상호간에 '어음'은 발행되었어도, 약속대로 결제되지 않았다"고 전제하고 "지금까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일괄타결 방안같은 것이 제시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면서 "과거 북한과의 협상 사례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약속'이 아니라 상대방이 그것을 이행할 수 있느냐는 상호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정책은 북한의 핵폐기를 이끌어내기 위한 현실적 방안을 찾는 것이어야지, 북한이 먼저 핵폐기를 하면 무엇을 해주겠다고 하는 것은 북한의 변화에 대한 '대책없는 기대'일 뿐 '정책'이 될 수는 없다"고 '그랜드 바겐'을 거듭 비판했다.
그는 "북한문제와 한반도 문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전제하고 "'그랜드 바겐'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한·미간에 한반도의 장래에 대한 공동의 비전(grand vision)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민주적이고, 비핵화 되고, 주변국 모두에 우호적인 한반도, 그리고 나아가 통일된 대한민국의 미래상'이 그 비전의 윤곽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다음은 그 비전의 구현과 함께 북한핵문제를 해결하는 구도, 즉 9.19공동성명 이행을 포함한 포괄적 추진전략(grand strategy)에 대해 관련국들과 협의해야 한다"면서 "이 전략에 기초해서 북한을 제외한 5자가 6자회담에서의 의무를 먼저 이행하고 짧지만 적절한 시차를 두면서 북한의 확실한 이행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훈수했다.
송민순 의원은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로 9.19 공동성명을 이끌어낸 주역이며 외교통상부장관을 지낸 뒤에 지난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왔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공유하기
송민순 "'그랜드 바겐'은 이 대통령 '커다란 착각' 때문"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