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PM 멤버 박재범이 결국 활동을 접고 시애틀로 떠나면서 비난의 목소리는 잦아들고, 동정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심지어 팬들은 소속사 JYP의 박진영 대표를 보이콧하겠다는 등의 단합된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팬들은 네이버 지식인이나 블로그 등 가리지않고 동영상, 사진과 글을 올리며 재범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를 쫓은 이들에 대한 분노를 표한다. 대한민국을 욕했다는 죄명으로 돌을 맞아 떠난 그 때문에 그의 팬들은 나라를 욕하고 있다.
형국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책임 소재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아이돌 가수 샤이니의 팬클럽인 '샤이니 월드'의 한 회원이 처음 글을 올렸다는 주장이 일면서 한 때 2pm 팬과 샤이니 팬이 집단적인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 네티즌이 자신이 마이스페이스에서 발견한 재범의 글을 악의적으로 해석해 '디씨 인 사이드'에 마치 조현우 기자에게 메일을 보낸 것처럼 캡처한 사진을 올렸다고 경위를 설명하는 글을 올리며 그에 대한 격분으로 옮겨 갔다. 와중에 사건의 원인을 대한민국에 팽배한 배타적 민족주의 혹은 국가주의로 진단하는 글도 보인다. 그래서 원인은 어디에 있다는 걸까?
네티즌은 결코 기자들에 그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워져 방관하거나 욕할 수 없다. 기자가 자신이 발견한 것이 기사가 될 것이라고, 더 구체적으로 네티즌들의 클릭을 유도할 것이며 그것이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상되었을 때 이를 기사화하는 것은 옳고 그름을 떠나 당연한 일이다. 기자는 재범에게 개인적인 원한을 갖고 기사를 작성한 것이 아니며, 오로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자의 이러한 알권리에 봉사하는 역할의 구체적 행위와 내용은 그들이 독자로 삼고 있는 네티즌들의 경향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쌍방향성의 극대화가 실현되는 인터넷 신문 기사에서 더 이상 주체는 기자 개인이 아니다.
문희준, 정선희,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서 현재 이명박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희생양을 찾아내고 굳이 '성지순례'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비난할 만한 구석을 찾아다니기까지 하는 잉여적 성실함을 보여주고 있는 네티즌은 절대 책임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다. 9월 한 때 공공의 적은 유진박의 매니저였고, 28일 현재는 '나영이 사건'의 피의자이다. 비록 법률을 어긴 천인공로할 죄인이더라 하더라도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전능한 판단자로서의 역할에 도취된 네티즌에게 비난당해 마땅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자들이 네티즌을 위와 같은 이유로 비판하는 것도 옳지 않다. 기자는 공공에 영향을 미치는 메시지를 생산하는 주체로서, 시대를 진단하는 매체담당자로서 그 윤리적 의무와 책임을 져야 한다. 수많은 사이트가 '신문'이라는 이름을 걸고 난립하는 중에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기자' 자리를 채우기 위해 동원된 네티즌 중 한 명에게 저널리스트로서의 의무를 요구하기는 무리일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요즈음 다수의 기자가 위에서 언급한 네티즌들의 성실함에 밥숟가락 얹어 '기사화'하는 행위로 그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할 자격을 잃는다.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접근성은 향상되고, 쌍방향적 커뮤니케이션의 활로가 보장되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언론매체는 명백하게 보다 질 높은 민주주의의 수단으로 역할 할 수 있고, 이로써 수평적 구조의 가능성을 마련한다. 하지만 인터넷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장이되고, 인간의 폭력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세계가 된다면 이만 인터넷에 대한 무조건적 찬양은 접어둬야 한다. 재범 사건을 계기로 기자와 네티즌의 공생적이며 또 한편 서로가 서로를 착취하고 힐난하는 관계, 그리고 그것이 짜놓은 판에서 폭력을 저지르고 있는 나 자신에게서 사건의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 2009.09.30 21:05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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