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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 GSP' 울린 주짓떼로 맷 세라의 한방!

[격투기, 그 열정의 명 경기⑪] 맷 세라 vs. 조르주 생 피에르

09.10.05 09:29최종업데이트09.10.0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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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가슴 속 한켠에 1인자라는 목표를 품고 산다. 하지만 냉혹한 현실은 그 다음의 위치도 호락호락하게 넘겨주지 않고 1인자의 꿈을 꾸던 이들은 어느덧 흐르는 세월 속에서 하나 둘 꿈을 접어버리기 일쑤다.

조금만 더 애를 써 손을 뻗으면 잡힐 것 같은데, 분명 나에게도 저 자리가 한번 정도는 돌아올 것 같은데, 정상을 향해 다가가기에는 주변의 경쟁자들마저 버겁게 느껴진다.

'넘버3!' 어느 종목,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당연히 존재할 수밖에 없는 위치이지만 열정과 근성을 바탕으로 욕심을 포기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벗어나고픈 그룹이다. 일단 '넘버3'로 낙인찍히게 되면 1인자를 향한 도전 자체도 쉽지 않아지기 때문.

다음은 내 차례, 아니 이번만큼은 내가! 비록 '일장춘몽(一場春夢)'에 그칠지언정 많은 '넘버3'들은 '넘버1'을 향한 반란을 멈추지 않는다.

늦깎이 쿠데타에 성공했던 '더 테러' 맷 세라(35·미국) 역시 그중 한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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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살의 한방, 무적의 챔피언을 거꾸러뜨리다!

뛰어난 주짓수 실력을 바탕으로 뛰어든 격투기 무대. 이미 20대 중반을 넘어가는 시점에서의 데뷔였지만 어떠한 상대를 만나도 그라운드 상태로 전환만 하게 되면 서브미션의 공포를 안겨줄 것이라는 자신감만큼은 충만했다.

하지만 맷 세라의 170이 채 되지 않는 신장은 장신들이 우글거리는 격투무대에서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스탠딩 공방전에서는 여러 가지로 불리함을 겪어야했는데 타격전에 신경 쓰다 보니 진이 다 빠져 막상 그라운드로 가게 돼도 확실한 임팩트를 남기기도 쉽지 않았다. 노련한 게임운영과 그래플링 실력을 바탕으로 승수는 곧잘 챙겼지만 주짓떼로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서브미션 승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고 연일 판정경기가 이어졌다.

평범한 외모, 작은 신장, 적지 않은 나이, 거기에 서브미션 승마저 적은 그래플러라는 이미지는 나날이 굳어갔고, 때문에 프로로서의 인기도 좀처럼 따라붙지 않는 모습이었다. 승률은 좋았지만 강자들과의 승부에서는 항상 아쉽게 패해 '조연의 역할' 그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는 아쉬움을 곱씹어야만 했다.

그렇게 세월은 자꾸 흘러만 갔고 어느덧 맷 세라의 나이도 30대 중반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굳은 결의로 참가하게 된 TUF '시즌 4'에서 우승이라는 감격을 맞이하게 됐고, 그 결과는 UFC 웰터급 타이틀 도전권 자격획득이라는 큰 선물까지 안겨주었다.

드디어 맞이하게 된 정상을 향한 도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의 승리를 예견하지 않았다. 아니 당연히 패할 것이라 생각하고 과연 어느 정도나 버틸 것이냐에 승부에 초점이 맞춰지는 분위기였다. 다름 아닌 상대가 웰터급 최강의 파이터 조르주 생 피에르(28·캐나다)였기 때문.

생 피에르는 가라데-주짓수-복싱-레슬링 등 모든 부분에서 고르게 뛰어난 올라운드 파이터다. 당시 체급내 최강자중 한명이었던 맷 휴즈(36·미국)마저 손도 못쓰고 나가떨어졌을 정도. 세라에게 패배를 안겨줬던 비제이 펜이나 카로 파리시안 조차 넘지 못한 벽중의 벽이었다.

파워, 테크닉, 타격, 체력, 신체조건 등 어느 한 부분에서도 맷 세라가 앞선다는 평가는 없었고 유일한 희망이라 할 수 있는 그래플링마저도 자신하기에는 의구심이 뒤따랐다.

그러나 스포츠는 반전이 있기에 볼 가치가 있다고 했던가, 이렇듯 객관적인 데이터상으로는 도저히 답이 없어 보였던 세라지만 이 경기에서 그는 자신의 격투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장면을 연출한다.

스탠딩 상태에서 사냥준비(?)를 하던 생 피에르의 머리 쪽으로 그의 펀치가 얹히듯이 적중되면서 분위기가 갑작스럽게 바뀌기 시작한 것. 깨끗하게 들어간 정타는 아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충격은 더욱 컸다. 생 피에르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타이밍에서 맞춘 것인지라 그 위력이 상당했다.

충격이 제대로 들어간 듯 생 피에르의 다리는 그만 풀려버렸고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은 세라는 혼신의 힘을 다해 펀치러시와 파운딩 연타를 퍼부으며 경기를 끝내버렸다. 생 피에르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그의 몸은 마음과 따로 놀았고 결국 통한의 넉아웃 패배를 당해야만 했다.

물론 생 피에르를 꺾고 챔피언에 등극했던 세라의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절치부심한 생 피에르가 다시금 리벤지에 성공했기 때문. 하지만 존 피치(31·미국)같은 선수들도 오르지 못한 자리가 챔피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세라는 결코 운이 나쁜 선수는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세라는 이 경기는 이후 많은 팬들로부터 원성(?)을 사게된다. 다름 아닌 이날 패배이후 생 피에르의 스타일이 올라운드 플레이에서 압박형 레슬링위주로 바뀌었기 때문. 생 피에르는 조금의 위험만 있다싶으면 압도적인 신체능력과 힘으로 상대를 바닥에 눕힌 후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간다.

워낙 파워와 레슬링에서 압도적인지라 생 피에르에게 그라운드로 끌려 들어가면 포지션 탈출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다.

상당수 팬들은 티토 오티즈(34·미국)-히카르도 아로나(31·브라질)보다도 몇배는 지겹다는 의견을 내놓고있지만 쉽게 이기는 법을 알게된 생 피에르가 스타일을 바꿀 가능성은 커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팬들은 "이게 다 세라 때문이야…"라는 불평을 농담반-진담반으로 되내일 수밖에 없다.

<계속>

넘버 3 더 테러 UFC 웰터급 조르주 생 피에르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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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전) 홀로스, 전) 올레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농구카툰 'JB 농구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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