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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한 패배 당한 최홍만을 보며

드림11 수퍼헐크매치에서 일본 미노와맨에게 발목 꺾기 당해 기권패

09.10.07 12:36최종업데이트09.10.07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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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천하장사출신 파이터 최홍만(29)이 또다시 패하고 말았다. 지난 6일 일본 요코하마아레나에서 열린 드림11 수퍼헐크 토너먼트에서 일본의 미노와맨(33)에게 발목 꺾기를 당해 기권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벤트 성격의 수퍼헐크 토너먼트는 주최측이 애초부터 이채로운 상대와의 맞대결을 기획했다. 최홍만이 8강전에서 만났던 상대는 미국 메이저리그 출신의 호세 칸세코였고, 4강전 상대인 미노와 이쿠히사는 175cm, 87kg의 체격조건으로 218cm, 148kg의 최홍만과의 대결은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구도였다.

43cm, 60kg의 차이는 복싱 체급으로 말하자면 플라이급과 헤비급의 차이보다도 더 큰 체중이고 미노와맨의 신장은 최홍만의 가슴에도 못 미치는 것이니, 어른과 꼬마의 싸움을 연상하면 될 것이다. 190cm의 호세 칸세코가 싱겁게 항복했듯이 상대도 안될 듯 했지만, 미노와맨은 야구선수하다가 격투기 이벤트에 참가한 일반인이 아니라 정식 격투기 선수였다.

그건 큰 차이였다. 키 큰 최홍만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 후에 장기인 관절 꺾기로 승부를 내겠다는 전략을 시합 전부터 공표하며 연습을 해왔다. 사실 최홍만을 상대로 그가 펼칠 수 있는 그것뿐이었다. 이에 대해 최홍만은 코웃음을 쳤다. 천하무적 효도르도 쓰러뜨리지 못한 씨름 천하장사출신을 쓰러뜨리겠다는 전략이 웃긴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고 얼마 간의 탐색전이 있은 후 미노와맨이 최홍만을 넘어뜨리기 시작했다. 미노와맨은 링 매트를 기어가듯 엎드리며 최홍만의 발목을 잡아채며 그라운드전으로 몰고 가는 것이었다. 씨름처럼 몸의 일부가 바닥에 닿으면 지는 룰이 아닌 만큼 최홍만의 씨름기술도 종합격투기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신경이 허리아래로 쏠린 틈을 타 미노와맨의 주먹이 최홍만의 안면을 정확히 가격하며 타격을 입혔다. 긴장감속에 10분간의 1라운드를 마쳤고, 관중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도저히 일어날 수 없을 듯 했던 거함 최홍만 침몰이 예상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2라운드가 시작되었을 때 최홍만은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매 라운드 3분씩이었던 K-1룰과는 달리 1라운드 10분을 뛰어야 하는 종합격투기에서 처음으로 2라운드를 뛰는 것이었다. 승기를 잡은 미노와맨의 공격전략은 쉽게 먹혀 들었다. 2라운드 시작부터 그라운드 공방전이 벌어졌고, 불과 1분여 만에 최홍만은 결국 발목 꺾기를 당하며 기권하고 말았다. 미노와맨은 환호했고 최홍만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고 쓸쓸히 퇴장했다.

최홍만의 이 같은 무기력한 경기를 접한 한국팬들은 '차라리 은퇴하라', '씨름으로 복귀해도 그런 투지라면 상품가치 없다' 라며 힐난하는 분위기다. 그 키에 잽만 제대로 날려도 될 텐데 도망만 다니며 투지가 부족하다고 욕한다. 하지만, 최홍만인들 지고 싶어서 졌겠는가? 태업이라도 했단 말인가?

사실 우리가 최홍만에게 기대했던 세계 정상급 파이터로의 도약은 뇌종양 수술과 함께 이미 물 건너 갔다. 뇌종양 수술 이후 K-1에서 무기력한 3연패를 당하며 K-1 주최측의 명령으로 씨름출신 운운하며 입식타격이 아닌 종합격투기로 전향한 자체도 최홍만에겐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셈이다.

그렇다고 은퇴를 하기엔 아직 서른도 안된 나이가 아쉽고, 주최측에서도 특출한 그의 하드웨어로 이런저런 흥미거리를 만들고 싶어한다. 그러니, 이런 말도 안 되는 매치업에 등장해서 이겨야 본전인 상대와도 싸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본인은 져서 치욕이겠지만, 이 경기를 본 일본팬들로서는 작은 사람도 할 수 있다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기억에 남을 경기였으니 주최측으로선 최홍만이 제몫을 해낸 것이기도 하다.

꼭 우승을 해야 하고 세계 최강에 올라야만 환호하지 말자. 처음에는 많은 기대를 갖고 더 잘할 수 있다며 질타를 했다면, 이제는 해외에서 홀로 그것도 매맞는 운동으로 맘 고생하고 있을 그에게 따뜻한 위로가 필요할 때라고 본다.

최홍만 미노와맨 수퍼헐크토너먼트 드림11 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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