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대한 한국 정치권, 이대로는 안 된다

'현실'을 직시한 '현실 정치'가 절실한 한국의 정치권

등록 2009.10.19 14:15수정 2009.10.1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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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사에 이어집니다: 한국 정치권에는 '중국'이 '중국'이 아니다)

 

중국의 '동문'에 대한 한국의 '서답'

 

중국의 '환츄왕(环球网)'에 따르면,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이후 100만 명 시대에 진입했다. 하지만 재중 한국인의 증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2010년 이후에는 200만 명 시대로 성큼 다가설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베이징 출입국관리사무소의 통계에 따르면, 2008년 3•4분기 베이징을 방문한 외국인 중 한국인은 14만여 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미국인과 일본인이 2~3위로 그 뒤를 이었다. 그런데 재중 한국인 100만 명 시대가 불과 2~3년 만에 200만 명 시대가 될 것이라는 중국 측의 이러한 전망은, 시시각각 근접하고 있는 한중의 오늘날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음과 동시에 아직도 시대의 이와 같은 '현실적 변화'에 둔감하기만 한 우리 사회 일각의 처절한 자각과 변신을 촉구하는 엄중한 경종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0월10일, 중국 북경의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된 제2차 한중일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한 공동노력에 3국이 합의했다. 또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은 6자 회담을 반대하지 않는다"며 대북 관계에 임하는 우리 측에 대한 그들의 속내를 암암리에 내비쳤다. 그런데 이와 같은 중국 측의 제스처를 '접수'하는 우리 측의 모습을 보면, '동문서답'과 '아전인수'라는 한자성어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 구상을 둘러싼 중국측의 반응과 그 반응에 대한 우리측의 해석을 가지고 알아보도록 하자.

 

청와대 대변인은,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이 대통령의 일괄타결 방안에 개방적 태도로 적극 협의해나가겠다"고 밝히는 등, 중국측은 우리 대통령의 제안에 매우 적극적이며 긍정적인 관심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발표하였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청와대 대변인이나 여의도 일각에서의 이와 같은 낙관적 해석에도 불구하고, 중국 국내에서는 우리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이렇다 할 후속 보도 등을 찾아 보기가 쉽지 않았다. 실제로 중국 언론들은 자국 총리의 방북 성과 보고 및 6자 회담 등에 관한 소식과 일본 하토야마 총리의 동북아 공동체 구상 제의에 대해서는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심층적으로 분석하였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 제안에 대해서는 거의 보도조차 하질 않았다. 그런데 이는, 중국 측의 외교적 수사와는 달리, 한국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중국 측의 반드시 긍정적이지 만은 않은 자세를 드러낸 것이 아닐 수 없다.

 

일반적으로 애매모호한 언행에 익숙한 중국인들이다. 하지만 그들에 대해 제대로 관심을 갖고 또 실제로 어느 정도라도 그들과 진지하게 접한 바 있는 외국인들에게 중국측의 이와 같은 함의(entailment)는 중국읽기의 입문 격에 불과하다. 이번에 중국 측은 한국 측을 배려하여 비교적 알기 쉬운 자세로 넌지시 들려주려 했던 것 같다. 그런데도 그들의 제스처에 대한 우리 측의 해석을 보며 오히려 더 황망해 하지 않을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한국의 정치권에는 '중국'이 '중국'이 아니다

 

한중 수교 이후, 한국에는 그야말로 중국 열풍이 불어 닥쳤다. 그러다 보니 전술한 바와 같이, 불과 15년의 세월 만에 100만 명의 한국인이 중국에 거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15년 간의 '열풍'은 어느덧, 2~3년 만의 200만 명이라는 '광풍'과도 같이 변모하게 되었다. 

 

그런데 가만, 중국을 향한 한국의 러시 현상에 예외적인 존재가 있는 것 같다. G2로 부상한 중국에 대해 각계각층에서는 '노마드' 정신으로 달려들어 파헤치고 있는데 그 대열 속에서는 한국의 정치권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사실 한국 사회의 중국 열기는 그 출발부터 현재까지 경제 분야를 위주로 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 뒤로 유학이나 사회문화 분야가 뒤를 잇고 있으며, 정치 분야는, 조선시대 점잖은 양반 어르신네들이 그러했듯이, 저 멀리서 뒷짐진 채 느릿느릿 팔자걸음을 걷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정치권에는 아직까지도 이렇다 할 '중국통'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이러한 사정은 외교 분야 또한 크게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외교계에서는 아직도 "한국외교=북미외교" 라는 도식이 크게 바뀌지 않은 채, 청와대의 외교안보수석부터 외통부의 고위 핵심라인 모두가 온통 북미 출신의 '미국통' 에게 점령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한국의 대중외교는 아직까지도 대미외교의 연장선 정도로 다뤄지고 있다. "달걀을 모두 한 바구니에 담아서는 안 된다"는 포트폴리오의 기본 원칙에도 불구하고, 아울러 더 이상 늦출 수 없어 과감하게 '탈미외교'를 선언하고 나선 '미국의 1중대' 일본의 변신을 보면서도, 한국의 외교 분야는 아직도 미국이라는 한 극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시피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정치외교 분야의 이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는 중국에 대한 보다 더 진취적이며 적극적인 자세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한중 양국의 정치외교적 긴밀도는 한중 양국 다른 부문의 긴밀도와 비교할 때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의 실례를 보라. 2~3년 만에 100만 명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판이다. 그런데도 이미 1년 반 전인 2008년 5월에 '전략적 관계'로 격상된 한중 양국관계는 지금 어떠한가? 격상이라는 것이 서류상으로만 그렇게 되었을 뿐, 실질적으로는 아직도 '전략적 관계'라는 그 개념조차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지진부진하기만 하지 않은가.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은 "내치의 실패는 다음 번 선거의 패배로 국한되겠지만 외교의 실패는 국가의 흥망성쇠와 직결된다"고 했다. 외교의 역할은 그 만큼 중요하다. 한편 그렇다면 외교의 기본은 과연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먼저 상대방을 제대로 읽어낼 수 있어야만 제대로 된 대응방안이 서게 되는 것이 아닌가? 자, 그러면 이번에는 상대방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 필요한 자세는?

 

중국을 읽지 못하는 한국의 정치권은 정말이지 매우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중국을 읽어내기 위한 기본 자세조차 제대로 갖추려 하질 않고 있다. 중국에 대한 한국 정치권의 무감각과 무능함이 이대로 지속된다면, 우리의 대중 비즈니스 등에 대한 지원이나 200만 재중 한국인에 대한 권익보호 등은 고사하고 오히려 훨훨 날아야 할 우리들의 발목만 잡아 끌게 될 지도 모른다. 아아, 중국에 대한 한국 정치권의 자각과 변모, 과연 무슨 대가를 어떻게 치른 뒤 비로소 꿈틀댈 수 있을까.

 

2009.10.19 14:15ⓒ 2009 OhmyNews
#중국을 모른다 #현실적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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