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9.11.20 11:06수정 2009.11.2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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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기적을 낳는다. 그것은 수많은 불가능 앞에 서있는 우리에게 얼마나 희망을 주는 말인가. 주말이면 즐겨 찾는 등반길인 남한산성 정상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졸도로 쓰러진 사고로 전신이 마비된 뒤 9개월 만에 현업에 복귀한 서울대 병원 신경과 전문의 전범석 교수의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사고 직후 의식이 돌아온 순간, 그는 손가락조차 움직일 수 없었던 입원 첫날부터 재활치료와 물리치료 하는 장면을 24시간 내내 떠올렸다고 한다. 사고 뒤 6개월까지 전신마비 상태가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생을 향한 그의 강한 의지만큼은 치료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리라.
투병 중에 가장 어려운 것은 포기와 좌절에 대한 유혹이다. 대부분의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갈수록 회복과 치료에 한계가 보일 때 절망과 좌절이 찾아오듯 그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던지 그런 과정이 왔을 때 가장 힘들었으나 절망하지 않고 반드시 일어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고 한다. 중간에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았던 그 의지가 사고 당시 자율신경까지 다쳐 배변과 배뇨뿐 아니라 혈압조절도 스스로 할 수 없었던 그를 9개월 만에 현업에 복귀시킬 정도로 건강을 회복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주변에서조차 다시 일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절망했으나 그것은 치료와 회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본인 자신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절망, 분노, 원망, 후회, 자기 연민, 포기나 좌절 등은 치료회복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은 나 역시 온몸으로 체험해 알고 있다. 중병으로 혼자서는 걷지도, 일어나지도 못하고 죽음과 직면했을 때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였지만 만일 살아나야 한다면 홀로 걷고 싶었다. 그래서 병상에 누워 아무런 생각 없이 오로지 혼자서 걷는 모습을 자주 그렸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다행히 남의 도움없이도 걸을 수 있다.
그를 보면서 이미지 치료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요즘 유럽 선진국에서 일반화 되어있는 심상치료라는 용어로 표현되는 이미지 치료는 종교에서 말하는 환상적 체험이나 신비로운 체험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마음세계와의 만남 체험을 전제로 한 치료 작업을 의미한다. 심상치료를 연구하는 전문의들의 말로는 심상에서의 10분짜리 심상체험 작업은 일반 심리치료 및 상담 기법의 10시간 치료 작업과 같은 기능과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만일 전범석 교수가 마음의 기적을 몰랐다면 과연 이렇게 기적적인 회복을 할 수 있었을까. 알고 있는 것을 실천했기에 그는 우뚝 일어설 수 있었다. 동양의학에서는 마음을 고요히 하여 오로지 아픈 부위를 주시하는 정심주定心住라는 치료법과 함께 실제로 정심주 치료경험을 한 사람들의 사례도 소개하고 있다. 마음은 비워야 다른 것을 포용할 수 있다. 몸은 마음을 따라간다. 마음을 온전히 비우고 낫겠다는 의지만을 품고 바라볼 때 몸은 그 마음을 따라가니 기적처럼 보이는 정심주 치료나 심상치료가 가능한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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