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MB 세종시 궤변을 '사과'로 둔갑시킨 조중동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용서를 빌지도 않았는데 '사과했다'고?

등록 2009.12.01 12:17수정 2009.12.01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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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좀 지났더라도 할 말은 하고 바로 잡을 건 바로 잡아야겠습니다. 어지간하면 눈 감고 모른 척 할려고 했더니 속이 불편해서 안되겠네요.)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고 합니다. 화끈하게 사과했다고 합니다. 충청도민에게 석고대죄했다고 합니다. 'MB 친위대'를 자처하는 조중동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이 그러합니다.

동아일보는 이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부각시키면서 "국정 최고책임자로서의 진정성을 전달... 개인적 고뇌와 소회를 솔직히 전달"했다고 낯뜨거운 찬사를 늘어 놓았습니다(<"정치적으로 내가 편하려고 국가가 불편해질 일 할 순 없어">, 11.28)

중앙일보는 이 대통령이 "유감 표명이란 애매한 태도보다 결국 화끈한 사과를 택했다"며 당초 예상보다 강한 톤이었다고 입거품을 물었습니다(<부끄럽고 후회" 예상밖 화끈한 사과>, 11.28)

조선일보는 이 대통령이 문닫힌 '충청' 가옥 앞에 무릎끓고 석고대죄하는 그림을 그리고 거기에 "대선때 표 때문에 원안대로 할듯이 유세... 죄송..."이란 말풍선을 집어 넣었습니다(11월 28일자 만평).

조중동의 여론공세는 사설에서도 계속됐습니다. 조선일보는 28일 "세종시 과거 약속,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제목으로 뽑은 사설을 작성,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마음을 털어놓았다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29일엔 <대통령 사과 다음은 여야가 국회서 본격 논쟁 벌일 차례>라며 정치권의 협조를 당부하는 사설을 실었습니다.

중앙일보 또한 <MB 사과, 건설적인 논의의 계기 삼아야>란 제목을 단 28일자 사설을 통해, 이 대통령이 "분명한 목소리로 잘못을 시인"하고 "솔직한 사과"를 한 만큼, 이제 정치권도 무의미한 책임공방을 끝내고 좀 더 건설적인 방향으로 논의를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이 사설에 '사과'란 단어를 무려 다섯번이나 집어 넣었습니다.


동아일보도 29일자 사설 <세종시 '대안이 국익' 더 다각적 설명 필요하다>에서, "대통령 선거 때 충청 표를 의식해서 원안대로 할 듯이 말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고 후회스럽다" "원안을 바꾸는 게 도움이 되더라도 혼란을 초래한 것에 대해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발언들을 되풀이 소개하면서 이 대통령의 사과를 감동적으로 포장했습니다.

이들 신문들의 말을 들으면, 이 대통령이 마치 역사에 길이 남을 엄청난 사과라도 한 것처럼 여겨집니다. 그런데 과연 그렇습니까.


아다시피, 사과는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것입니다. 사전적 의미가 그러합니다. 따라서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이 대통령의 세종시 발언이 사과로 성립되려면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는 행위와 용서를 비는 행위가 충족되어야 합니다. 사과의 모양새를 갖췄다는 말을 들으려면 최소한 이 정도는 해 줘야 합니다.

그러면 이 대통령이 인정해야 하는 잘못이 무엇입니까? 그가 무엇을 사과해야 합니까? 바로 국민을 속인 죄, 하늘같은 국민을 기망한 죄, 대선에서 충청표를 얻자고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죄입니다.

'정직'으로 가훈을 삼고도 입만 벌리면 거짓말을 남발한 죄, 자식들에게 '거짓말해선 안된다'고 가르친 대한민국 부모들 가슴에 못을 박은 죄, 청소년들에게 이 나라에서 출세하고 성공하려면 '거짓말은 필수'라는 환멸감을 심어준 죄입니다.

그 외, 거짓말로 나라의 기틀을 흔들고 국정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국론을 분열시킨 죄 등등, 그가 저지른 범죄를 적시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입니다. 이것을 보수언론들이 좋아하는 경제적 손실액으로 추산하면 수십조는 족히 넘지 않을까요?

그럴진대 이 대통령이 이러한 죄과들을 제대로 인식하고 진실로 가슴 아파하고 있다면, '대통령과의 대화' 시간에 한 줌 거짓없이 이실직고하고 용서를 빌었어야 합니다. 돌을 던지면 맞겠다는 자세로 국민에게 머리를 숙였어야 합니다. 그러자고 지상파 3사를 비롯, 35개 채널을 총동원하면서까지 생중계한 것 아닙니까?

그러나 이 대통령은 어떠했습니까? 상기한 잘못을 인정하고 통회자복하는 대신 자기를 꾸미는 데만 급급했습니다. "원안대로 편히 넘어갈까 생각도 했으나 나라 걱정하니 그렇게 못하겠더라"는 말로 시작해서 "나 하나 욕먹고 정치적 손해보더라도 역사를 보고 올바른 일 하려 한다"는 말로 세종시 말바꿈을 묻는 첫질문에 대한 답을 매조지했습니다.

TV를 통해 지켜본 국민의 눈에 그는 비난받아 마땅한 사기꾼이 아니라 국가 위해 고뇌하고 끝내는 자기 몸을 던지는 거룩한 순교자였습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어야 할 죄인이 아니라 모두가 흠송하고 본받아야 할 성인이었습니다. 사과한다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 그러했습니다.

조중동이 '화끈한 사과'였다고 한껏 치켜세운 "선거 가까워지다보니 말이 바뀌더라. 부끄럽기도 하고 후회스럽기도 하다. 말을 바꾸면서 혼란 온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말은 그 사이에 배치된 민망한 레토릭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이 레토릭마저 거짓과 헛발질로 얼룩졌습니다.

그는 말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급박한 사정을 강변하기 위해 "선거가 임박해서 말이 바뀌더라"고 둘러댔지만 그러나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었습니다. 그는 선거 2년 전부터 상습적으로 말을 바꾸었고 그 버릇은 금년까지 이어졌습니다.

더욱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그의 말조차 진정한 사과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습니다. 그가 '죄송하다'고 한 것은 자신의 거듭된 거짓말로 상처입은 국민이 아니라 말이 바뀌면서 초래된 혼란상이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이 모양, 이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에 대해 진솔하고 솔직하게 사과하기는 커녕, '대화' 시간 내내 추한 변명과 합리화, 거짓과 궤변으로 시종했습니다. "나 하나 편하자고 국가가 불편한 것을 할 수는 없다"는 말은 그 절정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조중동은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이 대통령이 '화끈하게 사과'했으니 그에 대해서는 더이상 캐묻지 말자고 합니다. 소모적인 논란을 접고 이제는 세종시 수정안을 어떻게 처리할지 그것만 이야기하자고 꼬드깁니다. 경위야 어떻든 이 대통령 입에서 "죄송하다"는 말이 나왔으니, 그것으로 다 됐다는 것일까요?

이 대통령은 자기 혼자 편하자고 세종시를 원안대로 처리하면 "먼 훗날이 아니라 다음 임기에서 저는 역사에 떳떳하지 못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바로 그런 거짓말 때문에 오고 오는 역사에서 떳떳하지 못한 인물로 길이 기억될 것입니다. 냄새나는 배설물을 향긋한 '사과'라고 사기친 조중동 또한 두고 보십시오.
2009.12.01 12:17ⓒ 2009 OhmyNews
#MB '대통령과의 대화' #세종시 공방 #조중동의 이명박 밀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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