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 되어 버린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을 통해 바라본 한국의 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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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qmffkdzk)등록 2009.12.0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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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tv예능프로그램의 대세가 리얼 버라이어티라고 한다. <무한도전>, <1박2일>, <패밀 리가 떴다> 등 최근 시청률 조사에서 상위권에 포진되어 있는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면 이 사실을 알 수 있다.

미국 영화감독 킬본에 의하면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개인이나 집단이 일상생활에서 겪은 실제 사건을 극화하여 재구성 하거나, 오락적 효과나 리얼리티 효과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요소를 가미한 것을 말한다고 한다.

자본주의 꽃인 광고나 TV 프로그램은 한 사회가 가지고 있는 구성원들의 욕망을 대리해서 표출하거나 한 사회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시청률 경쟁이 광고주의 주 수입원인 한국 방송의 구조상 이는 당면한 현실을 대변해준다.

그런데 한국형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무한도전과 남자의 자격 등의 프로그램은 '도전' 이라는 미션 수행을 통해 발생 하는 에피소드를 전달한다. 또한 1박 2일은 '여행'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캐릭터들 간에 창조하여 발생하는 사건이 극의 핵심이 된다. 패밀리가 떴다 역시 농촌 체험을 통해 극을 전달한다.

이런 한국형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독특한 특징은 캐릭터 구축 또는 상황 설정에 따른 웃음 유도보다 소재 선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런 버라이어티 소재 선정의 특이점은 '놀이'에 기반을 두고 있다. 끊임없이 '도전'을 통해 시청자들의 대리만족을 추구하는 '무한도전'과 '남자의 자격', 한국의 미를 알리고 여행을 통해 관객들의 감동을 모토로 하는 '1박 2일', 농촌 체험을 통해 장년층에는 향수를 젊은 층에는 색다름을 안겨주는 '패밀리', '청춘불패' 그리고 최근의 '오빠밴드'나 '천하무적야구단'에 이르기까지 한국형 버라이어티의 공통점은 놀이를 기반으로 극을 전개해 나가는 데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경쟁이 치열한 한국의 오락 프로그램 시장에서 시청자들의 놀이에 대한 욕망을 자극해서 살아남는 것이 기본 의제이다.

그렇다면 왜 대다수 시청자들은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숨겨져 있는 '놀이'라는 욕망을 대리 만족하고 있는 것일까? 혹시 시청자들은 현실에서 '놀이'가 사라져 버려서 다른 사람들의 '놀이'를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은 아닐까? 과연 우리에게 '놀이'는 하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전락해 버리지 않았을까? 게다가 정말 '놀이'의 가치는 이정도 밖에 안 되는 것인가 하는 씁쓸한 의문이 든다. 왜 우리나라에서 놀이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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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표를 보면 작은 단서가 보인다. 우리나라 청소년이 학교, 학원, 집에서 공부하는 시간은 평균 7시간 50분으로 다른 OECD 국가의 평균 공부 시간인 5시간 전후보다 3시간 가까이 긴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공부'에 투입되는 시간의 양이 여타 국가보다 많고, 놀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공부를 위한 재충전에 불과하다. 특히 과도한 사교육과 최근의 자사고 열풍 등의 경쟁으로 인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놀이'가 사라지고 공부라는 '노동'이 대체 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학생들은 어떨까? 대학생들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날로 심화되어 가는 취업난에 학과 공부, 토익, 자격증, 해외 연수, 학내외 활동과 아르바이트 등으로 놀 시간이 전무하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사이트인 알바누리(www.albanuri.co.kr)는 1548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겨울방학 계획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4.1%인 992명이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 다음으로 취업을 위한 공부를 하겠다고 답한 대학생이 19.6%인 304명, 어학연수나 여행을 하겠다는 학생이 15.2%인 236명으로 조사됐다. 결국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와 취업공부로 '놀이'가 사라진 캠퍼스 생활을 하고 있다.

올 2월 대학을 졸업한 노진수(가명,28세) 씨는 "평균 등록금이 1000만원이라 학과 중에는 알바와 학업 병행을 했고 주말역시 밀린 과제와 자격증 시험 등으로 공부 할 시간이 부족했다. 놀 시간은 꿈도 못 꾼다. 또 학교를 가면 학점을 위한 눈치 경쟁에 맘도 편하지 않았다. 4학년 때는 어쩔 수 없이 학자금 대출을 받았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현재 늘어나는 이자와 부채금액을 보니 마음이 조금해 진다. 하지만 지나와서 보니 대학시절에 여행도 가고, 하고 싶은 것들 해 보지 못 한 게 제일 후회 된다." 며 대학생들 역시 놀기 위한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파수꾼 직장인들은 제대로 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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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역시 OECD 국가 가운데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직장인 김주홍(29세)는 "한국의 직장 문화는 사람을 지치게 한다. 8시 출근이지만 임원을 제외한 직원들은 7시까지 출근하는 것이 관례다. 퇴근시간도 잦은 회의와 회식 등으로 9시 10시가 기본이고 심지어 주말에도 출근해야 해 언제 맘 편하게 놀아 봤는지 기억이 안 난다. 평소 쉬는 날에 밀린 잠을 자거나, TV나 인터넷을 주로 한다. 여행은 그림의 떡이고 퇴근 시간이라도 조금 빨라졌음 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결혼을 한 동료 직장 선배의 경우 과도한 회사 생활과 가정 생활의 양립이 불가능 하다며 이는 부부 관계 및 자녀 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며, 이런 것들이 회사 생활을 더욱 어렵게 한다며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회사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인들은 '놀이'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전무한 상황이다. 더구나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적 환경 역시 제한되어 있고 제대로 '놀이'에 대해 학습해 본 적이 없다. 이런 상황이 욕망의 대리 만족 화를 만들고 획일화된 삶을 살아가도록 사회가 끊임없이 개인에게 강요하고 있다. 혹자는 '놀이'를 하지 않고 그 시간에 공부나 일을 통해 여기까지 한국이 오지 않았냐고 하는 반문도 제기 할 것이다.

그러나 산업화 시대에 노동의 양을 투입하면 생산량이 정비례 했던 시기를 지나 패러다임이 바뀐 정보화 시대에 노동의 양을 투입한다고 생산량이 정비례 하지 않고 반비례 하거나 현상 유지가 될 수밖에 없다. 기계의 발달로 많은 단순반복한 일들과 간단한 작업이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현실이 이를 대변해 준다.

가령 실리콘 밸리 같은 경우 R&D(연구개발)도 하청을 주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R&D 센터를 세운다든지 하는 것들이 하청 개념이라고 한다. 즉 구체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하청을 주고, 무엇을 프로그래밍할지 떠올리는 핵심적 임무만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프로그래밍을 위한 생각이 바로 상상력인데, 이는 휴식과 놀이를 통해 익숙했던 것을 '낯설게 보기' 등의 형태를 통해 습득된다고 한다.

기발한 발상과 창조적 일의 기반인 '놀이'를 직접 체험하기보다 수동적으로 간접 체험하고 있는 한국에서 21C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이제는 버라이어티의 놀이를 욕망만 하는 대신 직접 '체험'하는 놀이로, 그것을 지원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을까.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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