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들의 캐릭터 다변화, 공감은 글쎄?

[아줌마 드라마 뒤집기 115] 드라마 속 아버지 상의 캐릭터의 변화

등록 2009.12.06 15:12수정 2009.12.0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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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대한민국의 아버지는 참 불쌍한 존재다. 늘 밖에서 일을 하느라,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느라 자식들과 적절한 유대관계를 맺지 못한다. 물론 지금의 아버지들은 조금씩 달라져 있지만 우리 세대보다 윗세대는 자식들 대하기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특히 1998년도 외환위기 이후 아버지들은 '고개 숙인 아버지'가 되었다.

이유는 단 하나,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던 그들에게 어느 날 회사로부터 해고통지서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숨기며 고생하거나 자신의 가족을 제대로 책임지지 못한다는 사실에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한동안 고개 숙인 아버지 혹은 삶의 무게를 어깨 위에 지고 살아가야 하는 아버지를 만나야 했다.

드라마 속에서 그러한 모습이 일색이었고 한동안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고개 숙인 아버지의 모습이 양대산맥을 이루었다. 그래서 대게 가족드라마에서 아버지는 꽉 막힌 인물로 혹은 엄마의 기에 눌려 사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져 드라마의 중심축 역할이기보다 주변 인물로 전락하는 일이 빈번했다.

하지만 이제, 드라마 속에 아버지 모습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다채로운 아버지 캐릭터가 드라마 속에서 등장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동안 보았던 아버지의 모습이 드라마 속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부장적이거나, 힘없는 아버지의 모습이 전부였던 것에 반해 캐릭터가 다양해졌다.

a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모습이 아버지 권위를 복원시켜준다고 믿는 캐릭터들이 대부분이지만 자상하면서도 권위를 잃지 않은 <부모님의 전상서>에 등장한 아버지가 진짜가 아닐까?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모습이 아버지 권위를 복원시켜준다고 믿는 캐릭터들이 대부분이지만 자상하면서도 권위를 잃지 않은 <부모님의 전상서>에 등장한 아버지가 진짜가 아닐까? ⓒ kbs


가부장적인 중심의 아버지 상, 여전히 유효!

전통적인 가족제도가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일까,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모습은 여전히 우리 드라마 속에 전형적인 캐릭터로 남아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수상한 삼형제>의 김순경이다. 김순경은 드라마 속에서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완고한 아버지로 등장한다. 못난 아들 김건강을 구박하지만 속으로는 그를 걱정하고 동생의 분가를 미루는 등 속정이 깊은 아버지로 등장한다.

게다가 자신의 직업, 순경직으로 묵묵히 일하면서 한 편생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서 고군분투한 아버지이다. 하지만 아내에게는 하늘과 같은 존재이며, 아들들에게는 엄격한 아버지의 모습, 그동안 우리가 많이 접하고 실제로 보던 아버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사실, 대부분의 아버지가 그렇다. 밖에서 일하는 시간이 더 많은 탓에 자식들과의 유대관계는 어머니보다 끈끈하지 못하다. 자식들 또한 아버지가 어렵고, 아버지 또한 자식이 어렵기만 하다. 이 때문일까, 아버지들은 좀처럼 가족 내에서 존경받지만 무서운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물론 그러한 아버지가 있었기에 가족들은 돈 걱정을 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해왔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러한 전형적인 아버지의 모습이 정답일까? 묻는다면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다. 이유는 그러한 모습이 결국 외환위기 후 아버지를 내몰았는지도 모른다. 또한 전형적이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모습은 엄한 아버지라고 딱히 규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껏 전형적인 아버지하면 엄한 아버지로 인식을 해왔고 그렇게 유도해왔다. 그렇다고 해서 땅에 떨어진 아버지의 권위를 되찾을 수는 없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우리는 드라마 속에서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권위를 되찾는 아버지로 오해하고 있다. 그리고 수많은 드라마에서 우리는 아버지 권위를 그렇게 찾아왔다.


여전히 유효한 아버지의 캐릭터지만 과연 이 아버지 상을 드라마에서 계속해서 만나야 하는 것인지는 시청자들의 개인의 몫이다. 다만, <부모님전상서>에서 등장했던 아버지는 결코 엄하지는 않지만 아버지로서의 권위가 있었으며 아버지와의 유대관계도 끈끈함과 동시에 존경을 받는 캐릭터로 그려졌다. 이게 전통적인 대가족제도에서 진정한 아버지의 모습이 아닐지 드라마를 제작하고 집필하는 이들이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인 듯싶다.

a  독해지다 못해 질 떨어지는 아버지 캐릭터가 다변화되면서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독해지다 못해 질 떨어지는 아버지 캐릭터가 다변화되면서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 imbc


독해진 아버지들의 등장, 갈등을 조장하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권위적인 아버지 혹은 힘없는 아버지의 모습이 전부였다. 그리고 드라마 속에서 유독 독하고 갈등을 일으키는 장본인이 엄마였는데, 이제 그 역할에 아버지가 도전하고 있다. 현실에서 그다지 만나 볼 수 없는 캐릭터이지만 아버지의 상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그 대표적인 캐릭터가 바로 <살맛납니다>의 아버지 장인식이 대표주자이다. 그가 보여주는 막장 아버지 상은 그동안 우리는 줄곧 주인공의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즉, 막장 식의 독해진 캐릭터가 성을 바꾸어 어머니에서 아버지 캐릭터로 변신을 꾀한 것이다.

극중에서 장인식은 물질만능주의자로 등장한다. 돈 밖에 모르고, 안하무인 성격에 아내와 아들의 인생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성격의 소유자이다. 툭하면 아내에게 '질 떨어지는 여편네 같으니라고'를 입에 달고 사는 무식하기 짝이 없는 캐릭터이다.

게다가 평생 자신의 소원인 종합병원을 짓기 위해 아들을 재벌집으로 장가를 들여보내고자 고군분투 한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아들이 민수와 아이를 만들고, 결혼을 하려하자 장인식은 눈에 불을 키고 반대하고 나섰다.

아들에게 폭력은 기본으로 며느리 될 사람의 멱살을 잡고 땅문서를 건내고 5만 원 권 지폐로 5천만 원을 보내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가지 않은 행동을 서슴없이 해댄다. 이러한 모습은 드라마 속에서 보통 엄마들이 해왔다. 하지만 <살맛납니다>에서 장인식이 그 일을 수행하며 갈등을 조장하고 나섰다.

그래서 장인식은 만나서 반가운 캐릭터는 아니다. 그렇지만 천편일률적인 아버지의 모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아버지의 모습이 등장한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까 싶다.

a  <보석비빔밥>의 궁상식은 철도 없을 뿐더러 속물근성이 다분한 문제아 아버지이다.

<보석비빔밥>의 궁상식은 철도 없을 뿐더러 속물근성이 다분한 문제아 아버지이다. ⓒ imbc

못난 아버지에서 철부지 아버지로!

무능력한 아버지가 대세를 이루며 집안에서도 권위가 떨어지고, 무능력한 아버지의 모습이 일색이었는데 이젠 못나다 못해 철부지 같은 아버지가 등장했다. 바로 <보석비빔밥>의 궁상식이 그러하다.

늘 사고를 달고 다니는 이 아버지는 좀처럼 보기 힘든 캐릭터는 아니었다. 이전에도 철없는 아버지가 등장했는데 궁상식의 철없는 행동은 도를 지나칠 정도로 그 포스가 대단하다.

궁상식은 도어맨으로 근무하며 묵묵히 일을 해왔지만 결적으로 주식과 보증으로 무능력한 아버지이다. 즉, 묵묵히 일을 하는 것 같지만 일확천금을 꿈꾸는 허황된 꿈을 꾸는 캐릭터이다.

물론 드라마에서 코믹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갈등을 일으키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특히 궁상식은 남몰래 바람을 피며 밖에서 데리고 온 자식 태자를 가족들에게 떡하니 내놓은 뻔뻔함까지.

극중 초반에서 그가 벌인 행동은 그야말로 철부지 그 자체이다. 특히 그는 자식들의 결혼에도 돈을 먼저 생각하는 속물근성을 보이기도 한다. 자식들의 결혼에 상대 집안의 재산유무에 따라 웃고 우는 속물근성의 아버지. 게다가 자신의 둘째딸 루비에게는 여우같아서 꼭 부잣집 남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칭찬 아닌 칭찬을 하는 사실 이해하기 조금 힘든 캐릭터이다.

그래서 궁상식은 항상 자식들의 속을 태우는 아버지로 등장해 존경받기보다는 무시당하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철부지 같은 아버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어서 일까, 그의 캐릭터에 논란보다 코믹하게 보는 시청자가 대부분이다.

a  못났지만 자상하고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아버지들의 모습이 <지붕 뚫고 하이킥>과 <천만번 사랑해>에서 등장하고 있다.

못났지만 자상하고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아버지들의 모습이 <지붕 뚫고 하이킥>과 <천만번 사랑해>에서 등장하고 있다. ⓒ imbc,sbs

못났지만 그래도 자상한 우리 아버지들

여기에 조금 다른 캐릭터가 있다. 경제적으로 못난 아버지의 모습이지만 자상하고 친구 같은 좋은 아버지의 모습이 등장했다. 바로 <지붕 뚫고 하이킥>의 정보석과 <천만번 사랑해>의 고인덕이 그러하다.

그들은 비록 경제력으로 아버지로서 책임을 지지 못하고 있지만 자식을 사랑하고, 좋은 아버지가 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보석의 경우 경제적인 책임을 지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장인 회사에 부사장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늘 장인 이순재의 기에 눌려 사는 캐릭터이다.

그는 매본 장인 이순재로부터 발길질부터 "나가"라는 소리를 듣고 산다. 그래서 늘 아들 준혁과 해리에게 못난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준혁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대하는 모습에 화가 나 이순재에게 대들었고, 그런 정보석은 아들 준혁에게 "그래도 할아버지가 나 없으면 안 된다"며 위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극중 말미에서는 웃음을 위해서 술에 만취해 주정을 부리는 모습이 등장하긴 했지만 자는 준혁이에게 "잘난 아빠는 아니어도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는데..."라며 독백을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러한 모습에서 이 시대 아버지들의 애처로운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돈을 잘 벌고 싶지만 그렇지 못해 자식에게 미안하고, 자상하고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이 땅위에 살아가는 아버지 모습들.

<천만번 사랑해>에서 고인덕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사고로 고생한 딸에게 빚지는 마음을 사는 그는 딸의 결혼식을 위해서 전세금으로 보증을 받으려고 하는 등 딸에 대한 사랑이 극진하다. 그리고 술 한 잔 기울이며 눈물을 흘리고 딸에게 "미안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들을 모두가 불성실한 것은 아니다. 성실하지만 능력이 되지 못해 혹은 능력을 인정받지 못해 아버지로서의 권위를 잃은 것뿐이다. 그렇지만 이들의 자식들이 아버지를 아버지로서 인정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들을 보면 우리 주변의 아버지 모습이 느껴진다. 사실 이러한 캐릭터는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영애 아버지로부터 느끼던 감정들이다. 그래서 여타의 캐릭터보다도 설득력이 있으며,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드라마 속에서 아버지의 모습이 다변화되고 있다. 이 현상은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가부장적인 아버지 혹은 철부지의 아버지 모습이나 독한 아버지의 모습은 일정한 재미를 주지만 공감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풍요 속에 빈곤 현상을 초래하기보다는 공감가는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다음 블로그에 송고합니다.
#아버지 #지붕 뚫고 하이킥 #수상한 삼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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