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품 끝나지 않는 한 금형도 안 끝나"

[인터뷰] 김순곤 천복금형 대표

등록 2009.12.21 13:52수정 2009.12.2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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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천복금형의 김순곤 대표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순곤 대표

천복금형의 김순곤 대표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순곤 대표 ⓒ 차광석


- 천복금형을 설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직장생활을 창원에서 시작했는데, 그곳 금형회사에 다니다 고향에 와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돌아왔다. 고향에 가면 제조업을 해봐야 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기 때문에 하남공단 4번 도로에서 기계를 사다가 사업을 시작하였고 그것이 지금까지 오게 됐다. 돈을 빌리든 어쩌든 그 당시 보다 몇 배의 규모로 회사가 커졌다. 지금의 평동공장으로는 2006년에 이사를 왔다. 금형집적화단지라 광주시에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지원을 해줘서 금형단지에 16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우리도 그 중 하나다."

- 회사를 설립할 당시 어려움은 무엇이었는가?
"고향이긴 하지만 인맥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었다. 회사를 설립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겠는가? 일단 광주의 분위기와 인맥을 익히는 것이 중요했다. 또한 자금회전이 다른 업종보다 느려서 어려움을 겪었다. 물론 이것은 지금도 어려움으로 남아 있다."

- 광주에도 많은 금형회사들이 있다. 타 회사와 경쟁을 해야 하는데, 경쟁력이나 장점은 무엇인가?
"경쟁을 할 거라면 남들과 다른 특별한 것이 있어야 한다. 우리 같은 금형업은 설계실, 설계인력, 설계기술이 받춰 줘야 생존할 수 있는데, 거기에 많은 투자를 했다. 그 투자의 결과로 우리 회사는 설계 기술과 관련한 고급 인력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것이 우리 회사의 경쟁력이다. 처음엔 오더(주문) 확보가 어려웠지만, 경쟁사도 많은 조건에 설계실과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꾸준한 고정 거래처가 확보되었다. 지금은 물량만큼은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자금 회전이 안 되는 것이 조금 어렵다."

- 가장 큰 위기는 언제였나?
"2001년 부도를 맞았다. 그것도 당시 회사가 출발한지 얼마 안 되어서 받은 큰 타격이었다. 일이 많아져 새로운 기계를 들였고 어음이 현금화 되면 기계 값을 내려고 했는데, 그 어음이 부도가 난 것이다. 그래도 1억5천만 원 정도의 기계 값은 줘야 했다. 회사에 1억 이상 손해가 나면 그것을 메우기 위해서 얼마나 더 고생을 해야 하는지 아는가? 20억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 1억을 벌 수 있다. 부채를 모두 혼자 떠안았다. 차도 팔고 아파트 담보대출도 받고 하면서 다른 사람들 피해를 안 보게 하면서 부도를 이겨냈다. 당시 몇 달간 끊었던 담배도 다시 피우게 됐다."

- 그 위기를 어떻게 넘겼는가?
"사업 초기라 굉장히 순수한 마음이었다. 비록 손해를 보더라도 정정당당 승부를 하고 싶었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나쁜 일을 하면 소문이 난다.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면 아무리 좋은 제품을 생산해도 업계에서 생존할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래서 이미지 관리도 중요하다. 위기도 넘기고 손해를 보더라도 돈을 막아주고 해서 사회나 다른 사람들이 인정을 해준다. 저 사장과 저 회사는 괜찮은 회사구나 하는 마음이 생겨야 안심하고 일을 맡길 수 있는 것이다. 다행히 내 사정을 아는 분들이 많아서 결제가 조금 늦어져도 이해해 주셨다. 그것이 발판이 되어 10년을 버틸 수 있었다. 사업을 하다보면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돈만 보고 쫒아 가는 사람들은 오래 가지 못 한다."

- 위기 극복 이후 사장님이나 회사는 어떤 변화가 생겼는가?
"대기업이 많이 생기고 기술력도 축적이 되어 가면서 설비도 많이 늘고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운이 좋은 것이 좋은 인력들이 많이 들어와서 타 업체보다 안정적으로 끌고 올 수 있었다. 우리 회사는 장기 근속자들이 많다. 10년 동안 같이 해온 친구들도 있다. 빚도 많지만 직원들의 능력이나 회사에 대한 마음으로 안정적으로 오게 된 것 같다. 사람이 재산이다. 나는 직원들이 가족 같다. 직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얼마 전에도 집에서 김장을 했는데 고기도 집에서 삶아서 와서 같이 직원들과 먹었다. 직원들이 먹는 모습만 봐도 흐뭇하다."

- 앞으로의 전망은 무엇인가?
"금형은 산업의 기초이다. 어떤 제품이 양산을 하려 한다면 반드시 금형은 반드시 거쳐 가야 할 관문이기 때문에 공산품이 끝나지 않는 한 금형업체는 끝나지 않는다. 금형업체들이 많고 기술 수준도 평준화 되었다. 우리 회사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 설계 쪽에 신경을 많이 썼고, 그것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 현재 세계 금형시장은 저가로 많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중국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마트를 가봐라 대부분 중국 제품이다. 중국 제품이 있어서 소비자들은 싸게 살 수 있는 것이다. 천복금형은 중국을 뛰어 넘어 유럽 등으로 수출을 하려고 한다.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서 천복의 이름을 알리겠다. 자동차쪽 관련 연구도 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일본에 진출하게 된다. 도요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천복의 이름이 들어가면 좋지 않겠는가?"


- 사업을 하다보면 가족에 소원할 때도 있을 것이다. 평소 집안에서는 어떻게 지내는가?
"직원들에게 출근 시간은 있지만 퇴근 시간이 없다. 자기 생활이 없다. 납기 때문이다. 그 납기를 맞추기 위해 밤을 낮 삼아 열심히 일 하고 있다. 직원들이 고생하는데 나만 편하겠는가? 당연히 집에도 늦게 들어간다. 그래서 일요일만큼은 가족들과 함께 하려고 한다. 나주 남평이 고향이다. 가끔씩 애들을 고향으로 데리고 가고,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 직업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금형을 3D업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틀린 말이다. 하지만 설계 기술만 배워 놓으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다. 나중에 높은 기술과 아이템이 갖춰지면 회사도 차릴 수 있는 것 아닌가? 금형업은 인력 양성이 절실하기 때문에 공업학교를 실질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은 실질적으로 기술을 배우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우리 회사에서도 베트남 인력을 쓰고 있다. 한국 젊은이들은 3개월을 못 버틴다. 1~2년만 버티고 배우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기술을 배우는데, 그것이 안타깝다."


- 현재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아마 자금난 이 아닐까 싶다. 금형업 특성상 자금회전이 느린 편이라 직원들 월급을 주는 날이면 매번 걱정이다. 하지만 위기에 대해 생각하면 모든 일이 편할 수 없기 때문에 어려움 또한 일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나마 지금은 물량이 넘쳐날 정도로 일거리라도 많아 다행이다. 하지만 경영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는 일한 만큼 남는 것이 있어야 직원들 상여금이라도 챙겨줘야 하는데 걱정이다. 금형업체는 불황은 없다. 경기가 죽어 있어도 좋은 것을 개발해서 팔아야 하기 때문에 일은 있고 경기가 좋으면 더 많이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일은 항상 많다."
#천복금형 #김순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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