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쓰냐고? "먼저 너 자신을 써라"

[Oh my 글쓰기 4] 나를 성찰하는 글쓰기

등록 2009.12.24 13:35수정 2009.12.2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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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께 뭐를 쓴다요?"

 

광주 하남공단에 취재를 갖다가 만난 노동자가 내게 묻는다. 소주잔을 사이에 두고 내가 글쓰기에 대해 이런저런 설레발을 한참 늘어놓았더니, 대뜸 한다는 말이 무엇을 쓸 거냐다. 맞다. 무엇을 쓸 것인가? 글쓰기에서 이보다 중요한 질문은 없을 것이다. 휴대폰과 인터넷이 넘쳐나는 시절, 사람들은 숱하게 무엇인가를 쓰고 살고 있다. 문자 메시지에서 블로그, 댓글까지 끊임없이 뭔가를 써야지만 미개인이 되지 않는 세상이다.

 

누군가 처음 글을 쓴다고 할 때 내가 권하는 것이 있다. "너 자신을 써라." 처음 글을 쓰는 사람에게만 권하는 말은 아니다. 소설을 쓰는 친구들에게도 "먼저 너 자신부터" 쓰라고 부탁한다. 글이 막히고, 자신의 글에 만족을 느끼지 못해 답답할 때,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적다보면 얽힌 글의 타래가 풀리기 시작한다.

 

요즘 '논객'이라 불리며 인터넷 이곳저곳에다 글을 쓰는 분들을 보면 입이 짝 벌어질 정도로 날카로운 글들이 숱하다. 그런 글들 가운데 대부분은 어찌된 일인지 사람의 마음을 울리지 못한다. 화려한 문체와 논리의 잔치만 펼쳐진다. 몇 번 읽다 보면 싫증이 난다. 왜일까?

 

자신의 내면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하지 못한 글은 삶이 글이 되지 못하고, 글이 글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글은 자신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 쏟아져 나온다. 이런 글이 나 아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이야기만 쓰라는 말은 아니다. 어찌 평생 자신의 삶만 우려먹고 살 수 있단 말인가. 타인을 쓰더라도, 세상을 말하더라도 먼저 자신의 삶이 성찰되지 않으면 뜬구름 떠가는 이야기에 머물고 만다는 말이다.

 

글을 쓰는 이유 가운데 제일 중요한 것은 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다. 이름을 날리기 위해서도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도 작가가 되기 위해서도 돈을 벌기 위해서도 아니다. 내 삶이 행복해지기 위해 글을 써야 한다.

 

글을 쓰다보면 가슴속에 응어리졌던 돌덩이가 스르르 녹아내린다. 기뻤던 일은 내 가슴속에 더 큰 기쁨으로 아로새겨진다. 고통과 절망을 쓰다보면 어느새 희망이 보인다. 연애편지를 쓰다보면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 더 또렷해지고, 상대에게 더욱 애정이 생기지 않던가.

 

먼저 나를 솔직하게 쓰면서 나를 돌아봐야 하고 그 속에서 나를 발견해야 한다. 그때가 되어야 진정 세상을 향해 내가 해야 할 말이 꿈틀꿈틀 거리며 솟구쳐 나올 수 있다.

 

한때 공장 생활이 너무 힘들어 삶이 참 싫을 때가 있었다. 그때 날마다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날 그날 있었던 일을 쓰다가 가끔 그날 떠오르는 과거를 기억에서 끄집어내어 쓰기도 했다. 일년이 지나고 나니 내 스물과 서른이 고스란히 한 권의 공책에 담겼다. 처음에는 그저 하루하루를 기록하자 싶어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내 서른다섯 해의 삶이 담겼다. 내가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또렷이 나타났다.

 

그 일기는 '참 고마운 삶'이라는 제목으로 전태일문학상 생활글에 응모되었고, 큰 상을 받기까지 했다. 전태일 이름이 붙은 상을 받은 것도 기뻤지만 나는 나를 돌아보고 미래를 그려볼 수 있었던, 글을 썼던 그 순간 자체가 너무나 행복했다. 지금 비록 가진 것 없이 누추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벗들을 만나면 "나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한다. 넥타이를 매고 그럴 듯한 명함을 들고 나타나는 옛 친구들을 만나는 모임에 가더라도 나보다 행복하게 사는 사람은 찾아 볼 수 없다. 나를 썼던 그때 그 글이 나를 행복한 세상으로 이끌어 준 것이다.

 

나를 쓰되 어렵지 않게 시작하면 된다. 오늘 있었던 일이나 문득 떠오르는 과거의 애인과 나눈 추억이나 뭐든지 쓰고 싶은 걸 쓰면 된다. 자서전을 쓰듯 어릴 때부터 쓰려고 하지 말고, 남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찾지 말고, 그저 오늘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짧게 짧게 쓰다보면 어느덧 한 권의 소설이 되고 자서전이 될 수 있다. 자, 지금부터 하루에 삼십분, 아니 단 삼분이라도 나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고 나를 종이에 적어보자.

 

글쓰기는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자 나를 행복으로 이끌어주는 안내자가 될 것이다.

2009.12.24 13:35ⓒ 2009 OhmyNews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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