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9.12.24 18:36수정 2009.12.24 18:36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자식들이 부모에게 불효하는 일 중에 많은 것이 '말'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하고 말이 안 통해요" 같은 툭툭 던지는 말 한 마디가 부모님에게는 칼이 되어 가슴을 도려내고, 찌르게 됩니다. 자식들은 잘 모르지요. 참 이상한 것은 부모에게 상처받은 말은 잘 기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침에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습니다. 내일이 성탄절이니 너희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겠으니 데리러 오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고향에 교회도 있고, 오가는 길이 번거롭기도 해 고향에 있는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에 그러지 말고, 고향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어머니가 오래만에 오시겠다는데 모시고 오라고 했습니다. 아내 말도 맞다는 생각이 들어 오후에 짬을 내어 어머니를 모시러 갔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자신을 데리러 왔다는 것이 얼마나 기뻐하는지. 역시 자식은 아침에 보고, 밤에 봐도 좋은 것 같습니다.
"어머니 준비 다 되었어요. 그럼 빨리 가요."
"조금 있다가. 니 조카들이 교회가서 아직 안 왔다. 아이가."
"오늘 성탄절 축하 잔치 준비한다고 교회 간 거예요."
"응. 좀 있다가 가자."
"날 어두워지면 나는 운전하기 힘든데."
"니 동생이 건빵을 엄청나게 가지고 왔다. 이거 묵어면서 좀 기다리라."
"왠 건빵이예요."
"모르것다. 니 동생이 어디 갔닥 가져왔다. 그리고 굴도 좀 씻어갔고 가자."
"내일 떡국 끓일 것인데, 굴 넣어 끓이면 맛있겠어요."
"하모 떡국에 굴 넣어 끓이면 맛있다."
어머니는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아까보다 조금 달라졌습니다. 준비는 다 하신 것 같은데 갈 마음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조카들이 아직 오지 않아 그런지 몰라도 자꾸만 앉았다. 일어섰다 하셨습니다.
"어머니 조카들 오면 집에 빨리 가요."
"아이들 오면 씻기고, 옷도 갈아 입혀야 한다. 저녁도 해야하고. 그럼 저녁 먹고 가자."
"집에 가서 먹으면 돼요. 집에 가서 먹어요."
"내는 안 갈란다."
"예 안 가신다구요."
"응 안 갈란다."
"아니 그럼 왜 데리러 오라고 하셨어요. 여기서 예배드리라고 말씀드렸잖아요."
"내도 그럴려고 생각했는데 아직 아이들도 안 오고, 저녁도 해야 한다 아이가. 그러니 못간다."
조금 허탈했습니다. 그냥 여기서 예배를 드리라고 해도 성탄절 예배는 너희 교회에서 드리겠다는 어머니 말씀을 못이겨 왔는데 화가 났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기다려 어머니를 모시고 와도 되는데 화를 참지 못하고 굴이라고 가지고 가라는 어머니 말씀을 뿌리치고 차를 돌렸습니다.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30분 동안 차를 타고 오면서 온갖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떠난 차였습니다. 돌아가고 싶어도 다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렸다면 어머니와 함께 웃는 얼굴로 집에 왔을 것인데 한 순간을 넘기지 못해 어머니에게 큰 상처를 주고 말았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말 한 마디했습니다.
"아니 당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어머니가 못 간다고 말씀하면 설득해서 같이 오면 되는데 그것을 못 참아 왔어요."
"…"
"어머니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몰라서 그래요."
"…"
할 말이 없었습니다. 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죄송하다는 전화를 하려고 해도 수화기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마음을 추스른 후 겨우 수화기를 들었지만 말이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
"목사가!"
"예, 어머니 죄송해요."
"아니다. 내가 조금 있다가 가자고 해여 하는데 고마 안 가겠다고 했다. 내가 오히려 미안하다."
"어머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죄송해요. 더 이상 드릴 말이 없어요."
"응 알았다. 추운데 몸 조심하고."
"어머니도 감기 조심하세요."
오히려 어머니가 더 미안하다는 말에 몸둘 바를 몰랐습니다. 아들이 어머니 말 한 마디에 팽하니 돌아와버렸는데 어머니는 오히려 자신이 더 미안하다는 것입니다. 얼굴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자식을 생각하는 어머니 마음을 영원히 따라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어머니 말 한 마디에 팽하니 돌아와버린 어리석은 아들을 용서하세요.
새해에도 건강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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