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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영리병원 대신 유럽식 공공의료 강화를!

2009년 한국정부 의료민영화 본격화, 재앙의 시작

09.12.26 16:18최종업데이트09.12.2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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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를 낳을 때 한국은 병원에 돈을 낸다. 프랑스는 돈을 내기는 커녕 산전산후 유급휴가를... ⓒ 식코

 

한국정부는 신종플루 감염확산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국가전염병 위기단계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시켰었다. 하지만 별다른 특별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보건의료계와 시민단체들이 요구한 항바이러스제 특허권 강제실시에 대한 답도 없었고, 유럽처럼 신종플루 백신에 대한 무상접종-검사 대신 1인당 15만원이나 되는 검사비(간이-확진)와 치료비, 접종비를 환자와 시민들에게 부담케 했다.

 

그 가운데 파렴치한 일부 의료기관-업체들은 돈벌이를 위해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를 사재기하거나 불법유통하는 일까지 벌였고, 정부는 '선진의료 시스템'을 떠벌리며 미국식 의료민영화(영리의료법인 설립)에 박차를 가했다. 신종플루가 발병한 미국에서 감염확산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이유 가운데 하나인, 민영화-자본화 된 의료시스템을 '선진의료'라며 본받겠다고 말이다.

 

미국처럼 알게 모르게 밀실에서 추진된 한국의 의료민영화

 

지난해 MB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가 내놓은 안이었던 당연지정제 폐지를 국민여론에 밀려 유지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지만, 실제 의료민영화를 계속 추진해 왔다. 국민들의 생명보다 돈을 택한 정부는 그간 제주도를 시발점으로 하여 건강보험당연지정제폐지, 영리병원 허용을 추진하는 의료법개정안 등 전국적인 의료민영화를 동시에 추진했다.

 

실제 지난해 5월 제주특별자치도 당국은 제주도내의 전면적인 의료민영화 정책을 추진할 계획을 준비했다. 그 계획에 따르면, 이미 허용된 제주도내 외국인 영리병원 설립자유화조치를 확대하여 국내 영리병원까지 허용하고 이들 영리병원들에게 여러 특혜를 주는 조치가 포함되었고, 이 특혜 중에는 영리병원 마음대로 건강보험을 질병별로 선별 적용할 수 있도록 하여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의료민영화 반대 여론에 정부와 제주도특별자치도가 '국내영리병원 설립추진 중단, 건강보험당연지정제폐지 추진 중단'이란 거짓 발표를 했지만, 정작 제주도민과 국민들의 눈과 귀를 속여가며 의료민영화를 밀실에서 결정, 강행해 왔다.

 

결국 지난 1월 8일 영리목적 부대사업 전면 허용, 제3자 환자 유인 알선행위 허용, 병원M&A 전면허용, 의료기관의 명칭 자율화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지난 5월부터는 제한적이나마 환자 유치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지난 2월에는 '저소득층의 의료 접근성과 공공성을 후퇴시킨다'는 비판을 받은 국립의료원 법인화를 주요 골자로 한 '국립중앙의료원설립및운영에관한법률안'이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공청회 한 번 없이 무사통과되기도 했다.

 

미국식 민간의료보험의 폐해를 답습하는 한국, 마이클무어는 뭐라 할까? ⓒ 식코

 

돈 내고 애 낳아야 하는 한국, 저출산 문제해결 꿈도 꾸지 마라!

 

그리고 현재 의료비 부담이 OECD 회원국 중  '최고'라 하고 국민 대다수도 의료민영화에 반대하고 있지만, 투자개방형 영리병원 등을 허용하라고 여당과 보수언론들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들은 영리의료법인화는 '의료발전을 시장에 맡김으로써 자유경쟁을 유도, 의료의 발전과 질을 급상승? 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생명보다 돈'을 택한 정부와 여당, 의료계 등이 강행-여론몰이하는 '선진국형 의료서비스'의 모델이라는 싱가포르 말고, 한국사회가 추종하는 선진국? 미국의 실태를 보면 한국정부의 의료민영화가 얼마나 위험한지 쉽게 알 수 있다.

 

지난해 8월 개봉한 마이클무어의 다큐멘터리 <식코>를 보면, 잘먹고 잘산다는 미국의 민간의료 보험조직의 부조리와 폐해, 편법이 얼마나 만연해 있고,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질병에 노출되어 있고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죽임 당하는지 기막힌 사례들을 직접 접할 수 있다.

 

인간적 존엄성을 철저히 배제한 영리병원-민간보험이 허용된 미국처럼 한국도 의료민영화가 심화되면, 돈이 없으면 치료받지 못하고 거부당해 병실에서 거리로 내쫓기고, 의료비 때문에 중산층 가정이 파산하는 그런 무자비한 일들을 겪게 될 것이 뻔하다는 말이다.

 

병원에 가서 오래 기다리지도 않고 진료 받을 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의사가 돈이 아닌 환자의 생명을 위해 치료에 집중하고, 진료비-약값 등 돈을 내지 않고 되레 교통비를 받아가고, 애를 낳는데 돈을 내지 않고 산전산후 유급휴가를 6개월에서 1년까지 받을 수 있는 진짜 축복받은 선진국에서 살아가는 유럽인들에게 조롱받는 미국처럼 한국도 닮아가려 하고 있는 것이다.(왜 유럽-캐나다로 이민가려 하는지 절감케 된다.)

 

우리의 생명-자유 지키기 위해 민주주의 회복 절실해!!

 

그래서 현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의료(보험)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피나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과거 클린턴 행정부에서 힐러리가 추진하다 포기한 국가의료시스템(공공의료)을 구축해, 다른 나라 국민-아동 보다 수명이 짧은 미국인들의 생명-권리를 '이윤 극대화'에만 열올리는 추악한 의료-보험업계로부터 지켜내겠다고 말이다.

 

영화 식코는 미국의 의료보험 개혁에 한 몫했다. ⓒ 식코

그런데 닉슨과 닮은 MB정부는, 빈부와 신분을 따지지 않고 최소한 국민의 건강을 보장하기 위한 건강보험의 보장성과 공공성 수준을 확대해, 마이클무어도 놀라버린 이민가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영국-프랑스-노르웨이와 같은 유럽식 선진국형 공공의료시스템으로 거듭나려 하기 보다, 영리병원으로 저소득층과 의료 취약계층의 생존과 생계마저 위협하려 한다.

 

이는 책 <치팅컬쳐>에서도 말하듯이 미국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보다 돈과 자본주의를 신봉하는 사회에서, 뻔뻔스런 탐욕과 속임수로 간주되는 행동마저 수익 창출, 비용 절감, 숫자 조작 등으로 쉽게 합리화되고, 자유시장과 경제논리가 기본적인 사회규범과 직업윤리마저 불도저처럼 밀어버린 결과인 것이다.

 

이 힘 때문에 정치-경제-문화-법조-교육-의학-출판계 등 여러 분야가 '자본주의의 창의적인 파괴'로 쑥대밭이 되었고, 이에 희생 당하는 것은 바로 힘은 없지만 윤리적인 개인과 조직인 것이다.

 

이 힘 아니 폭력-암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영화 <식코>에서 마이클무어와 인터뷰 한 체게바라의 딸과 영국 노동당 전 의원이 말하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회복이 절실하다. 자본주의가 가장 두려워하는 급진적인 민주주의를 통해서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의 생명과 권리를 지켜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암울한 의료민영화가 시작된 한국 그리고 2009년 한해가 저물기 전에 영화 <식코>를 추천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와 U포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12.26 16:18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뷰와 U포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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