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한국은 푸른 눈의 기관장을 맞았다. 그는 30년간 이 땅에 살아온 귀화 한국인이자, 방송인인 이참(李參. Bernhard Quandt)씨 이다. 독일에서 산 세월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세월을 보낸 그에게 한국관광공사 사장으로서의 임무는 기대에 찬 숙제이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각종 언론의 열기에 휩싸이며 새로운 관광 한국의 미래를 천명했다. 이른바, '스토리텔링(Storytelling)관광'이 그가 주장하는 핵심인 것이다. 이는 똑같은 장소에 우르르 몰려가서 천편일률적인 기념품을 사가지고 오는 '판박이 관광'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말이며, '모든 관광 명소는 각각 독특한 이야깃거리가 필요하다'는 명제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란 무엇인가? 원래 스토리텔링은 이야기(story)+나누기(telling)의 합성어로서 '개인적이고 주관적으로 이야기하기'를 일컫는 문학 용어 였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혹은 '구전(口傳)'이라는 본 의미를 확장하여 오늘날에는 기업의 마케팅 기법 용어, 서사적 예술물의 통칭, 외국어 말하기 교육 용어, 건축에서의 공간 활용 설명법으로 사용되는 등,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해졌다.
그 발전의 불씨를 지핀 것은 10여 년 전 덴마크의 미래학자 롤프 옌센(Rolf Jensen)의 저서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에서 시작 된다. 그는 책 안에서 머지않아 '스토리텔링의 시대'가 올 것임을 이미 예고하였으며, 한국은 2, 3년 전부터 이에 대한 지극한 관심을 표명하면서 '세계적 스토리텔링 전쟁'에 동참하는 중이다. 제품의 품질 및 기능이 비슷해지고 각자의 개성이 강조되는 현대 사회에서 고객들은 이성적인 가격 전략에 더 이상 관심 갖지 않는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나온 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이며,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여 제품 및 서비스와 연관된 이야기를 담는 이 방법은 전 사회문화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가족 간의 한때를 보여주며 '즐거움의 자리에는 항상 Coca-Cola와 함께'라는 연결고리를 자연스레 엮거나, Nike, Inc. 가 '마이클 조던의 도전정신'을 강조하여 자사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 하는 것 등은 기업 스토리텔링의 좋은 예이다. 이는 소비자와의 장기적인 교류를 위해 제품 및 서비스에 기업이 추구하는 스토리를 담는 것을 넘어서서, 소비자의 마음을 열고 마침내는 그들의 지갑을 연다. 이른바,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감성마케팅(emotional marketing)으로서 스토리를 사용하는 것이다.
장난감 회사 Lego의 직원이 상품 포장 중에 잃어버린 커터 칼을 찾기 위해서 회사 전체가 난리가 났던 '대형사고'를 '소비자의 안전을 위한 어느 직원의 열정'이라는 사례로 재창조 시키고, '어린이의 꿈과 상상력을 위해 안전 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기업, 레고'의 이미지로 굳히는 것도 'emotional marketing'으로서의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한편, '좀 더 특별한 것'을 찾기 원하는 21세기 인류를 위해서 관광지의 특징을 잘 살려 '입소문 효과'를 내는 것도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일본 와카야마 현(縣)에 위치한 키시 역(驛)의 '고양이 역장 타마'가 바로 그런 사례이다. 폐쇄 될 위기에 처한 이 역에 '고양이가 지키는 무인(無人)역' 이라는 흥미로운 코드를 얹어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결과적으로는 관광 수입을 극대화시키기도 했다.
이제 세상은 이야기로 넘쳐나고 있다. 스토리를 잘 발굴해서 좋은 그릇에 아름답게 세팅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이며 개인의 경쟁력이라는 인식은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정보화 시대의 다음 단계로 감성의 시대를 이야기한 미래학자 롤프 옌센(Rolf Jensen)은 상품의 감성화와 비물질화를 강조한다. 특히 '멋진 이야기'가 상품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역설하며, 그 이야기가 바로 제품의 경쟁력이라 확언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풍요로워지는 삶을 꿈꾸라고 가르친다.
이제 한국사회는 어디로 갈 것인가? 이미 '감성의 사회', '스토리텔링의 시대'로 진입한 채, 발 빠른 움직임으로 이 전쟁에 합류하고 있으나 그 목적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자원과 자본이 부족한 나라, 경기가 최악인 지금의 이 시점에서 눈을 돌려야 하는 곳은 '관광산업의 특화 방향'이라는 인식이 이 전쟁에의 참가를 더욱 부추긴다는 사실을 직시하자.
그러므로 전 사회 구성원이 더욱 부지런한 storyteller가 되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각 지방 문화에 얽힌 전설과 민담의 스토리텔링 공모전을 실시한다. 지하철공사는 고객의 불편 사항을 문자로 받아 반영하며, '지하철 여행코스'와 주변 맛집 정보를 알려주는, 이른바 '말을 걸고 이에 화답하는 지하철'로 이미지 변신을 한다. 개인도 자신의 일상을 블로그에 올리는 과정을 통해 '인생 스토리텔링'을 즐긴다. 이렇듯 스토리텔링을 즐길 여건이 이미 갖추어져 있다는 것을 깨닫고 한국을 업그레이드 할 스토리 발굴에 다 같이 치중해야만 한다.
'해리포터 시리즈'가 전 세계인들에게 환상을 선물했듯이, 드라마 '겨울연가'가 한류열풍을 몰고 왔듯이, 이제는 상상력으로 승부하는 시대이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이야기하기'의 묘한 매력이 숨어있다. 그러기에 앞서 '나도 스토리텔러'라는 마음가짐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자, 이제는 일어나서 이야기를 찾아라! 무관심에 지쳐 잠자던 그들은 빛나는 눈과 뛰는 열정의 당신을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국민연금공단 사외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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