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방학숙제, 좀 놀면 안되나요

등록 2009.12.27 17:54수정 2009.12.2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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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학생활계획표를 짜고 있는 아내와 아이들
방학생활계획표를 짜고 있는 아내와 아이들 김동수

지난 24일 방학을 한 아이들이 오늘에야 방학계획표를 엄마와 세운다고 한 바탕 했습니다. 아내는 어떻게 하면 공부를 좀 더 시킬까 했고, 아이들은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놀까 하며 다투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방학인데, 좀 놀면 안 되나 생각했지만 아내 마음을 익히 아는 처지라 끼어들지 못했습니다. 막둥이가 제일 불만이 많습니다. 방학은 학교 안가고 노는 날인데 왜 공부만 해야 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모양입니다.

 막둥이 방하계획표, 그래도 가장 많이 놀 수 있음. 독후감. 참 힘든 일입니다.
막둥이 방하계획표, 그래도 가장 많이 놀 수 있음. 독후감. 참 힘든 일입니다. 김동수

"엄마 좀 더 놀면 안 돼요."
"체헌아 선생님께서 내 준 숙제를 해 가야지. 안 그래."
"학교 다닐 때보다 더 공부를 많이 하는 것이 어디 있어요."

"체헌이 방학 때 해야 할 숙제가 무엇인지 알아?"
"잘 모르겠어요."
"책 10권 이상 읽고, 독후감 3편 이상 쓰기. 주제일기와 편지쓰기. 받아쓰기. 수학교과서 단원평가 풀이하기. 교육방송 보기. 어린이 도서관 가기 따위다."
"아니 선생님은 왜 숙제를 이렇게 많이 내주는 거예요."
"이것 뿐만 아니라 네가 하고 싶은 숙제 3가지도 해야 한다. 너는 무엇 하고 싶은데."
"구구단 외우기, 즐거운 요리, 색종이 접기, 우리 동네 자랑거리 알기요."



그런데 방학숙제가 많다고 불만이면서 자기가 짠 하루 일과표를 보니 아침 6시에 일어나겠다고 합니다. 학교 다닐 때도 7시 30분에 겨우 일어나는 녀석이 방학 때 6시에 일어나겠다니 믿을 수가 없습니다. 일어날 수 있겠는지 물었더니 당연히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과연 방학 때 몇 번이나 6시에 일어날지 기대가 됩니다.

 막둥이 방학계획표, 학교 다닐 때, 7시 30분에 일어나는 막둥이가 방학 때는 아침 6시에 일어나겠다고 함
막둥이 방학계획표, 학교 다닐 때, 7시 30분에 일어나는 막둥이가 방학 때는 아침 6시에 일어나겠다고 함 김동수

그래도 막둥이는 제일 많이 놀 수 있습니다. 형 방학계획표를 보니 쉬지 않고 공부해야 합니다. 과제물은 책 5권 읽은 후 독후감 2편, 일기쓰기, 교육방송 시청, 줄넘기이지만 엄마가 따로 내준 공부는 큰 아이에게는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내가 보기에도 이것은 조금 심하다는 생각입니다. 아내가 내준 과제물을 보면 동시 짓기, 그림 그리기가 있습니다. 내가 보기에 큰 아이는 문학에는 소질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부담되겠습니까. 이것 뿐만 아닙니다. 뉴스를 보고 기사를 평가도 해야 합니다. 이 정도면 방학이 아니라 학교 다닐 때보다 더 힘든 것 아니겠습까?

 큰 아이 인헌이 방학계획표, 방학 숙제에 뉴스 줄거리, 음식만들기, 청소, 동시, 그림까지 한 마디로 하루도 놀지 말라는 것임
큰 아이 인헌이 방학계획표, 방학 숙제에 뉴스 줄거리, 음식만들기, 청소, 동시, 그림까지 한 마디로 하루도 놀지 말라는 것임 김동수

"인헌아 너 글짓기 할 수 있겠어?"
"예, 할 수 있겠어요."
"그래 하는 것만큼 해봐라. 아빠가 동시 짓는 것 좀 보자."
"그리고 뉴스 보고 평가도 해야 하는데."
"방학 때는 좀 놀면 좋겠는데 아니예요. 뉴스는 아빠하고 같이 보고 평가하면 되겠다."
"아빠가 같이 보고 평가해주세요."

"뉴스 평가하면 재미있겠는데. 뉴스를 보고 평가하면 우리나라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제 6학년인데 뉴스 보는 눈을 가져야지. 그러보니 우리 인헌이 이제 다 컸다."

딸 아이 숙제가 제일 적었습니다. 읽고 싶은 책 읽기가 있지만 독후감은 없습니다. 그리고 운동, 아이들 다니는 학교 특성화교육인 '리코더 연습하기'만 있습니다. 가장 편한 방학을 보낼 것 같았지만 아내는 딸 아이게도 빈틈을 주지 않았습니다. 화요일과 목요일, 피할 수 없는 '수학' 공부, 정말 아이들에게는 고역입니다. 선생님은 독후감 과제물은 내주지 않았는데 아내는 토요일마다 독후감을 써라고 했습니다.

 딸 서헌이 방학계획표 하루도 쉬지 않고, 공부를 해야 함. 화요일과 목요일은 수학, 토요일은 독후감
딸 서헌이 방학계획표 하루도 쉬지 않고, 공부를 해야 함. 화요일과 목요일은 수학, 토요일은 독후감 김동수

"아니 서헌이는 독후감 숙제가 없는데 독후감을 써야 해?"
"아빠, 엄마가 하라고 했어요."

"방학인데 좀 놀게 해주지."
"이게 많아요? 이 정도도 안하고 어떻게 해요."
"방학인데 놀기는 틀렸네. 틀렸어."

"당신도 알잖아. 독후감 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자기도 독후감 쓰기 싫어하면서 아이들에게는 꼭 쓰라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안 돼."


맞습니다. 부모들이 자기는 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는 강요하지요. 아내도 별 수 없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시대 아이들에게 방학은 노는 날이 아니라, 공부에 더 찌드는 날인 것 같습니다. 방학 좀 놀면 안 되나요.
#방학계획 #과제물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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