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내에서 교육목적으로 한 상급자의 행위가 비록 육체적 고통은 덜하더라도 견디기 어려운 정신적 압박을 받았다면 직권을 남용한 '가혹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육군 보병사단 주임원사 K(51)씨는 2007년 6월 담배를 피우는 A병장 등에게 금연 목적과 장남삼아 코로 담배를 피우도록 시켰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8월에는 B병장에게 금연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혀가 마비될 정도로 독한 약초를 5회에 걸쳐 강제로 먹게 하고, 그래도 금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회에 걸쳐 코로 담배를 피우도록 강요했다.
K씨의 도를 넘는 얼차려는 갈수록 심해졌다. 지난해 1월 K씨는 C병장과 피해자들이 도로표지판을 흔들리게 박았다는 이유로 뜨거운 물이 담긴 종이컵을 발목에 올려놓거나 발목 사이에 끼워놓게 했다.
심지어 두 사람이 이마를 마주 대고 서게 한 후 뜨거운 물이 담긴 스테인리스컵을 이마 사이에 20분 동안이나 놓고 떨어지지 않게 서 있도록 시키는 등 가혹행위를 계속했다.
훈계와 교육목적이라는 주장과는 달리 상식적으로 도를 넘은 K씨의 이런 행위는 결국 상부에 보고됐고, 군 검찰은 K씨를 가혹행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하기에 이른다.
1심인 제5사단 보통군사법원은 지난해 7월 직권남용, 가혹행위, 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K씨에게 "직권을 남용해 병사들에게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인 고등군사법원은 지난 1일 K씨의 혐의 가운데 코로 담배를 피우게 하고, 약초를 강제로 먹게 한 행위 등은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으로 감형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K씨의 행위가 피해자들에게 견디기 어려운 육체적 고통을 가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다만, 자신의 독신자숙소의 보일러가 고장났다는 이유로 관리를 맡긴 병사들에게 심한 얼차려를 주거나, 병사들에게 벌침을 쏘게 하는 등 상해를 입힌 혐의 등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사병들에게 가혹행위를 시킨 혐의로 기소된 주임원사 K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일부 가혹행위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들이 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로 강제로 코로 담배를 피우게 하고, 금연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혀가 얼얼해 지고 일시적으로 마비될 정도의 약초를 씹어 먹게 한 것은 비록 금연을 강조하거나 훈계를 할 목적으로 했더라도, 훈계의 목적달성에 필요하고 정당한 범위 내의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 담배를 피우게 하는 행위와 약초를 강제로 먹게 한 행위는 피해자들의 인격권을 무시하고 비하하는 행위라고 평가되기에 충분하고, 또 뜨거운 물이 담긴 컵을 이마 사이에 올려놓는 등의 행위로 인해 화상 등 상해의 결과가 발생하지는 않았으나, 피해자들이 느끼는 정신적인 압박은 그 위험성이 현실화 된 것에 비해 결코 작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위와 같은 행위가 견디기 어려운 정신적인 고통을 가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는 만큼 피고인의 행위는 군형법상 가혹행위로 봐야 한다"며 "그럼에도 원심이 피해자들에게 육체적인 고통을 가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가혹행위로 판단하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 2009.12.27 18:03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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