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 할머니·된장 좌파·소시 오빠팬이 해냈다

[2010 2월22일상②] 최민호 허진무 김동환 정현순

등록 2009.12.31 20:30수정 2020.06.1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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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2010 2월22일상' 수상자로 김갑수 김동환 박주현 이부영 이유경 정현순 최민호 하병주 허진무 등 총 9명의 시민기자를 선정했습니다. 2월22일상은 한 해 동안 꾸준히 좋은 기사를 쓴 시민기자들에게 드리는 상입니다.  

시상식은 2010년 2월 22일 <오마이뉴스> 상암동 사무실에서 치러집니다. '2월22일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50만원씩을 드립니다. 이 자리에서는 '2009 올해의 뉴스게릴라상'과 '2009 특별상', 시민기자 명예의 전당, 제4회 대학생 기자상 시상식도 함께 열립니다. 수상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인사를 드립니다.[편집자말]
"방송연예 기사로 으뜸상 받는 최초 시민기자 되겠다"
[2010 2월22일상] '미디어 기사'는 내 손 안에... '최민호 기자'

 

최민호 기자. ⓒ 최민호



윤은혜가 나올 때면 자막이 필요하다? 200억의 제작비가 투자된 <아이리스>의 줄거리는 탄탄했을까?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연기자는 물론 '티파니 왕따설'과 같은 연예계 뒷이야기까지…. 흥미를 '확' 끄는 기사를 <오마이뉴스>에서 만나본 적이 있는 독자라면, 최민호 기자의 이름이 익숙할지도 모른다. 

20대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으레 그러하듯이(?) 자신을 "원더걸스와 소녀시대를 좋아하는 오빠팬의 한 사람"이라고 소개한 최 기자는 "언제고 꼭 그들을 인터뷰하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연예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사를 쓰기 위해 "지상파 3사 거의 모든 드라마, 예능프로그램을 챙겨 보느라 만만치 않은 시간을 소요한다"는 그에게선 단순한 팬 이상의 프로정신이 느껴진다. 

최 기자는 2008년부터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기 시작해서 드라마와 예능의 리뷰 기사를 꾸준히 써왔다. 최근에는 시사회나 기자간담회 등의 현장을 담는 취재 기사에도 도전하고 있다.

"단편적인 감상, 느낌보다는 프로그램 전체의 방향과 구성을 담으려 노력하는 것"이 연예기사를 쓰면서 그가 꼭 지키는 원칙이자 비결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그가 말랑말랑한 기사만 쓰는 건 아니다. 조회수 84만을 기록한 "국민예능 <무한도전>이 그리 무서운가" 등 시사성이 묻어나는, 묵직한 연예기사도 있다.  

최 기자는 이 기사를 쓰고 "많은 액수의 자발적 원고료를 받는 등 호응을 받았다"면서 "보수단체의 말도 안 되는 억지 공격에 화가 나서 썼던 이 기사가 가장 애착간다"고 말했다.

사실 대부분의 <오마이뉴스> 기사들이 시사성을 지니거나, 딱딱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최민호 기자의 이런 톡톡 튀는 기사들이 오마이뉴스 지면에 '생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는 건 사실인 듯하다. 

"시민기자 활동을 통해 글을 쓰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는 최 기자의 머리기사는 어느새 50개가 넘었다고. "오마이뉴스 최초로, 방송연예 기사를 위주로 써서 으뜸상을 받은 시민기자가 되는 것"이라는 그의 목표가 멀지 않아 보인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습니다"
[2010 2월22일상] 행동하는 양심, 된장 좌파 '허진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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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무 ⓒ 허진무


   
23살, 그리고 휴학생. 허진무 기자는 "질서나 통념을 번복하는 상상력이 있"다는 이유로 SF, 판타지, 추리소설 등의 장르문학을 좋아한다. 영화를 볼 때도 일부러 작은 극장들을 찾아간다. 멀티플렉스에 가득한 "제도와 규범에 메인" 영화가 아닌, "도발적이고 싱싱한 영화, 보고 나서 고민하게 하는 영화, 어딘가 불편하고 삐딱한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작은 극장으로 발품을 팔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허 기자가 선택하는 책과 영화들에선 "날것의 냄새가 나고, 이빨을 세운" 느낌이 든다. 비슷한 맥락에서 그는 "저항하고 전투하는 글쓰기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렇게 '삐딱하게' 쓴 기사가 "미국의 매카시즘과 한국의 명바기즘"이었다. 허 기자는  MBC 신경민 앵커 교체사건과 영화 <굿나잇 앤 굿럭>을 연결시켜 쓴 이 기사를 "국가권력에 침묵해야 공영방송인가 싶어 화가 났다, 영화의 내용이 2009년 이명박 정권의 현실과 딱 맞았다"며 가장 애착이 가는 기사로 꼽았다. 

허진무 기자는 최근 서평과 영화평뿐 아니라 사회면의 기사를 쓰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기억에 남았다며 들려준 취재 실패담은 취재를 시도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남산 조망권 확보를 둘러싼 낙원상가와 서울시 간의 분쟁을 다루고자 발로 뛰었지만 여러 차례 인터뷰를 매몰차게 거절당하고 나니까 힘이 쭉 빠지더라. 게다가 그 다음날 상가의 철거가 무기한 연기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시의성을 잃었다고 생각해 결국 기사 쓰기를 포기했다. 경험도 부족하고 방법도 허술했다."

 그러나 허 기자는 이런 실패를 겪거나, 기사에 대한 냉담한 반응을 받아도 두렵진 않다. "무플이 최고의 악플"이라는 그는 "글이 누군가에게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끌어냈다는 증명"이기 때문에 독자의 어떤 반응이라도 기쁘다. 허 기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 "글자를 써서 싸워보자는 결심"으로 시민기자 활동을 시작했다. 그 결심으로 앞으로도 "힘을 다해서 바르게 쓰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현장의 진실 좇는 참한 '직업기자'가 꿈이에요"
[2010 2월22일상] 대한민국 20대,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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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 김동환



김동환 기자는 2008년 4월 '우리동네 난곡' 블로그에 글을 올리며 시민기자 활동을 시작했다.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 수업을 수강하고,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기자로도 활약한 바 있다. 또 대학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하고 있는 지금까지 착실히 기자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자신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소재를 발굴한다는 그의 기사는 그래서인지 20대 청년의 살갗에 와 닿는 것들이 많다. "대졸 신입이 순순히 초임 깎아줄 수 없는 이유"는 "졸업하는 시즌에 대졸 신입사원 월급을 깎는다고 해서 관심을 가지고 '처절하게' 분석했던" 결과였다. MBC <PD수첩>의 기소를 문제 삼은 "저 검사, 어디서 많이 봤는데..." 는 주변에서 가장 많이 기억해준 작업이다. 

"물에 빠진 MB, 왜 구하지 않죠? "대신 4900만이 살기 때문이오""를 통해서는 독자들로부터 "기자님 몸조심하시라"는 걱정을 들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현재 사회분위기가 어떤지를 잘 드러내는 반응들"이었기 때문에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또 배우 신세경을 인터뷰 했던 일('청순 글래머'라고요? 진지한 연기자랍니다!)과 <딴지일보> 본사에 취재를 갔던 경험("억울한 '촛불벌금' 대신 내드립니다") 등 김 기자의 시민기자 활동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이런 경험들이 "기자 지망생이 그리 많다는데 괜찮겠냐", "남자나이 스물아홉이면 적은 나이 아니다" 등 주변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한 길을 걷게 해줬다고.

김동환 기자는 "직업기자를 꿈꾸다보니, 내 이름으로 쓴 기사가 남는 시민기자 활동은 항상 긴장되는 일이다"라면서도 "개인적으로는 감사한 체험이다"라고 말했다. 2월 22일상의 수상에 대해서도 "얼떨떨하지만 주시는 상이니 일단 챙겨두고(웃음), 2010년에는 더 어려운 주제를 더 쉽고 재밌게 쓰는, 기억에 남는 시민기자가 되겠다"는 유쾌한 포부를 밝혔다. 

"나이는 숫자일 뿐, 시민기자 활동은 내 인생의 나침반"
[2010 2월22일] 명랑 할머니의 사는이야기 '정현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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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순 기자. ⓒ 정현순


정현순 기자는 2002년 오마이뉴스와 인연을 맺었다. "견딜 수 없는 외로움과 고독한 시간"이었던 손자 키우기의 경험을 독자들과 나누었던 것이 그 시작이었다("손자 키우기 두 달 만에 그만둔 사연"). 그 때부터 "인터넷도 할 줄 몰랐던 내게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시민기자가 된 것이다. 그렇게 50대 초반에 새로운 인생을 찾은 정현순 기자가 그동안 쓴 기사는 무려 1000건. 기사가 늘어가면서 그도 60대를 바라보게 됐다. 

정현순 기자는 주로 생활 곳곳에서 소재를 찾는다. 

"산책을 하면서, 가족, 친구, 이웃 등과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글을 써볼까?' 생각이 들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구상을 하고, 단숨에 글로 연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가 점점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자꾸만 든다. 그 이유는 더 재미있고, 더 잘 쓰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다." 

시민기자 활동이 항상 즐거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정현순 기자는 "산 채로 쓰레기통에 버려진 아픈 토끼"를 가장 아쉬웠던 기사로 꼽았다. "추석 바로 전날이라 바빠진 마음에, 토끼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쉽다"는 그는, "웬만한 것은 금세 잊어버리는 성격인데 아직까지 잊지 못하는 댓글이 있다"며 악플에 괴로워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나 "손자가 입학하니 할머니 이사 가네"를 통해 맞벌이 주부들의 공감을 얻었고, "나, 요즘 영택이 때문에 미칠 것 같아"는 좋은 원고료로 많은 응원을 받아 고마움과 책임감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정현순 기자는 "너무 멀리 있고 힘든 '오름'의 길을 향하려 한다"는 바람과 함께, "여건이 된다면 70, 80세까지도 활동하고 싶다, 더 재미있고, 진실 되고, 정확하고, 정갈한 글을 쓰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앞으로도 그의 소망처럼 '행복한 할머니'의 다정다감한 글쓰기가 계속되길 희망하며, 2월 22일상 수상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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