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아이디어 제공만으론 공동저자 못 돼"

시간강사에 공동저자 주장하며 7년 재판 받은 교수 유죄 확정

등록 2009.12.28 17:48수정 2009.12.2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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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 이상이 대학교재를 집필할 때 직접 쓰지 않고 단지 아이디어나 자료를 제공한 것만으로는 공동저작자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H대학 시간강사였던 J씨는 1999년 3월 학장으로부터 다음연도에 개설될 예정인 과목에 대한 교재를 집필해 볼 것을 권유받은 후 고무돼 자신의 논문 등을 학장에게 보여주기도 하고, 저술을 준비해 9월경 학장에게 수백 페이지 분량의 초안을 보여줬다.

그런데 1999년 2학기 개강된 후 L(58)교수는 알고 지내던 J씨가 교재를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내용이 궁금하다면서 자료를 보여줄 것을 요청해 J씨가 초고를 보여줬다.

이를 살펴본 L교수는 J씨에게 강사신분에 단독으로 출판할 경우 책의 권위가 떨어지므로 교수인 자신과 공저로 책을 출판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이를 탐탐치 않게 여겨 확답을 피하던 J씨는 이후 계속되는 요구를 이기지 못하고 L교수를 공저자로 표시한 저술의 초안 파일이 담긴 디스켓을 주고, 또한 파일을 인쇄해 공저로 가제본 책자를 만들어 줬다.

그런데 1999년 11월 L교수가 자신의 단독 논문으로 편집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 J씨는 L교수를 찾아가 부도덕한 행위를 하는 교수와는 더 이상의 공저를 유지할 수 없다고 고지한 후 L교수가 편집 중이던 논문을 빼앗아 왔다.

이후 J씨가 단독 저서로 출간하자, L교수는 "J씨가 공동으로 저술하기로 합의했고, 자신이 건네준 자료를 정리하고 수회 토론을 걸쳐 책을 공동저술 했음에도 단독 저서로 출판해 저작권을 침해당했으니 처벌해 달라"며 고소했다.


또한 L교수는 표제와 일부 내용이 수정됐을 뿐 J씨의 교재와 동일한 내용의 책을 J씨와 협의 없이 공저로 출판하기도 했다.

 "징역형에 대한 집행유예 만으로도 충분한 처벌 효과"


결국 L교수는 J씨에 대한 무고와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1심인 부산지법 형사6단독 안기환 판사는 2005년 12월 L교수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자 L교수는 "J씨의 책 저술과정에 단순히 지도감독한 정도를 넘어 공동 저작이라 평가할 정도에 이르렀고, 설령 J씨의 책이 단독 저작이라고 평가되더라도, 공동 저작물인줄 알고 J씨를 고소하고, 책도 수정해 발간했으므로 무고나 저작권 침해의 고의가 없음에도 유죄를 인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또 "설령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대학교수 신분으로서 징역형이 선고될 경우 신분을 상실하게 되는 점 등에 비춰 1심 형량은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인 부산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윤근수 부장판사)는 2006년 8월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비록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하지 않고 있으나, 초범이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무고죄 부분은 피고인이 고소 후 2개월 만에 자진해 고소를 취하한 점, 이 사건으로 7년 동안 피고인도 대학으로부터 징계처분을 받고 계속 수사 및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고통을 겪어 왔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실질적인 공저 작업은 없었지만 한때 피고인을 공저자로 등재하기로 합의는 했었던 만큼 피고인의 무고 및 저작권위반에 대한 범의는 크지 않은 점, 피고인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 형만 선고되더라도 대학교수 신분에 큰 불이익을 입게 될 것으로 보여 충분한 처벌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는 점 등을 참작해 감경했다"고 설명했다.

"직접 창작적인 표현 형식 자체에 기여한 자만이 저작자"

그러자 L교수는 저작권위반 혐의에 대해 재판부가 잘못 판단했다며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L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2인 이상이 저작물의 작성에 관여한 경우 그 중에서 창작적인 표현 형식 자체에 기여한 자만이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는 것이고, 창작적인 표현 형식에 기여하지 않은 자는 비록 저작물의 작성 과정에서 아이디어나 소재 또는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관여를 했더라도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설령 저작자로 인정되는 자와 공동저작자로 표시할 것을 합의했더라도 달리 볼 것이 아니다"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J씨가 출간한 교재의 창작적인 표현 형식에 기여한 바가 없어 저작물의 공동저작자가 아니라는 취지로 판단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다고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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