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이민 여성들을 위한 요리 조언이 뜻하는 것

등록 2009.12.28 18:30수정 2009.12.2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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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네이버의 헤드라인 기사를 읽다가 중앙 데일리의 한 기사에 눈이 멈췄다(읽으시려면 클릭).

기자에 따르면, 시골 한국 남자들과 결혼하며 이주한 동남아 여성들이 여러가지 문제에 부딪힌다는 것이었다. 제일 큰 장애물은 언어 장벽이지만, 이 기사는 일상의 또다른 면에 중점을 맞춘다. 바로 요리다.

글쓴이는 이런 어려움들을 이겨내기 위한 첫번째 단계로 한국 다문화가정 연대Coalition for MulticulturalFamilies(약어로 Comfa)에서 책자를 발행하였다며 낙관적으로 이야기한다. 이 책자는 결혼해서 한국으로 이민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국과 반찬에서 주요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요 요리법들로 그들의 한국인 남편을 만족시키기 위해 어떻게 요리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이 책은 중국어와 몽골어 등 다양한 언어로 출판될 예정이지만, 현재 출판된 것은 베트남어 버전뿐이다.

"cooking the books"라는 말은 보통 고의로 조작된 정보를 제공한다는 의미로 쓰이는 표현이기에 이 기사를 대충 보면 이 어색한 영어 제목 밖에 그다지 특별한 게 없어 보이지만, 이 이야기엔 좀 더 나를 잡아 끄는 무언가가 있었다. 사실 이 기사를 잘 읽어보면, 적어도 내 눈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민자 여성들, 혹은 전반적으로 여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아마도 기자가 쓰면서 자각하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근본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두 문장이 인상 깊었다.

첫번째 문장은 외국인 부인들이 한국 음식을 만들 때 문제를 언급한 부분으로, 글쓴이는 "...한국 요리 기술을 마스터하는 것은 작은 임무가 아닌데 더해, 한국 관습에 따라 매 끼니마다 꼭 같이 준비되어야 하는 반찬 수가 끝도 없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매 끼니"마다 "꼭 같이 준비되어야 하는" 반찬들이라?

작가의 영어 표현력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해야 하는"라는 표현은 명백히 강제적인 명령이고 "준비되어야 하는"이라는 문구가 수동태인 것은 그것이 누군가에 의해 이행되어야 하는 일이란 뜻이다.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는 모두가 알 만하다. 그래서 나에게 이 문장은, 부인은 언제나 남편이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말로 들린다.

첫번째로 이런 태도 자체와 태도의 바탕이 되는 구식 성 역할은 아주 성차별적으로 느껴진다. 여자가 남편의 기호에 순종하여 그의 기분을좀 더 좋게 하고 바라는 대로 들어주기 위해 힘 닿는 대로(여기서는 책으로 교육받는 것) 무엇이든 하는 것이 결혼이란 말인가. 그러면 그녀 자신이 바라는 것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시골 청년들에게 베트남(혹은 다른 6개 국가 중 하나) 여자들이 어떤지 설명해주는 책은 왜 없는 걸까?

그리고 두번째로, 이 얘기가 지루하게 들리지 않는가. 물론 나는 한국음식을 정말 좋아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음식을 먹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게다가 매 끼니를 모두? 때로 다른 류의 것도 먹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특히 다른 문화와 매력적인 음식들을 가진 다른 나라에서 멀리 떠나온 부인이 있다면 더욱?


하지만 이는 정확히 한국에서 권장되지 않는 것이다. 다양성. 대신 내가 아는 이민자 부인들을 "돕기 위한" 모든 노력은 그들을 될수 있는 대로 빨리 끼워넣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문화 교류는 권장되지 않으며 한국 사회는 새로운 시민들이 가져올 수 있는 이국적 영향을 받아 문화적으로 다양해지는 일도 허용치 않는다. 그 반대로 정책은 모난 돌만 있으면 정을 내려쳐서 둥근 구멍에 맞도록 만드는 것 같다.

생각해 보자. 다른 나라 사람과 연애를 한다면, 보통은 그 사람의 출신과 문화에 대해 자연적으로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사랑하는 이의 모국어 문장과 표현들, 어떤 음식을 먹는지 문화는 어떤지 등을 알고 싶어질 것이다. 첫번째로 지적했던 태도 문제로 돌아가서, 부인을 사랑한다면 자연스럽게 그녀를 어떻게 행복하게 만들어줄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고 하지 않을까?

하지만 결국 이는 결혼을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에 달린 문제라 하겠다. 결혼이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두 명의 결합이라면, 이 모든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일 것이다. 그러나 결혼이 가축 거래나 구매 정도의 일이라면, "쓴 돈에서 얻는" 이득을 최대화시키려 결혼에 대해 자기 중심적인 태도를 취하게 될 것이다.

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두 번째 문장은 Comfa의 일원이 이런 요리책 출간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한 말이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한국 요리법을 가르쳐주려 해도, 둘이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양쪽 다 고통을 받는다."

물론 그런 상황에서 2세를 낳고 일손을 돕는 것 이외에 두 사람이 원활하고 의미 깊은 관계를 가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나는 두 사람이 말을 하지 않고도 뜻이 통해서 의미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관계가 이루어지려면 두 사람이 서로를 아주 잘 알고, 말보다 더욱 깊은 수준의 유대를 가져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아마도 이런 종류의 결혼들의 본질을 잘 보여주는 단면일 것이다. Comfa에 따르면 지방에 거주하는 40%의 한국 남성들이 외국여자와 결혼을 한다고 하는데, 이를 생각해보면 이는 무시해도 좋을 만큼 작은 수의 사람들이 아니다.

한국에 진실된 다양성을 가져오고 다문화의 아이들 세대를(역시 상당한 수의) 낳을 첫번째 세대가 더 진실된 사랑을 만나 남편을 만족시킬 능력보다는 자신만의 개인적 가치를 존중받으며 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슬프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 마티아스 슈페히트 기자는 독일에서 태어나 10여 년 전 첫 방한한 후 거의 매년 한국을 방문하다 2006년 서울로 이주했다. 독일 유러피안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학위를 2008년엔 연세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 후 서울에서 '스텔렌스 인터내셔널(www.stelence.co.kr)'을 설립하여 수출입 사업에 종사중이다. 최근 한국에서의 경험을 쓰기 시작한 개인 블로그는 http://underneaththewater.tistory.com/이다.


덧붙이는 글 마티아스 슈페히트 기자는 독일에서 태어나 10여 년 전 첫 방한한 후 거의 매년 한국을 방문하다 2006년 서울로 이주했다. 독일 유러피안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학위를 2008년엔 연세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 후 서울에서 '스텔렌스 인터내셔널(www.stelence.co.kr)'을 설립하여 수출입 사업에 종사중이다. 최근 한국에서의 경험을 쓰기 시작한 개인 블로그는 http://underneaththewater.tistory.com/이다.
#다양성 #사회 #다문화 #동남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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