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판 도박판의 결론은 뻔하다. 판을 벌인 이가 판돈을 거머쥐게 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박판에 빠져드는 사람은 여전하고 사람 모이는 곳마다 이런저런 도박판이 벌어진다.
김민수
도박으로 인생을 망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틀리지 않을 것이다. 도박으로 운 좋게 재물을 번들, 쉽게 모은 돈은 쉽게 나가는 법이다. 우리의 현실에서 이미 바보 같은 이야기가 되었지만, 땀 흘려 모은 재물이 참으로 귀한 법이다. 그러나 이미 우리 사회는 땀 흘려 한 푼 두 푼 모아서는 자기 집 하나 장만할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자기 집은 고사하고 아이들 사교육비에 학비조차도 감당할 수 없다.
물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어느 코미디 프로에 나오는 것처럼 '연봉 몇 억도 못 받는 사람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러다 보니 인생 대박을 꿈꾸고, 그 인생 대박의 근저에는 인간의 도박심리가 깔렸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인생은 도박이다!'라고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도박이 일상이 되어버린 현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성실하게 땀 흘려 일하는 이들조차도 도박해야 하는 세상이다. 그냥 복권가게에서 심심풀이로 복권을 사는 것(중독되지 않은 경우) 혹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나 가족들과 화투를 치는 정도의 오락성이 가미된 오락이 아니라 진짜 도박 말이다.
농민들은 해마다 도박을 해야 한다. 어떤 작물을 심어야 제 값을 받을까 하는 도박이다. 까딱 잘못했다가는 한 해 농사 풍년이라도 갈아엎어야 할지도 모르는 현실을 너무 자주 접하기 때문이다. 어느 지역이 농작물 피해를 극심하게 보면 다른 지역은 상대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다.
몇 해 전 강원도 지역에 홍수가 나서 감자농사를 망쳤을 때 나는 제주도에 있었다. 제주도에서도 감자가 많이 나는데 그 덕에 제주도에서 감자농사를 크게 짓던 분들은 한몫 잡았다. 그때 한몫 잡은 젊은 농부는 "강원도 농민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덕분에 돈 좀 벌었수다게. 농사가 도박이랑 다를게 없쥬"라고 말했다.
그런데 어디 농사만 그런가? 주식투자도 그렇고 돈 버는 일과 관련된 대부분의 일이 흥하지 않으면 망하는 구조다. 더불어 공생하는 구조라기보다는 누군가의 것을 빼앗아 제 호주머니를 채우는 구조가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구조, 경제의 구조다. 그러다 보니 현 체제에서 경쟁하며 살아보겠다고 경쟁의 대열에 동참하는 순간, 도박인생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도박을 도박이라 하지 않는 현실
'도박'의 사전적인 의미는 돈이나 재물을 걸고 서로 따먹기를 다투는 짓 또는 요행수를 바라고 위험한 일이나 가능성이 없는 일에 손을 대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원전수주'에 대한 용비어천가를 방불케 하는 소식을 들으며 개인적으로 인류의 안전성을 담보로 벌이는 큰 도박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자력발전만이 마치 미래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책인 것처럼 떠들지만, 그 배후에 숨겨진 위험성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돈이나 재물을 걸고 위험한 일에 손을 대는 것=도박'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MB정권은 큰 도박을 즐기는 것 같다. 생태환경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도 모를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는 일도 그렇고,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일 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배짱도 그렇고, 청렴이 기본이어야 할 관리들을 뽑는데도 전혀 국민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마치 대단한 패를 든 듯한 형국이다.
나도 요즘 아이와 입시문제를 놓고 도박을 했다. 수능시험이 끝나고 나서, 학교를 선택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열심히 노력한 만큼, 아이의 능력이 되는 만큼의 대학에 가서 공부할 수 있어야 할 터인데, 국가는 뒷짐을 지고 있고 학부모들과 학생들만 몸이 달아서 눈치작전을 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도박'이라고 하지 않고, 능력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경쟁사회 속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정황을 보면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돈 한 번 따보려고 용을 써봐도 두어 번 따는 것 같다가 다 털려버리는 판, '20 vs 80'이라는 용어를 빌리자면 상위 20%가 80%의 호주머니를 털어가는 도박이 횡횡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개중에 기적처럼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된듯한 인생이 있어 언론의 조명을 받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능력이 없어서 지금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자조하는 것은 아닐까?
나도 도박 좀 해볼까?
솔직히 말하자면 이미 나도 도박판에 껴 있다. 지금 내 삶의 경제적인 혹은 사회적인 위치를 유지하고자 하는 것 자체가 그 증거일 것이다. 나는 도박이 싫다. 그러나 두어 번 로또복권을 사서 사나흘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 적도 있으며, 편의점에서 동전으로 스크래치 복권을 긁으며 허망해하던 때도 있다.
그러나 그런 장난에 빠져들지 않는 이유는 그렇게 재물을 얻으면 내가 망가질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조금 부족해도, 내가 노력해서 얻은 것으로 자족하는 생활이 좋다. 조금 부족하고 불편해도 나는 그게 좋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인생, 정말 도박일까?" 하는 의문을 품고 불편한 도박의 대열에 껴 있다. 날씨가 춥다. 언젠가 강원랜드로 직원수련회를 갔다가 이른 아침, 카지노에서 탕진하고 버스비를 구걸하던 중년의 희망없는 눈빛을 만난 적이 있다. 그 애처로운 눈빛은 "난 정말 도박에서 벗어나고 싶어!"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 눈빛조차 믿을 수가 없었다.
좀 세상이 훈훈한 세상이 되려면, 자기 영역에서 성실하게 땀 흘려 일하고 노력하면 풍족하진 않더라도 빌어먹고 살진 않아도 되는 세상이면 좋겠다. 그런데 이 세상은 도박을 도박이라고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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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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