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일배 중인데 잠정 합의라니...

예인선노조, <연합> 보도에 "정정보도 요청"

등록 2009.12.30 15:33수정 2009.12.3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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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저녁 7시. 파업 145일째를 맞아 회사와 관계기관의 전향적인 자세를 요구하며 도심지에서 삼보일배를 벌인 울산예인선 노조와 삼배일배에 동참한 민주노동당 지역의원들이 울산시청 남문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있었다.

 

이들은 촛불집회에서 "법원과 노동위원회의 잇따른 노조 인정 판결에도 회사측이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단식농성에 동참하면서 예선노조의 억울함을 호소하던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을 구속시켰다"며 성토했다.

 

하지만 29일 이 시간 <연합뉴스>에는 오히려 '울산항 예인선 노사 잠정합의안 마련'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30일에는 지역언론들은 일제히 '잠정합의안 마련 확인' 등으로 보도했다.

 

기사에는 "울산항 예인선 노사가 파업 145일 만인 29일 임금 및 단체협상의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며 "노사교섭대표가 모인 가운데 가진 협상에서 울산항 3개 예선사 노조를 합치는 연합 노조를 출범시키고 사측은 노조에 노조사무실을 설치하고 집기류를 지원하기로 기본협약에 잠정합의했다"고 적었다.

 

또한 "막판 쟁점이 됐던 것으로 알려진 특별 위로금은 250만원을 지급하고 노조발전기금은 체력단련비로 변경해 임단협에서 논의하기로 했다"며 "노사는 그동안 노조의 오랜 파업과 사측의 직장폐쇄로 인해 피해가 적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조율 끝에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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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3시 삼보일배를 진행중인 예인선노조와 민주노동당 울산지역 의원들. 잠시후 "잠정합의" 보도가 나와 노조가 발끈하고 있다 ⓒ 박석철

29일 오후 3시 삼보일배를 진행중인 예인선노조와 민주노동당 울산지역 의원들. 잠시후 "잠정합의" 보도가 나와 노조가 발끈하고 있다 ⓒ 박석철

'연합노조'란 예인선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런 말들은 일주일 전부터 지역계에서 흘러나왔다. 5개월 동안 예선노조를 위해 동고동락하고 울산본부장이 구속되기까지 한 민주노총으로서는 충격적인 내용이다.

 

하지만 예선노조와 민주노총은 30일 이 보도가  전혀 사실무근이며 예선사에 의한 기만적이고도 전형적인 조합원 뒤흔들기용 공작일 뿐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과 예인선 노조에 따르면 29일 오후 2시부터 삼보일배를 진행하던 중인 오후 3시쯤 노조간부와 사측이 협상을 벌였다. 이때 사측은 비공식적으로 노조지회장에게 이같은 내용을 제의했지만, 예인선노조 지회장은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언론에는 합의된 내용인양 보도된 것. 

 

예선노조는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보도된 일부 언론사의 '울산항 예인선노조 잠정합의" 보도는 전혀 사실무근일 뿐만 아니라 노조탄압만을 일삼아 온 울산항 예선사에 의한 전형적인 노조 흔들기용 공세"라면서 "합의된 사항도 없는 한낱 허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예선노조는 예선사측과 12월 29일 오후 3시 단체교섭을 진행했으나 여전히 '상급단체(민주노총)에 가입한 형태의 노조는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예선사 사장들의 고집스런 태도만을 협상대표에게 전해들었다"며 "이에 대해 분명한 문제제기를 하고 교섭 시작 20분 만에 결렬된 것이 전부"라고 밝혔다.

 

예선노조는 "그럼에도 이같은 보도가 나온 것에 대해 예선사에 불쾌함과 유감을 금치 못하는 참담한 심정"이라고 성토했다.

 

예선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주까지 2차례 정도 비공식 루트를 통해 지회장에게 "상급단체 없는 연합노조 성격의 단일노조 인정과 민주노총을 탈퇴만 하면 위로금 명목의 금전 지급을 고려할 수 있다"는 등 제안을 했다고. 하지만 이에 대해 그 어떤 답변도 한 바가 없었다는 것.

 

예선노조는 "노조의 자주성을 부정하는 제안에 우리는 합의할 의사도, 합의된 사실도, 합의문도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그런데 어떻게 '연합노조 출범' '250만원이라는 구체적 금액의 특별 위로금' '노조사무실 제공, 내년 1월 초 조합원 찬반투표 실시' 등 노사 간 잠정합의가 되었다고 언론에 공표할 수 있는지 심히 그 의도가 의심스러울 따름"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파업 5개월이 다 되도록 사법부의 판단과 상식을 무시하고 노조를 인정치 않는 예선사측의 사기행각일 뿐만 아니라 노조에 대한 철저한 기만행위"라면서 "마치 합의가 다 된 것처럼 언론보도를 이용해 지회 간부들과 조합원들을 이간질 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인선노조 윤찬관 지회장은  "귀 언론사의 정정보도 및 공정보도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2009.12.30 15:33 ⓒ 2009 OhmyNews
#예인선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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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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