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세탁기에 돌리면 될 것을 왜 손빨래를 해야하는지 궁금했는데 아내가 하는 말 "세탁기에 돌릴 빨래가 있고, 손빨래 할 것이 따로 있다"고 했습니다.
김동수
"아니 누가 '울' 제품을 세탁기 빨래를 해요?"
"그럼 추운데 세탁기로 빨래를 하지 무엇으로 빨래를 해요?"
"울 제품은 세탁기로 빨면 다 버립니다. 다 버려. 손빨래로 해야지."
"추운데 그만 세탁기에 돌리면 안 되나?""세탁기에 돌려 옷이 다 해지면 당신 사 줄 수 있어요?""그것은 아니고."
"울 제품은 손빨래도 힘을 주면 안 돼요. 부드럽게 빨아야지. 물에 헹굴 때도 세게 하면 안 되고, 부드럽게 헹구어야 해요."
"하필이면 울 빨래야."첫날은 설거지와 빨래를 도와주니까 아내가 미안해서 그런지 설거지를 했습니다. 다행히 울빨래가 없어서 빨래는 세탁기에 돌렸습니다. 빨래를 다 한 후 아내는 허리가 아프다면서 빨래를 널어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빨래를 널고 나니, 다 마른 빨래도 개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하니 어떻게 합니까. 빨래를 개야 했습니다.

▲빨래도 널어야 했습니다.
김동수
"빨래하고, 빨래 널고, 빨래 개고. 이제 내가 도맡아 하네요."
"아니 어제하고, 오늘 좀 한 것 가지고. 도맡아 했다고 할 수 있어요.""남편이 좀 도와주면 고맙다고 해요.""그래요. 고마워요. 고마워요. 고마워요."빨래한 것 가지고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으니 괜히 쑥쓰러워졌습니다. 그 때 눈에 들어 온 것이 청소기입니다. 허리가 아프다는 소리를 듣고, 청소기를 샀는데 결혼 12년 만에 처음 산 청소기입니다. 오래되고, 차가 많이 다니는 길가 집이라 먼지가 많이 들어와 아내가 걸레를 한 번 훔칠 때마다 먼지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아내는 이럴 때 청소기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는데 허리 아픈 선물로 청소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허리가 아프다고 해서 7만원 주고 청소기를 샀는데 결국 남편이 맡았습니다
김동수
"야, 청소기로 청소하니까 좋네."
"청소기로 먼지 한 번 털어내고, 걸레질을 하면 정말 편해요. 이불에 있는 먼지도 털 수 있어요."
"앞으로는 내가 이불 먼지를 털어야겠다.""내 허리 때문에 당신이 사람이 조금씩 되어 갑니다.""나 같은 남편 없지.""그래요 당신 같은 남편 없지요."자기를 한 번 도와주고 '고맙다'는 챙기는 못난 남편을 그래도 아내는 좋은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아내들은 남편의 작은 배려에 감격합니다. 한 번 도와주고, 고맙다는 말 듣는 것보다 아내 허리가 빨리 낫는 것이 훨씬 좋은 일입니다. 오는 새해에도 아내가 건강하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허리가 안 아파도 당연히 집안 일을 같이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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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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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한 번 해주고 '고맙다'는 말 챙기는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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