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대상이 '아이폰'? "내년에나"

모바일 전문 리뷰어가 뽑은 올해의 휴대폰은?

등록 2009.12.31 16:24수정 2010.01.0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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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휴대폰 시장은 말 그대로 격변기였다. 경기 침체가 무색하게 풀터치, 풀브라우저 기능과 OLED 화면을 앞세운 '명품폰'이 쏟아졌다. 연말엔 오랜 산고 끝에 아이폰이 출시되며 스마트폰 시장에 불을 당겼다. 그렇다면 올 한해를 대표하는 휴대폰은 무엇일까? 새해엔 또 어떤 휴대폰이 뜰까? 지난 29일 대표적인 모바일 리뷰 사이트인 세티즌(cetizen.com)과 오픈모바일(openmobile.co.kr) 휴대폰 전문 리뷰어들을 찾아 직접 물었다. [편집자말]

2009년 출시된 주요 휴대폰들. 왼쪽부터 애플 아이폰, 삼성 T옴니아2, 블랙베리, 노키아 익스프레스뮤직, LG 초콜릿폰. ⓒ 김시연


우리나라에서 한 해 출시되는 휴대폰은 이통3사 중복 모델 포함 200여 종에 이른다. 이들 제품이 소비자에게 선보이기에 앞서 통과의례처럼 거치는 곳이 모바일 전문 리뷰어. 리뷰어들은 '신상폰'을 짧게는 2~3일, 길게는 열흘에서 2주 정도 직접 체험하고 분석한 뒤 제품 리뷰를 올린다. 이들 리뷰는 얼리아댑터들뿐 아니라 새 휴대폰을 기다리는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참고자료다.

휴대폰 리뷰어가 뽑은 올해의 휴대폰은 무엇일까? 연말 돌풍을 일으킨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일까? 풀터치스크린 붐을 일으킨 이른바 '명품폰'들일까?

풀터치폰 vs. 스마트폰 본격 경쟁은 지금부터

세티즌 휴대폰 리뷰어 김동우씨(왼쪽)과 봉충섭 팀장. ⓒ 김시연


오픈모바일 리뷰 담당 고동욱(31)씨는 삼성 아몰레드와 LG 롤리팝과 함께 하반기 화제가 된 애플 아이폰, 삼성 T옴니아2를 '올해의 휴대폰'으로 꼽았다. 반면 세티즌 리뷰 담당 봉충섭(37) 팀장과 김동우씨는 LG 쿠키폰과 삼성 아몰레드, LG 초콜릿폰 등 풀터치폰만 꼽았다.

고동욱 "옴니아2는 아이폰 때문에 반사이익을 본 측면이 있다. 판매량면에서 아몰레드와 롤리팝. 아몰레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화면을 채택해 '보는 휴대폰' 개념을 도입했고 롤리팝은 빅뱅, 2NE1 등 10대~20대 초를 겨냥한 마케팅이 효과를 발휘한 경우다."

봉충섭 "쿠키폰은 가격이 저렴하면서 아기자기한 컬러폰 디자인으로 어필했다. 판매량 면에선 아몰레드와 초콜릿폰이 LED 디스플레이와 풀브라우징으로 성공을 거뒀다."

이밖에 소비자들에게 크게 주목받진 못했지만 눈여겨볼 만한 폰도 있다.


고동욱 "SK에서 오랜만에 직접 제작한 W폰(SK700)도 주목해 볼 만하다. 중저가 모델 가운데는 옴니아팝(M7200)이 FMC 기능 갖춘 데다 가격 대비 스펙 좋은 저가 스마트폰이다."

김동우 "아몰레드에 묻히긴 했지만 정전기터치 방식과 카메라 기능 등에서 다양한 변화 시도를 한 아레나폰도 평가할 만하다."

아이폰 vs. 안드로이드폰 싸움은 '어플'이 판가름

연말 아이폰 열풍에도 스마트폰을 올해 대표선수로 내세우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게 리뷰어들 일반적 평가였다.

봉충섭 "스마트폰은 하반기 아이폰 이슈가 아니었으면 강세를 띠기 어려웠을 것이다. 스마트폰은 올해보다는 내년 안드로이드폰 출시와 함께 본격적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고동욱 "아이폰이 시발점은 될 수 있지만 (스마트폰) 부흥은 내년을 내다봐야 한다. 아직은 기존 윈도모바일폰 사용자들이 아이폰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스마트폰 사용자 급증보다는 변화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

내년 구글 안드로이드폰의 가세는 스마트폰 판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봉충섭 "해외 안드로이드폰을 들여와 직접 살펴봤는데, 속도는 아이폰에 뒤지지 않고 UI, 조작, 외부 자판 등은 더 편했다. 모토롤라 드로이드폰 하나로는 어렵겠지만 후속 폰들이 계속 나오면 아이폰에 대적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어플리케이션이 많고 구하기 쉬운 쪽으로 (소비자들이) 움직일 것이다."

이밖에 국내 스마트폰이 빨리 자리 잡기 위한 조건으로 봉 팀장은 ▲와이파이 지역 외 비싼 3G 요금 문제 해결 ▲정부 게임 심의와 각종 제도로 막힌 부분 해소 ▲국내 개발자 양성 통한 어플리케이션 활성화 ▲이통사-어플 개발자간 불합리한 수익 배분 구조 개선 등을 꼽았다.

사진, 동영상, 인터넷까지... 휴대폰 리뷰도 진화한다

오픈모바일 휴대폰 리뷰어 고동욱씨 ⓒ 김시연

휴대폰이 MP3, 디지털카메라, DMB, 인터넷단말기 등 각종 IT 기기가 하나로 합쳐진 '모바일 컨버전스'의 핵으로 떠오르면서 휴대폰 리뷰 역시 성격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고동욱 "초기 제품은 통화 품질이나 배터리 사용시간 정도였는데 멀티미디어 기능이 추가되면서 카메라, 사진 품질, LCD 터치감, DMB 등 멀티미디어 기능까지 살펴봐야 하고 글보다는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직접 보여주는 리뷰가 나와야 한다. 새로운 기능 추가될 때마다 리뷰어도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봉충섭 "리뷰가 단순 매뉴얼화되지 않도록 개선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은 사용자 모임을 열거나 대학, 거리에서 사용자 반응을 직접 조사하는 등 차별화 노력을 하고 있다. 아이폰의 경우 중장기 사용하면서 시리즈 리뷰를 시도하고 있다."

요즘엔 경쟁 제품을 직접 맞붙이는 비교 리뷰도 관심을 끌고 있다. 비교 특집을 꾸준히 진행하는 세티즌의 경우 최근 대표적 스마트폰인 아이폰-T옴니아2-노키아5800(익스프레스뮤직폰)을 직접 비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비교 리뷰를 진행하는 김보성씨는 "비교 리뷰는 객관성이 중요하다. 특정 휴대폰에만 있는 단독 어플은 제외하고 동일하게 지원하는 어플만 가지고 비교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최근엔 각종 모바일 커뮤니티와 파워 블로거 등을 통해 휴대폰 리뷰가 '양산'되고 있다. 직업적 리뷰어들은 이들 블로그 리뷰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고동욱 "파워블로거들은 이미 PC통신 시절부터 파워 유저란 이름으로 리뷰 업체들과 공존해 왔고 실제 얼리아답터들이 모여 회사를 차리는 경우도 있었다. 리뷰 업체들은 짧은 제작기간 때문에 장시간 사용 변화를 놓칠 수밖에 없어 블로거 리뷰를 보며 서로 보완하고 피드백하는 보완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봉충섭 "업체들의 블로거 마케팅으로 광고성 리뷰가 많이 생성되는 것은 안타깝다. 객관성이 결여돼 자칫 소비자가 잘못된 판단을 할까 우려된다. 우리 역시 휴대폰 지원(임대)을 받긴 하지만 객관성을 위해 제조사의 간섭을 배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휴대폰 리뷰어는 구형 폰을 좋아한다?
늘 최신폰만 주무르는 휴대폰 리뷰어는 어떤 휴대폰을 쓰고 있을까? 당연히 높은 사양을 갖춘 최신 폰을 쓰고 있지 않을까, 하는 예상은 곧 깨졌다. 리뷰 경력 3년인 세티즌 봉충섭 팀장은 최근 아이폰으로 바꾸긴 했지만 얼마 전까지 구형 PDA폰을 쓰고 있었고, 리뷰 경력 2년 반인 오픈모바일 고동욱씨는 지난해 초 출시된 이른바 진보라폰(SPH-W3500)을 계속 쓰고 있었다.

고동욱씨는 "최신 휴대폰이 주 단위로 들어오고 맘껏 만져보다 지겨울 때쯤 내보내다 보니 굳이 최신폰을 살 필요를 못 느낀다"며 "오히려 입사 전에 휴대폰을 더 많이 바꿨던 것 같다"고 말한다.

봉충섭 팀장 역시 "리뷰어들은 오히려 평범한 폰을 쓰는 경우가 많다"면서 "최신폰을 많이 만지다 식상하기도 해 직접 사진 않는다. 저가폰이라도 내게 편한 폰이 좋은 것 같다"고 밝혔다.

#휴대폰 #스마트폰 #아이폰 #풀터치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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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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