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자식농사 성적은 '대풍작'

송액영복(送厄迎福)

등록 2009.12.31 11:37수정 2009.12.3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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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요리 드실래요?"

아들이 이랬던 건 어젯밤 열 시 즈음이었다.

 

모 방송사의 '2009 방송연예대상' 생방송을 시청하고 있었는데 마침 출출하던 차였다.

밤참으로 즐겨 먹는 라면 내지는 국수보다는

낫겠지 싶어 동의의 표시로써 고개를 끄덕였다.

 

아들은 전화를 걸어 훈제요리를 주문했고 30분 쯤 뒤에 오리요리가 배달되어 왔다.

셈을 치루고 상까지 펴서 배달된 음식을

아들이 차리니 제법 운치 있는 송년회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마침 연말이고 하니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오늘은 아예 우리들만의 송년회로 하면 되겠네!"

 

아들이 따라주는 정겹고 '따끈한' 술까지

받아들고 보니 올 한 해가 파노라마의 열차로 회상되어 다가왔다.

 

농부는 자신이 짓는 농사를 자식에 비유하는 관념을 지닌다.

그러하기에 농부는 늘 그렇게 새벽부터 일어나

논과 밭으로 나가 각종의 농작물에게 자식 다루듯 정성을 쏟는다.

 

또한 때가 되어 1년 동안의 농산물 수확을 마치게 되면 올 한 해의

농사가 어떠했던가에 대한 부분에도 천착의 돋보기를 들이대는 것이다.

이런 범주와 맥락의 선상에서 보자면

올 한 해 우리 집의 '자식농사'라는 농작물의 작황은 어떠했던가?

 

결론적으로 따지자면 성공작이었다!

그것도 대단히 만족스런.

 

아들과 딸은 올해가 대학졸업반이다.

즉 해가 바뀌는 2010년 2월이 되면 영광의 학사모를 쓰고 대학 문을 나선다는 것이다.

 

둘 다 모두 줄곧 장학생으로 이름값을 했으니 우선 성공한 셈이다.

이에 더하여 아들은 여전히 칼바람이 분다는 취업전선의 와중에서도

얼추 군계일학(群鷄一鶴)으로 대기업의 신입사원 공채에 합격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렇다면 아들은 농사로 치자면 가히 '그루갈이'의

혁혁한 전과를 일궈낸 셈에 다름 아니다.

한 해에 같은 땅에서 두 번이나 농사를 짓는다는 건

농부로선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니까.

 

나 또한 올해는 여기 오마이뉴스에서 수여하는 '오름상'을

조만간 수상하게 되었기에 개인적으론 큰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잘은 모르겠다만 여하튼 신입사원 연수는 근무평정(勤務評定)이

관건이라니까 연수에 들어가서도 열심히 하려무나."

"그럼요! 염려마세요."

 

자신 있게 호언장담하는 아들이 새삼 미덥기 그지없었다.

이 즈음이면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뜻으로

우린 송구영신(送舊迎新)이란 말을 즐겨 사용한다.

 

여기에 덧붙여 나는 송액영복(送厄迎福)이란 걸 하나 더 추가하고 싶다.

즉 안 좋고 불행했던 따위를 일컫는 액(厄)은 모두 떠나보내고

듣기만 하여도 기분이 금세 좋아지는 복(福)만 가득 맞이하자는 것이다.

 

2002년도에 대학에 들어가 군 입대와 휴학 등으로 말미암아

얼추 8년 여 만에야 비로소 졸업하는 아들이다.

늘상 빈곤한 때문으로 고된 알바를 하느라 아들은 또 얼마나 고생이 많았던지!

 

아들과 우리 가정 모두에 앞으론 송액영복(送厄迎福)만이

만발하길 바라면서 아들의 잔에도 정이 담뿍 담긴 술을 가득 따라주었다.

덧붙이는 글 |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2009.12.31 11:37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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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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