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날치기 '마지막 걸림돌' 된 법사위

유선호 위원장 개회 뒤 기습 산회... 예산부수법안 통과 안 돼

등록 2009.12.31 13:09수정 2009.12.3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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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호 법제사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예산부수법안'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처리를 거부하고 산회를 선포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유선호 법제사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예산부수법안'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처리를 거부하고 산회를 선포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한나라당 예산안 단독 처리 시나리오에 마지막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민주당 소속 법사위 유선호 위원장은 예산부수법안 심사를 위해 31일 오전 10시 개회를 선언했지만, 이날 오전 여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에 항의하며 5분 만에 산회를 선포해 버렸다. 따라서 새해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을 한꺼번에 처리하려던 한나라당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하지만 김형오 국회의장이 예산부수법안 심사기일을 이날 오후 1시30분으로 지정하면서 또 한 차례 충돌이 우려된다.

 

김 의장, 부랴부랴 심사기일 지정... "관련 서류 늦어 국회법상 오늘 처리 못해"

 

김 의장은 지난 30일 몸싸움 끝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제외한 예산부수법안 9건(▲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별소비세법 ▲조세특례제한법 ▲국세기본법 ▲국세징수법 ▲부가가치세법 ▲지방세법 일부개정안 ▲조세범처벌법 전부개정안 ▲자유무역협정 이행을 위한 관세법 특례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만 지정해 이날 본회의 전까지 심사할 것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김 의장의 예산부수법안 심사기일 지정 공문이 뒤늦게 법사위에 도착해 사실상 예산부수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는 절차적 요건을 밟지 못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지원·우윤근·이춘석·박영선 등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회법 해석과 선례를 참고할 때 1일 1차 회의가 원칙이고 자정을 넘겨야만 회의를 다시 열 수 있다"며 "국회의장의 심사기일 지정이 처리될 수 없는 만큼 예산부수법안이 오늘 본회의에서 처리될 수 없다"고 밝혔다. 군사작전처럼 진행된 한나라당 예산안 처리 시나리오에 큰 구멍이 난 셈.

 

민주당 의원들에 따르면 김형오 의장의 심사기일 지정 공문은 오전 10시 15분경 법사위에 왔다. 그러나 법사위는 오전 10시 9분경 산회가 선포된 상황이었다.

 

박영선 의원은 "이 때문에 사무처 의사국장이 법사위원장실로 뛰어와 '서류가 산회 전에 도착한 것으로 해달라, 그렇지 않으면 예산부수법안의 직권상정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당시 우리는 의장이 직권상정할 법안의 종류와 개수는 의사국장의 소관이 아니다, 월권이라 생각하니 돌아가달라'고 했다"며 "불법을 계속 저지르다 보니 일이 계속 꼬이는 것"이라고 한나라당의 난처한 상황을 꼬집었다.

 

특히 이춘석 의원은 "국회법 84조 8항에 따르면 '위원회는 세목 또는 세율과 관계있는 법률의 제정 또는 개정을 전제로 하여 미리 제출된 세입예산안은 이를 심사할 수 없다'고 돼 있다"며 "개인적 생각이긴 하나 이날 처리된 예산안도 본회의를 통과하더라고 효력이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노조법 당론도 못 정하는 민주당" VS "박근혜는 세종시 수정 찬성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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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유선호 국회 법사위원장이 '예산부수법안'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처리를 거부하고 산회를 선포하자 장윤석 한나라당 간사가 위원장실을 찾아가 항의를 하고 있다. ⓒ 유성호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유선호 국회 법사위원장이 '예산부수법안'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처리를 거부하고 산회를 선포하자 장윤석 한나라당 간사가 위원장실을 찾아가 항의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예상치 못한 '구멍'의 등장으로 한나라당 법사위원들의 처지가 난감해졌다.

 

지난 30일 밤 유 위원장이 위원장석을 비운 사이, 예산부수법안을 단독 처리하려다 실패했던 한나라당 법사위원들은 이날 전체회의 산회에 대해 항의했지만 그다지 예산부수법안 심사·의결에 연연해 하는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 결과적으로 김형오 의장의 심사기일 지정에 따른 직권상정 절차를 믿었지만 약 6분간의 오차로 발목을 붙잡힌 셈이다.  

 

법사위 한나라당 간사인 장윤석 의원은 "예결위장이 점거돼 긴급피난 성격으로 회의장을 변경할 수 없었다"며 "어제 사태 때문에 위원장의 마음이 불편한 것 같은데 푸시라"고 유 위원장을 달랬다.

 

그러나 '유선호 달래기'가 통하지 않자 항의는 곧 민주당에 대한 독설로 이어졌다. 이한성 한나라당 의원은 "위원장은 5분 정도 위원장석 뺏기고 기분 나쁘셨겠지만 예결위원장은 15일 동안 위원장석을 뺐겼다"며 유 위원장을 자극했다.

 

한나라당 홍일표 의원은 "민주당은 노동관계법 당론도 정하지 못하지 않냐"며 "번번히 물리력 사용하고 소수 폭력이다, 국민에게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민주당 법사위원들을 비난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한나라당 법사위원들의 독설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박영선 의원은 "예산안처럼 법사위도 의원총회 열어서 하면 되겠다"며 "의총한다면서 예산안 통과시켜 민주당도 속이고 국민도 속이지 않았냐"고 꼬집었고 박지원 의원은 "홍일표 의원, 말 함부로 하지 마라"며 "박근혜 의원은 세종시 수정에 찬성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9.12.31 13:09 ⓒ 2009 OhmyNews
#예산 #법사위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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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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