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유가족 만나고... 이런 카페 어때요

사회 연대로 발돋움하는 네트워크의 힘

등록 2009.12.31 16:41수정 2010.01.0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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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카페나 동호회의 의미가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취미나 정보 교환 친교를 넘어 사회 연대와 나눔을 실천하는 네트워크로 발전하는 것이지요. 2009년 <오마이뉴스> 독자분들은 어떻게 한 해를 마무리 하셨는지요? 인터넷 시대 카페와 동호회 인터넷 네트워크 친목 단체가 어떻게 바뀌고 무엇을 했는지 정리하는 것으로 한 해를 마무리 합니다.... 기자 주 

 

여섯 까페 회원들이 함께 보낸 특별한 성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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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용산 선탄 추모 예배에서 다섯 분의 열사의 영정이 단 앞에 놓여 있다. ⓒ 이명옥

▲ 25일 용산 선탄 추모 예배에서 다섯 분의 열사의 영정이 단 앞에 놓여 있다. ⓒ 이명옥

2009년 12월 25일 오후 3시 잿빛 하늘에서는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용산 참사 현장인 남일당 골목에는 사람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대부분 교회와 성당 등 종교 연합체와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용산 참사 가족에게 지닌 사회적 부채감에 그들과 함께 하려 모인 사람도 있었다. 

 

그 용산 참사 현장 성탄 예배에서 <똥꽃>의 저자 목암 전희식(카페 부모를 모시는 사람들 운영) 선생을 뵈었다. 우연히 그 분이 관계된 카페에 들어갔다가 멀리 전라도에서 용산 참사 가족을 만나기 위해 성탄 예배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접했기에 슬그머니 연락을 드렸다.

 

많은 교회와 단체가 참석했다. 목암 선생은 카페 회원들을 찾아야 한다기에 악수와 잠깐의 만남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서야 그 분이 단독으로 참석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무려 여섯 개 카페 회원 20여 명이 전국에서 모였고 120여 만 원의 모금과 유기농 고추 등 기증품을 들고 와 용산 참사 가족들을 만나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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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추모 예배에서 유가족들의 모습. ⓒ 이명옥

▲ 성탄 추모 예배에서 유가족들의 모습. ⓒ 이명옥

대부분 그날 처음 얼굴을 접하는 여섯 카페 회원들은 어떻게 함께 용산에 모여 특별한 성탄절을 보낼 수 있었을까? 그날 모인 여섯 개 카페는 <부모를 모시는 사람들>, <보따리 학교>, <홍대앞 생명평화>, <다중지성의 정원>, <사단법인 밝은마을>, <지리산 초록배움터>로 지향점과 주요회원의 삶터가 다양하다. 

 

여섯 카페 회원들 20여명은 성탄 당일 추모 예배에 참석하였으며 성금 120만원과 유기농 농산물 등 물품을 유족들에게 전달하고 대책위 사무국장을 만나 용산참사 해결을 위한 진행 과정을 들었다. 대부분 회원들과 얼굴조차 접한 적이 없던 카페 여섯이 어떻게 함께 뜻을 모아 송년을 준비할 수 있었을까? 

 

앞서 12월 14일 목암 전희식 선생은 자기 카페 <부모를 모시는 사람들> 자유 게시판에 용산 참사 유가족을 찾아보지 못한 것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해결하지 못한 마음의 과제로 남아 있어 용산 유가족을 찾아보는 것으로 한 해 마무리를 짓고 싶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그 글을 읽은 <홍대앞 생명평화> 카페 운영자 김재형님이 함께 하고 싶다는 취지를 알렸고 두 개 카페를 포함하여  다섯 개 카페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려 놓았다. 그 글을 읽은 <지리산 초록배움터> 카페 회원들이 스스로 동참 의사를 알려와 총 여섯 개 카페 회원 사람들이 25일 오후 3시 남일당 용산참사 가족을 위한 성탄 추모 예배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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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추모 예배 용산 참아 현장인 남일당에서 추모 예배를 시작하고 있다. ⓒ 이명옥

▲ 성탄 추모 예배 용산 참아 현장인 남일당에서 추모 예배를 시작하고 있다. ⓒ 이명옥

그 모임은 누가 주도하거나 강제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 가운데 이루어졌다.  성금과 성품 역시 자연스럽게 걷혔다. 자유게시판에 누군가 댓글로 모금 계좌를 하나 올려 달라 했고 김재형씨는 목암 전희식 선생의 계좌를 올렸다. 회원들은 자연스럽게 성금을 입금했고 어떤 이는 정성스럽게 농사지은 유기농 고춧가루를 성품으로 보내오는 등 물품도  이어졌다. 카페회원들은 용산 남일당 추모 예배 후에 만나 유족들에게 성금 120만원과 물품을 전달했다. 한님이라는 회원은 송년자리에서 특별한 송년 모임 취지를 설명하고 즉석에서 모인 성금 27만원을 냈으며 성금함에도 따로 성금을 냈다.

 

카페 <홍대앞 생명평화> 운영자에게 여섯 카페가 함께 한 이번 모임의 의미를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것은 카페 연대의 가능성을 실험한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자본주의가 만든 2009년 최대 사회적 아픔의 하나인 '용산'을 송년의 뜻있는 주제로 선정한 네티즌들의 높은 시민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이 실험은 사람들 속에 있는 연대와 참여 의지를 드러내 행동에 옮길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누군가 조직하지 않아도 네티즌 스스로 높은 참여와 열의를 보이는 것을 보며 앞으로 더 의미 있는 사회적 연대를 실험해 볼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그들은 미처 전달하지 못한 남은 성금 역시 같은 맥락의 성금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고 있다. 여섯 카페의 특별한 성탄절 모임은 카페와 동호회가 개인을 넘어 사회적 연계망을 지닌 네트워크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예다.

2009.12.31 16:41 ⓒ 2010 OhmyNews
#소통과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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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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